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일인데 실제로 최종 확인이 되었습니다. 나사와 미 국립 해양 대기청(NOAA)이 2014년이 135년 관측 사상 가장 더운해로 기록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 135년간의 기록을 보면 1998년을 제외하고 가장 더웠던 해 10위는 모두 2000년 이후였습니다. 이는 지구 기온이 상승 중에 있다고 가정하지 않으면 설명하기 힘든 쏠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 10위까지. 출처: NOAA)
(2014년 온도 기록. 평균치는 1901 년에서 2000 년 사이 기온임. 출처 : NOAA )
2014년은 20세기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0.69℃ 더 높은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기록은 2005년과 2010년과 비교하면 0.04℃ 더 높은 기온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온도 기록은 기본적으로 바다가 더웠기 대문이지만 육지라고 해서 덥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14년 바다 온도는 역대 1위로 20세기 평균보다 0.57℃ 높았고 육지 온도는 역대 4위지만 20세기 평균보다 1.00℃ 높았습니다. 19세기 평균은 추정할 수만 있을 뿐이지만 그 때와 비교한다면 이미 전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도 가량 오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영상)
(온도 변화 추이)
(2014년 온도 이상 분포. This color-coded map displays global temperature anomaly data from 2014. Image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위의 그래프를 보면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데, 매년 지구 기온이 상당한 변동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 평균으로는 따뜻해졌지만 일부 지역 (예를 들어 미국 동부)은 오히려 평년보다 더 추웠습니다. 이와 같은 패턴은 주기적으로 달라지지만 온도 상승 추세는 사실 큰 변동이 없다는 걸 위의 순위표에서 알 수 있습니다. 최근 가장 더웠던 해 대부분은 지난 1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북극권의 온도 상승은 다른 지역을 능가하고 있어 이상 기후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나사와 미국립해양 대기청은 각각 독자적인 방식으로 온도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기관에서 발표하는 수치는 약간 미묘한 차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나사의 GISS 같은 관측 위성은 지표의 온도를 우주에서 측정하고 지상과 바다에 존재하는 6300여개의 관측소에서 측정된 온도는 NOAA 에 의해 수집되어 분석됩니다.
각 기관은 서로의 자료를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변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대개 0.01℃ 이하 수준이라서 2014년 같이 이전과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 별 어려움 없이 2014년이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고 동시에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새로운 기록에 대해서 나사 및 미 국립 해양 대기청의 과학자들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지구의 기온은 상승 중일 뿐 아니라 현재 배출된 온실 가스의 양을 생각하면 사실 온도 상승 정도는 심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한 현재 알려진 기본적인 물리 및 지구 과학 법칙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온도는 지금보다 더 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놀라는 부분이 있다면 올해가 사실은 엘 니뇨 중립 (El Niño-neutral year)인 해라는 것입니다. 2014년에 있었던 엘니뇨 현상은 사실 겨울에는 잘 보이지 않았고 따라서 2014년이 최고 온도를 기록한 것은 예상과는 달리 엘니뇨 때문은 아니라고 합니다. NOAA의 CPC Oceanic Niño Index (아래 링크)는 올해가 니뇨 지수가 평균으로 거의 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고했습니다.
2014년 후반기에 엘니뇨가 크게 발생해서 온도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제가 이전에 쓴 포스트들에서 이 부분은 빗나간 추정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사실 더 충격이긴 하죠. NOAA 에 의하면 엘니뇨가 없는 해에 지구 최고 온도 기록이 깨진 것은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합니다.
지구 평균 기온에 영향을 주는 엘니뇨와 라니냐의 변동은 5-6년 정도 주기 패턴을 보이는데 라니냐가 있으면 약간 기온이 내려가고 엘니뇨가 있으면 기온이 약간 올라갑니다. 따라서 역대 가장 더운 해는 대부분 엘니뇨가 있던 해에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2014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만약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엘니뇨 활동이 강해진다면 이 해들은 2014년 보다 더 더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일부 기상학자들은 아마도 2015년이 2014년보다 더 온도가 높을지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연 정말 그렇게 될지는 물론 실제로 측정을 해봐야 알겠지만 이런식으로 온도가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면 최근 논란이 되온 지구 온난화 정체 (Global warming hiatus) 현상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인 정체였고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니까요.
아무튼 2014년까지 포함해서 봤을 때 1880년 이후에는 10년 마다 0.06℃ 온도가 상승했지만 1970년 이후에는 0.16℃ 상승했습니다. 과연 2015년, 2016년은 어떻게 될지 걱정되는 상황입니다.
참고
http://www.nasa.gov/press/2015/january/nasa-determines-2014-warmest-year-in-modern-record/index.html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