북극권에서 빙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린란드입니다. 하지만 북극해의 몇몇 섬에는 이보다 작은 빙원(ice cap)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오랜 세월 녹지 않고 거대한 빙원을 형성했으나 최근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다른 지역의 빙하들과 마찬가지로 축소되거나 녹아내리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 우주국의 크라이오셋(CryoSat)과 센티넬 1A(Sentinel-1A) 인공 위성은 노르웨이 북쪽에 있는 스발바르드(Svalbard) 제도의 노르아우스트라네섬(Nordaustlandet)에 위치한 에우스트포나(Austfonna) 빙원의 축소와 얇아지는 속도를 확인했습니다. 그 변화는 매우 급격해서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유럽 우주국의 크라이오셋 The CryoSat mission provides data to determine the precise rate of change in the thickness of the polar ice sheets and floating sea ice. It is capable of detecting changes as little as 1 cm per year. The information from CryoSat is leading to a better understanding of how the volume of ice on Earth is changing and, in turn, a better appreciation of how ice and climate are linked. Credit: ESA – P. Carril)
노르아우스트라네섬은 스발바르드 제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은 14,443㎢ 입니다. 이 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8,105㎢ 가 에우스트포나 빙원으로 약 560m의 두께와 1,900㎦의 부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음은 같은 부피의 물보다 밀도가 좀 낮으니까 1조 9,000억톤이 좀 안되는 양의 얼음이 있는 셈이죠.
크라이오셋과 센티넬-1A는 이 에우스트포나 빙원의 남동쪽 빙하의 속도가 최근 몇 년간 갑자기 빨라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본래 이 빙하의 속도는 연간 150m 였는데, 갑자기 25배나 빨라져 연간 3.8km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하루에 0.5m 씩 이동하는 속도입니다. 영국 리즈 대학의 극지 관찰 및 모델링 센터(Centre for Polar Observation and Modelling (CPOM) at the University of Leeds in the UK)의 연구자들은 이를 저널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말 맥밀란 박사(Dr Mal McMillan)는 이 연구 결과가 극지의 빙원이 매우 빠르게 변할 수 있으며, 따라서 미래 해수면 상승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언급했습니다. 크라이오셋은 2010년부터, 센티넬-1A는 2014년부터 관측에 참여했지만 이 데이터 만으로도 에우스트포나 빙원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독일 우주국의 TerraSAR-X를 포함한 에우스트포나 빙원의 변화 The main figure (top) shows the rate of ice cap elevation change between 2010 and 2014 observed by CryoSat, overlaid on an image acquired by Sentinel-1A (in 2014). Red indicates that the ice surface is lowering. In the southeast region (green box) ice thinning far exceeds the colour scale of 2 m per year. A closer look at the southeast region is shown in the four smaller figures below. These figures show the evolution of ice velocity over the last two decades. Ice velocity in 2014 was mapped using Sentinel-1A and the DLR German Aerospace Center’s TerraSAR-X mission. Credit: CPOM/GRL)
사실 빙하가 갑자기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 (Glacier surges)은 자연적으로도 관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POM의 책임인 앤드류 세퍼드 교수(Professor Andrew Shepherd)에 의하면 이렇게 장기간 관측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이며 더구나 속도가 더 가속되는 것 역시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빙원의 남동쪽 부분의 빙하는 50미터 이상 두께가 얇아져 본래 두께의 1/6을 잃었다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근방 바다의 온도가 상승했고 이것이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속도를 가속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비록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와 같은 결과는 빙하의 소실과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과학 포털에 등장하는 기사를 보면 하루를 멀다하고 빙하에 대한 연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만큼 이 부분이 핫 이슈라는 셈인데, 이들 빙원들이 안정적이라면 그다지 뉴스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계속 뉴스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빙원들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렇게 녹는 속도가 빨라져도 바로 붕괴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세대 이후에 미치는 충격은 적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alcolm McMillan, Andrew Shepherd, Noel Gourmelen, Amaury Dehecq, Amber Leeson, Andrew Ridout, Thomas Flament, Anna Hogg, Lin Gilbert, Toby Benham, Michiel van den Broeke, Julian A. Dowdeswell, Xavier Fettweis, Brice Noel, Tazio Strozzi. Rapid dynamic activation of a marine-based Arctic ice cap.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4; DOI: 10.1002/2014GL06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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