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생물들이 생존을 위해서 독특한 독(toxin)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기원의 독 성분이 청자고둥(Cone Snail)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먹이를 빨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이 독은 바로 인슐린입니다.
(먹이를 사냥하는 청자고둥 두 종. Two species of cone snail, Conus geographus (left) and Conus tulipa (right) attempting to capture their fish prey. As they approach potential prey, the snails release a specialized insulin into the water, along with neurotoxins that inhibit sensory circuits, resulting in hypoglycemic, sensory-deprived fish that are easier to engulf with their large, distensible false mouths. Once engulfed, powerful paralytic toxins are injected by the snail into each fish. Credit: Jason Biggs and Baldomero Olivera)
청자고둥은 날카로운 이빨이나 발톱을 지니지 않고 바다 밑바닥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동물입니다. 그러나 육식성인 종들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거나 사냥을 위해서 특별한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논리적으로 합당한 기술은 바로 독을 만드는 것이죠. 일부 청자고둥 가운데는 매우 강력한 독으로 사람도 즉사시킬 수 있는 종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독성 물질은 그 자체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 중에서 특히 독특한 메카니즘을 가진 것들은 약물로써 연구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경독 가운데 일부는 진통제로 연구되기도 했고, 항암제나 다른 질환에 대한 치료제의 가능성이 있는 독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인슐린 성분이 섞여 있다는 것은 과학자들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유타 대학의 헬레나 사파비-헤마미 교수(Helena Safavi-Hemami, a research assistant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Utah)와 그녀의 동료들은 Conus geographus 와 Conus tulipa 라는 청자고둥의 독에서 소량이 아닌 대량의 인슐린을 찾아내는데 성공해 이를 PNAS(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미국립 과학원 회보)에 보고했습니다.
이 작은 해양 무척추동물이 인슐린을 독으로 사용하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먹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물속으로 이 인슐린을 분비해 저혈당을 유발해서 먹이인 물고기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저혈당에 빠진 먹이는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움직임도 느려져 잡기 쉽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이 청자고둥들이 사용하는 인슐린의 구조입니다. 보통 인슐린은 매우 다양한 동물에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지만 사냥하는 먹이를 마비시키거나 저혈당 쇼크에 빠지게 할 만큼 빠르게 작용하는 인슐린은 현재까지 보고된바 없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인슐린은 보통의 인슐린보다 매우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43개에 불과한 아미노산의 숫자는 (참고로 사람 인슐린은 51개의 아미노산으로 되어 있음) 이제까지 발견된 인슐린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쉽게 흡수될 뿐 아니라 매우 빠르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향후 이 새 인슐린이 의학적인 용도로 사용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인슐린을 개발할 때 많은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종종 의외의 장소에서 신약이 개발되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 역시 그런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Specialized insulin is used for chemical warfare by fish-hunting cone snails, PNAS,www.pnas.org/cgi/doi/10.1073/pnas.142385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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