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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317 - 로제타가 밝힌 혜성의 비밀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는 67P/Churyumov-Gerasimenko 주변을 공전하면서 계속해서 데이터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지난 수개월간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국제 과학자팀은 이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로제타의 핵 표면의 이산화탄소/물의 비율 분포 Rosetta scientists measuring the composition of comet 67P's atmosphere or coma discovered that it varies greatly over time. Large fluctuations in composition in a heterogeneous coma indicate day-night and possibly seasonal variations in the major outgassing species: H2O, CO, and CO2. The red region where CO and CO2 dominate is a part of the comet that is poorly illuminated, indicating a complex coma-nucleus relationship where seasonal variations may be driven by temperature differences just below the comet surface. Credit: Shape model credit: ESA/Rosetta/MPS for OSIRIS Team MPS/UPD/LAM/IAA/SSO/INTA/UPM/DASP/IDA


 혜성은 일종의 더러워진 눈사람으로 주로는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 일부 암석과 유기물질이 섞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혜성 관측 결과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번 로제타의 관측 결과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지만 세부적인 모습은 과거의 예측과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의 주저자인 미샤 헤시그 박사(Dr. Myrtha Hässig)는 67P 혜성의 핵 부분에서 나오는 물질의 구성이 예기치 않은 변화를 보여줬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67P 혜성의 코마에서 시간에 따른 변화와 이질성(Time Variability and Heterogeneity in the Coma of 67P/Churyumov-Gerasimenko)이라는 내용으로 논문을 작성했는데, 제목 처럼 혜성 핵에서 나오는 물질이 본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변화가 심했다고 합니다. 

 혜성의 표면에서 나오는 물질은 증발보다는 승화(sublimition)이란 과정을 거쳐 바로 고체에서 기체로 변하게 됩니다. 주로 나오는 성분은 물,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인데 이 화합물의 구성은 시간에 따라서, 그리고 아마도 계절적인 변동 (즉 혜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시점)에 따라서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혜성의 모든 부분에서 승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위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모습도 같이 관측되었습니다. 

 이것은 혜성의 구조와 구성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이질적으로 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자전에 따라 태양에너지를 받는 위치가 달라지면 나오는 물질의 구성도 크게 변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 연구자들은 이것이 잘못된 데이터가 아닌가 생각했으나 여러번 반복 측정하고 체크한 결과가 모두 그렇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기존의 이론이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혜성은 우리가 이전에 생각한 것 처럼 단순한 구조가 아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혜성의 거대한 오리처럼 생긴 구조 역시 67P 혜성의 생성을 둘러싼 복잡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즉 서로 다른 기원의 천체들이 합체되어 오늘날의 혜성이 된 것이죠.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천체지만 그 역사는 그다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로제타는 역사상 유래없이 세밀한 혜성의 근접 사진과 데이터를 보내왔지만 인류의 혜성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Time variability and heterogeneity in the coma of 67P/Churyumov-Gerasimenko," by M. Hässig et al. Sciencewww.sciencemag.org/lookup/doi/… 1126/science.aaa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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