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왕성 너머의 행성을 찾기 위한 연구는 한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30년대 발견된 명왕성은 이른바 '행성 X'의 명확한 후보로 생각되었고 최근까지 명왕성이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측이 계속될 수록 명왕성의 크기가 작은 것으로 드러났을 뿐 아니라 에리스(Eris)를 비롯해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거나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들이 다수 발견되므로써 인류는 왜행성(dwarf planet)과 TNOs(Trans Neptunian Objects)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천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명왕성 같은 천체가 해왕성 궤도 너머에 다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당연한 논리적 귀결로 더 많은 TNOs 들이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중에서 과연 추가적인 왜행성이나 심지어 행성급 천체는 없을까요?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왜행성이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천체의 존재를 입증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모르는 천체의 존재를 암시한 연구입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태양계의 왜행성의 상상도. Credit: NASA/JPL-Caltech )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매우 길쭉한 타원궤도를 지닌 천체들인 extreme trans-Neptunian objects (ETNO) 입니다. 스페인 콤플루텐스 대학(Complutense University of Madrid (UCM, Spain))과 영국 캠브리지 대학 (University of Cambridge (United Kingdom))의 연구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일부 천체들의 극단적인 궤도는 이 천체들에 중력을 행사하는 다른 천체의 존재를 가정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천문학에서 보이지 않는 천체를 다른 천체의 이상한 움직임을 통해서 증명하는 것은 매우 역사가 깊고 흔한 일입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천체가 어떤 것이냐는 점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콤플루텐스 대학의 카를로스 데 라 후엔테 마르코스(Carlos de la Fuente Marcos)에 의하면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행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2개 이상의 왜행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이 극단적 궤도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현재의 태양계 생성 모델에서 이렇게 먼 거리에서 행성이 생성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0AU (약 150억km) 떨어진 지점에서 작은 천체들이 서로 중력에 의해 합쳐지는 일은 10AU(약 15억km) 떨어진 지점에 비해서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거리에 의해 서로 멀리 떨어질 테니 말이죠.
그런데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생성되는 외계 행성 관측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마(ALMA) 전파 망원경은 최근 HL Tauri 이라는 새로운 행성계에서 100AU 거리에서 행성을 형성하는 것 같은 먼지와 가스 디스크를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태양계가 형성되었을 때도 그런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 모델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이들이 분석한 천체의 숫자가 13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ETNO들은 여러 TNOs 들 가운데 그냥 우연히 궤도가 극단적인 것들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연구팀은 더 많은 천체들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를 내놓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가장 마지막 발견된 왜행성인 2012 VP113 ( http://jjy0501.blogspot.kr/2014/03/the-farthest-asteroid-in-solar-system.html 참조) 의 경우 오르트 구름에 속한 천체로 생각되는데 역시 극단적인 타원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천체에 중력을 행사하는 슈퍼 지구 같은 천체가 존재할 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매우 알베도가 낮고 어두운 검은 행성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전 WISE 관측 결과는 티케 같은 가상의 행성이 해왕성과 명왕성 궤도 밖에 존재할 가능성을 배재했습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4/03/No-Planet-X.html 참조) 하지만 그보다 작은 행성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연구가 우리를 진짜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향하게 할까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일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 C. de la Fuente Marcos, R. de la Fuente Marcos, S. J. Aarseth. Flipping minor bodies: what comet 96P/Machholz 1 can tell us about the orbital evolution of extreme trans-Neptunian objects and the production of near-Earth objects on retrograde orbits.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4; 446 (2): 1867 DOI:10.1093/mnras/stu2230
- C. de la Fuente Marcos, R. de la Fuente Marcos. Extreme trans-Neptunian objects and the Kozai mechanism: signalling the presence of trans-Plutonian planets.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Letters, 2014; 443 (1): L59 DOI:10.1093/mnrasl/slu084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