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그린란드의 빙하 호수



 지난 수년간 그린란드 빙하에 대한 연구가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공 위성, 항공 관측, 그리고 빙하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감시 시스템을 통해서 새로운 데이터와 연구 결과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이와 같은 관심의 근저에는 지구 온난화가 있습니다. 

 만약 이 빙하가 본격적으로 녹기 시작하면 지구 해수면 높이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고 이는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린란드 빙하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최근 그린란드 빙하가 불안정해지고 있으며 점차로 질량을 잃고 있다는 증거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을 비롯한 다기관 연구자들은 위성, 항공 그리고 기타 데이터로부터 최근 그린란드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건이 생겼다는 사실을 저널 네이처와 크라이오스피어(Cryoshpere)에 발표했습니다.  

 크라이오스피어 발표한 논문의 주저자인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이언 호와트 교수(Ian Howat, associate professor of earth sciences at Ohio State)가 목격한 것은 그린란드 내륙 50km 빙하 위에 생긴 깊이 70미터, 지름 2km의 거대한 크레이터였습니다. 

 이 크레이터가 의미하는 것은 빙하 내부에 있었던 방하호수(sub-glacial lake)의 물이 갑자기 빠지면서 빙하 아래 빈공간이 생겼고, 이로 인해 지반이 꺼지듯이 위에 있는 얼음이 주저 앉게 된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약 67억 갤론 (약 254억 리터)의 물이 한꺼번에 빠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In April 2014, researchers flew over a site in southwest Greenland to find that a sub-glacial lake had drained away. This photo shows the crater left behind, as well as a deep crack in the ice. Credit: Stephen Price,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courtesy of The Ohio State University.

 호와트 교수에 의하면 이 호수는 빙하 속에서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존재했으나 불과 수주 만에 모든 물이 다 빠져나가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위성 및 항공 촬영 사진을 정밀 판독한 결과에 의하면 이 빙하호수는 최근 빙하가 녹은 물인 해빙수(meltwater)에 의해서 가득 차 있다가 물에 힘과 물이 가지고 있는 잠열(latent heat)에 의해 호수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바다나 다른 장소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빙하가 녹은 해빙수 자체는 물론 아주 차가운 얼음물이지만 그럼에도 주변 얼음보다 더 온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주변 얼음을 조금씩 녹이면서 빙하 내부에 터널과 호수를 만들게 됩니다. 이와 같은 빙하 호수는 자연적으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최근 이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것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그린란드 일대의 기온이 상승한 것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코넬 대학의 마이클 윌리스(Michael Willis of Cornell University)와 오하이오 주립대의 마이클 베비스(Michael Bevis, Ohio Eminent Scholar in Geodynamics and professor of earth sciences at Ohio State)가 네이처에 보고한 빙하호수는 (2X4 km 정도 크기) 여름철에 물이 채워진 후 다시 어디론가 호수물이 다 빠져나가면서 비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목격되었습니다. 가장 빠를 때는 초당 215 입방 미터의 물이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린란드에 발생한 거대 크레이터  Researchers at The Ohio State University were creating the highest-resolution maps of the Greenland Ice Sheet made to date, when they discovered a crater, shown here, which had once been the site of a sub-glacial lake. Credit: Ian Howat, using a Worldview image copyright DigitalGlobe Inc. ) 

 이와 같은 현상은 빙하가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내부적으로 훨씬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호와트 교수는 이를 재앙적(catastrophic)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현재 해수면 상승 속도는 조금씩 더 빨라지고는 있지만 아무튼 일년에 수 mm 정도입니다. 아마도 21세기에 이 속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빙하는 바로 그린란드 빙하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빙하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현재 빙하의 정확한 상태와 앞으로의 변화 수준일 것입니다. 이를 위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Michael J. Willis, Bradley G. Herried, Michael G. Bevis, Robin E. Bell. Recharge of a subglacial lake by surface meltwater in northeast Greenland. Nature, 2015; DOI: 10.1038/nature14116
  2. I. M. Howat, C. Porter, M. J. Noh, B. E. Smith, S. Jeong. Brief Communication: Sudden drainage of a subglacial lake beneath the Greenland Ice Sheet. The Cryosphere, 2015; 9 (1): 103 DOI: 10.5194/tc-9-103-201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