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400만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 : SMBH)이 존재합니다. 우리 지구에서 보는 위치 때문에 궁수자리 A* (Sagittarius A*, Sgr A*) 라고 불리는 이 거대 질량 블랙홀은 우리가 관측이 가능한 가장 가까운 거대 질량 블랙홀이기 때문에 집중적인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찬드라 X 선 관측 위성이 이 궁수자리 A*에서 전에 없는 거대한 X 선 플레어를 관측했다는 소식입니다.
(찬드라 X 선 위성이 관찰한 궁수자리 A* 의 플레어
Astronomers have detected the largest X-ray flare ever from the supermassive black hole at the center of the Milky Way using NASA’s Chandra X-ray Observatory. This event was 400 times brighter than the usual X-ray output from the black hole. Credit: NASA/CXC/Northwestern Univ/D.Haggard et al. Image Credit: NASA/CXC/Stanford/I. Zhuravleva et al.)
보통 블랙홀 하면 모든 것을 다 흡수하는 천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실제로 블랙홀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에너지와 물질들이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이끌려 그 주변으로 끌려온 물체들은 산산 조각이 난 후 강착 원반을 형성했다가 블랙홀로 흡수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뜨겁게 가열된 강착 원반은 여러 파장의 에너지를 내놓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흡수되지 못한 물질은 강착원반의 수직으로 형성되는 제트의 형태로 방출됩니다.
이때 물질들이 엄청난 고열로 가열되기 때문에 X 선 같은 고에너지 파장이 나오게 됩니다. 찬드라 X 선 관측 위성은 이를 관측해 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은 상대적으로 방출하는 에너지가 적은 조용한 은하이지만 가끔 플레어(flare)라고 부르는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순간적으로 평소보다 수십배에서 수백배 많은 에너지를 내놓는 현상입니다. 찬드라는 2012년에도 플레어를 관측한 바 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2/07/84.html 참조) 이와 같은 플레어는 블랙홀로 끌려가는 물질이 많을 때 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데로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에는 거대한 가스 구름들이 존재합니다.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서 그 주변을 공전하는 이 가스 구름들은 계속해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과학자들이 G2라고 명명한 가스 구름은 블랙홀에 가까워지면서 플레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현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주의 깊은 관측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실제로 목격한 것은 기대한 것 이상의 격렬한 에너지 방출이었습니다.
찬드라 X 선 위성을 이용해서 은하 중심 블랙홀을 연구 중인 다릴 해기드(Daryl Haggard of Amherst College in Massachusetts)와 그녀의 동료들은 기대 이상의 현상을 관측했습니다. 이들이 2013년 9월 14일 관측한 플레어는 그때까지 궁수자리 A*에서 관측된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플레어로 평소 관측되던 에너지 양의 400배에 달하는 밝기였습니다. 이후 2014년 10월 24일에도 평소의 200배나 밝은 플레어가 관측되었습니다.
이는 본래 G2와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관측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뜻밖의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G2 의 위치와는 수백배나 가까운 장소에서 이벤트가 발생했기 때문이죠. G2는 2014년 봄에야 블랙홀에 가장 근접했는데, 그 거리가 150억 마일 (약 241억 km) 정도 였습니다. 이 이벤트는 블랙홀에서 수백배 가까운 위치에서 발생했습니다.
최근 관측된 X 선 플레어를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지구에서는 관측이 어렵지만 만약 블랙홀로 흡수되는 소행성이 있다고 가정하면 X 선 플레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씹어 먹듯이 블랙홀에 다가온 물체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온전하게 보존되어 사상의 지평면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매우 클 뿐 아니라 그 세기 역시 거리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면 가까이 있는 부분과 멀리 있는 부분의 중력의 세기가 달라 마치 잡아 당겨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점은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다행히 지구에서 우리의 머리와 발 사이의 중력 차이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블랙홀은 다릅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우주선을 다룬 영화들은 한결 같이 고증이 잘못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블랙홀에 다가가는 순간 조각이 난후 강착 원반으로 빨려들어가는 영화는 한편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러면 스토리 진행이 안되기 때문이겠죠.
두번째 이론은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이 이런 플레어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역시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아무튼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과연 어떤 것이 옳은지는 더 많은 연구와 더 좋은 관측 기기를 통해서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되었든 밝게 빛나는 블랙홀이라면 이상하지만 X선 영역 뿐 아니라 다양한 파장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천체가 블랙홀입니다. 다행이 우리는 은하 중심에서 수만 광년 떨어져서 이런 에너지 분출에서 안전하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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