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불로는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인류의 오랜 꿈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불가능한 욕망은 인류의 역사, 신화, 종교에서 모두 발견됩니다. 우리에게는 진시황의 불로초가 친숙하고 서구 문화권에서는 969년을 살았다는 성경 속의 인물 므두셀라가 널리 인용되죠. 그런데 스위스 베른 대학의 연구팀이 보통 초파리보다 훨씬 오래 살 수 있는 므두셀라 초파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입니다.
에두아르도 모레노(Eduardo Moreno)가 있끄는 베른 대학(University of Bern) 연구팀이 권위 있는 학술지인 셀(Cell)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유전자를 조작해 보통 파리보다 훨씬 건강하게 살면서 수명이 50-60% 정도 증가한 초파리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실험 재료로 사용한 것은 유전학 분야에서 실험 동물로 사용된 역사가 깊은 노랑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입니다. 연구팀은 이 노랑 초파리에서 어부로 부터 물고리를 보호하는 상상속의 동물인 아휴이조틀(ahuizotl)에서 이름을 단 아조트(Azot)라는 유전자에 주목했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다세포 동물들은 무수히 많은 세포로 이뤄져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세포 하나의 수명은 개체의 수명보다 훨씬 짧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죽은 세포들은 새로운 세포들로 채워지고 조직과 장기는 정상 기능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들(예를 들어 자외선 같은)에 의해서 새롭게 분열된 세포들 중 돌연변이가 생기고 결국 기능이 떨어진 세포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이 누적되면 노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조직과 장기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꽤 건강한 상태를 잘 유지합니다. 이것은 이상한 세포가 생겼을 때 이를 빨리 파괴시키는 자연적인 방어 기전에 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구팀은 아조트 유전자가 바로 이런 기능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초파리에 보통 2개씩 들어 있는 아조트 유전자를 한 개 더 집어넣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아조트 유전자가 추가로 삽입된 초파리들은 조직과 장기가 더 건강하게 유지되었을 뿐 아니라 평균 50 - 60% 정도 더 오래살았습니다. 이 유전자는 사람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는 꽤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임상적으로 항노화치료로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동물에서 성공했다는 것이 인간에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보장은 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항노화라는 관점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면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어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설령 효과가 있다치더라도 효과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항노화보다는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것이 더 먼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arisa M. Merino, Christa Rhiner, Jesus M. Lopez-Gay, David Buechel, Barbara Hauert, Eduardo Moreno. Elimination of Unfit Cells Maintains Tissue Health and Prolongs Lifespan. Cell, 2015; DOI: 10.1016/j.cell.2014.1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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