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유전자 조작으로 수명을 늘린 초파리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지만 ( http://jjy0501.blogspot.kr/2015/01/Methuselah-fly.html 참조) 이번에는 초파리보다 훨씬 인간에 가까운 쥐에서 수명을 늘리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브라운 대학(Brown University)의 연구자들이 셀(Cell)에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앞서 연구와는 반대로 Myc라는 유전자를 한개 줄이므로써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다고 하네요.
브라운 대학의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존재하는 유전자인 Myc gene입니다. 이 유전자가 아주 폭넓은 생명체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라는 의미입니다.
이 유전자는 전사 인자(transcription factor, 특정 유전자의 전사를 유발하거나 억제하는 인자)로 주로 세포의 증식, 분열, 그리고 세포사에 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암세포에서도 잘 발견되는데, 암세포의 증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유전자가 처음 발견된 것도 버킷 림프종(Burkitt's lymphoma)에서 였습니다.
보통 이 유전자는 한쌍으로 존재합니다. 브라운 대학의 존 세디비(John Sedivy, the Hermon C. Bumpus Professor of Biology and professor of medical science at Brown)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이 유전자가 하나만 있을 때 (즉 하나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이 유전자가 하나 없는 쥐는 예상하지 않았던 특이한 점을 보였습니다.
일단 Myc가 하나만 있는 쥐는 대조군에 비해서 15% 정도 작게 자랐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자연 상태에서 살아남는데 불리한 조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자연 상태에서 Myc 가 하나만 있는 돌연변이 쥐는 생존률이 떨어져 곧 적자 생존의 법칙에 의해 도태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정상 쥐는 Myc를 두 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동시에 한 개의 Myc 유전자를 가진 쥐가 평균 15% (암컷에서 20%, 수컷에서 10%) 더 오래살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실험군 쥐는 분명하게 정상 대조군 쥐에 비해서 노화가 늦춰지는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더 건강하게 더 오래살았습니다.
(Myc 유전자가 한 개 있는 실험군과 두 개를 지닌 대조군의 뼈. 실험군의 골밀도는 나이가 들어서도 더 높게 유지됨. No bones about it. Young mice have good bone density whether they have two copies (top row; +/+) or one copy (bottom row; +/-) of the Myc gene. As they age, researchers found, mice with just one copy maintain better bone density and stay healthy longer.
Credit: Sedivy lab/Brown University )
Credit: Sedivy lab/Brown University )
포유류에서 이렇게 건강 수명을 더 늘렸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합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과거 칼로리 제한이나 혹은 화학 물질(rapamycin)을 사용해서 실험용 쥐의 수명을 연장시킨 바 있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많아서 이를 인간에서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가능성이 떨어지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쥐의 성장이 느리고 작을 뿐이지 쥐 자체는 건강하게 생활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사실 연구팀에 의하면 실험용 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며, 골다공증을 비롯한 만성 질환의 발생 빈도도 더 낮았다고 합니다.
이 연구 결과가 바로 임상에서 응용되지는 않겠지만 Myc 유전자와 이 유전자의 정확한 작동 메카니즘을 이해하면 노화 방지 뿐 아니라 질병 치료에서 여러 가지로 응용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연구팀의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Myc 유전자의 작동 기전을 억제하므로써 실험쥐에서처럼 골다공증의 발생을 줄인다든지, 혹은 다른 신체 장기의 기능을 더 오래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또 특정 암에서의 증식을 막는데 유용한 해결책을 제시할지도 모른다는 게 연구팀의 생각입니다.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 지는 장담하기 힘들지만 앞으로 연구가 계속되어 Myc 유전자의 메카니즘과 기능을 잘 이해하게 된다면 인류 전체에 많은 혜택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effrey W. Hofmann, Xiaoai Zhao, Marco De Cecco, Abigail L. Peterson, Luca Pagliaroli, Jayameenakshi Manivannan, Gene B. Hubbard, Yuji Ikeno, Yongqing Zhang, Bin Feng, Xiaxi Li, Thomas Serre, Wenbo Qi, Holly Van Remmen, Richard A. Miller, Kevin G. Bath, Rafael de Cabo, Haiyan Xu, Nicola Neretti, John M. Sedivy. Reduced Expression of MYC Increases Longevity and Enhances Healthspan. Cell, 2015; DOI: 10.1016/j.cell.2014.1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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