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이 함유된 음료(SSBs, sugar-sweetened beverages, 콜라 같은 탄산 음료나 주스 등)는 사실 적당히 먹는다면 그 자체로 문제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과도하게 복용했을 경우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식품 첨가물 가운데서 가장 위험한 것은 화학 첨가물이 아니라 소금(나트륨), 당분, 지방 같은 물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분이 포함된 음료는 비만의 중요한 위험 인자가 되며, 일단 비만이 발생하면 이로 인한 각종 합병증을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하버드 의과 대학의 카린 미쉘 교수(Karin Michels (ScD, PhD), Associate Professor at Harvard Medical School )와 그녀의 동료들에 의하면 당분 음료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단지 비만이나 당뇨 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들의 연구에서 당분 음료를 소아기와 청소년기에 많이 마신 그룹에서 초경이 빨라지는 현상이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인 Nurses' Health Study II 에서 나온 데이터를 사용해서 1996년에서 2001년 사이 9세에서 14세 사이 소녀 5583명를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하루 1.5회 이상 당분 음료를 마시는 경우 주당 2회 이하로 마시는 경우보다 초경의 시작이 2.7달 정도 더 빨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효과는 BMI, 음식 섭취량 등 다른 요인을 감안해도 동일하게 발생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렇게 초경이 빨라지는 것은 결국 더 긴 시간 동안 에스트로겐에 대해 노출시켜 유방암 등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Human Reproduc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당분 음료 섭취가 초경을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초경이 1년 빨라지면 평생동안 유방암 발생 확률은 5% 증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개 유방암이 생기는 연령을 고려하면 수십 년전 마셨던 당분 음료가 성인이 되고 나서 유방암 위험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당분 음료의 종류에 따른 차이입니다. 일반적으로 콜라 같은 탄산 음료는 매우 높은 당 지수(glycemic index)를 가지고 있으며 과일 주스는 그보다 낮은 당 지수를, 그리고 다이어트 음료는 혈중 당 농도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당을 섭취하면 인체에서는 혈중 당 농도를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인슐린은 인체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성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높은 인슐린 농도는 성 호르몬 농도를 높여 초경 나이를 빠르게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전을 감안할 때 흡수가 빠른 당 성분을 가질 수록 초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당분 음료를 탄산 음료, 과일 음료, 다이어트 음료, 아이스 티 등으로 세분했는데 가장 흡수가 빠른 당 성분을 지닌 탄산 음료가 초경을 빠르게 하는 주 원인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실제로 다른 음료와의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았는데, 당 성분의 흡수 속도와 양을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이 연구에 있어서 한 가지 단점은 9세 이전에 SSB 노출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9세 이전의 당분 음료 섭취 역시 초경 나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소아에게 가능하면 당분 음료 대신 물을 섭취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안전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당, 나트륨 섭취가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가 쏟아지는데도 대부분 대중들은 여기에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당분, 나트륨 섭취량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어도 뭐가 몸에 나쁘다고 하면 소비가 급감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인데, 이것은 단것과 짭짤한 것을 찾는 인간의 본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L. Carwile et al. Sugar-sweetened beverage consumption and age at menarche in a prospective study of US girls. Human Reproduction, 2015 DOI: 10.1093/humrep/deu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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