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만물을 흡수합니다. 물론 별 처럼 큰 물체라고 해도 그렇죠. 과연 블랙홀이 별을 통채로 삼킬 때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천문학자들은 이 이벤트를 관측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21일 ROTSE IIIb 망원경은 본래 초신성 관측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아주 강력한 섬광을 목격했습니다.
ROTSE3 J120847.9+430121라고 명명된 이 현상은 카툰 사우스 파크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도지(Dougie)' 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구체적으로 이 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추적했습니다. 처음에는 초신성이라고 생각되었으나 이후 켁 망원경과 9.2미터 구경 호비-에버리(Hobby-Eberly) 망원경, 스위프트 위성 관측 등을 통해서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이벤트의 정체가 극초신성(superluminous supernova), 두 개의 중성자별의 충돌, 감마선 버스트, 그리고 은하 중심 블랙홀에 다가선 별의 조석 분열(tidal disruption) 현상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다양한 관측 기기와 스펙트럼 분석,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그 정체가 실제로 별의 조석 분열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주저자인 조테프 빈코(Jozsef Vinko of the University of Szeged in Hungary)는 이 현상이 초신성과 비슷했지만 초신성과 다른 종류의 현상이며 아마도 거대 질량 블랙홀이 별을 집어 삼키는 현상을 목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참고로 SDSS 및 켁 망원경 관측 결과는 이 현상이 30억 광년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별이나 물체가 거대한 블랙홀 가까이 다가서게 되면 조석 분열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별에서 블랙홀에 가까운 지점과 먼 지점에 작용하는 블랙홀의 중력이 다르기 때문에 별을 구성하는 물질은 스파게티처럼 늘어나게 되는데, 별이 기체이기 때문에 마치 국수를 뽑듯이 가스가 뽑아져나와 거대한 가스의 띠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런 일은 이론적으로는 쉽게 예측이 되지만 실제로 목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천문학자들이 목격한 것은 바로 블랙홀의 식사 장면이었습니다.
(블랙홀에 흡수되는 별의 시뮬레이션 When a star encounters a black hole, tidal forces stretch the star into an elongated blob before tearing it apart, as seen in these images from a computer simulation by James Guillochon of Harvard University.)
(동영상)
시뮬레이션 및 관측 결과는 아마도 도지가 태양 만한 질량을 가진 별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갔을 것이고 일부 물질은 아원자 상태로 분해되어 제트의 형태로 분출되었을 것입니다. 빨려들어간 별의 물질은 강착원반과 제트의 형태로 가열되어 멀리 떨어진 지구에서 관측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밝기는 22.5 등급 정도로 육안이나 소구경 망원경으로는 절대 관측하기 힘든 어두운 밝기였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별이 블랙홀에 통째로 삼켜지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실제로 관측은 쉽지 않은 일이죠. 다행하게도 태양은 위치상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에 삼켜질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인류는 안전하게 다른 별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일을 관측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참고
"A Luminous, Fast Rising UV-Transient Discovered by ROTSE: a Tidal Disruption Event?" J. Vinko et al., 2015, Astrophysical Journal, Vol. 798, No. 1, Art. 12 dx.doi.org/10.1088/0004-637X/798/1/12 , On Arxiv: arxiv.org/abs/1410.6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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