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주국의 비너스 익스프레스(Venus Express)는 2006년부터 금성의 대기를 관측해오다 2013년 11월 28일 교신이 두절되었습니다. 유럽 우주국은 교신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다음 달에는 비너스 익스프레스 미션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7년 이상 금성 대기를 관측한 유일한 탐사선이라는 타이틀과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지구로 전송한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죠. 유럽 우주국은 과거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관측한 금성 대기의 신비로운 모습을 다시 공개했습니다.
(금성의 극지방에 형성된 거대 소용돌이. Credit: ESA/VIRTIS/INAF-IASF/Obs. de Paris-LESIA/Univ. Oxford)
금성은 지구와 여러 모로 비슷한 행성이지만 대기는 정말 딴판인 행성입니다. 금성의 대기는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로 이로 인한 온실 효과로 인해 표면은 납이 녹을 만큼 뜨거운 섭씨 462도의 지옥 같은 환경입니다. 금성의 지표는 바람도 거의 없고 압력도 100기압에 가까운 찜통 같은 환경이지만 고도 50 - 70km 위의 환경은 이와는 전혀 다릅니다.
금성의 대기 역시 지구의 대기처럼 열에너지의 차이에 의해 대류 현상이 일어나고 순환이 발생하는데 대기 상부에서의 속도는 시속 400km에 정도로 매우 빨라서 지구 시간으로 4일에 한번 행성을 순환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금성 자체의 자전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금성 대기 상부에서 바람의 속도는 금성의 자전 속도의 60배에 달합니다.
이와 같은 독특한 대기의 특성 때문에 금성의 극 소용돌이(polar vortex) 역시 매우 독특한 모양을 보입니다. 비너스 익스프레스의 가시광 및 적외선 써멀 이미징 분광기(Visible and Infrared Thermal Imaging Spectrometer (VIRTIS))는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관측했습니다. 사실 지난 70년대 나사의 탐사선들이 잠시 그 모습을 관측한 바 있지만 상세 관측은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금성에 도달하기 전까지 한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습니다.
(금성의 극 소용돌이. 44시간 동안 촬영한 영상 The dynamic nature of the South polar vortex can be seen in this video sequence, composed of images obtained on 7 April 2007. The video is composed of a series of ten images taken over a period of five hours at half-hourly intervals, at a wavelength of 3.9 micrometres. The vortex is rotating with a period of about 44 hours. In video, the point of view of the observer has been rotated at the same rate so that the vortex appears stationary in the centre of the image. These images were obtained as part of the ‘VIRTIS movie’ sequence, previously reported on 7 May 2007. This movie shows that the vortex is very complex, with atmospheric gases flowing in different directions at different altitudes. The bright region at the top-centre appears to be the most active region and its brightness suggests that it is where atmospheric gases are flowing downward. Extending leftward from this point is an ‘S’-shaped feature which is seen frequently in the polar vortex. A very similar feature was observed at the northern polar vortex in 1979 by Pioneer Venus. Credit: ESA/VIRTIS/INAF-IASF/Obs. de Paris-LESIA/Univ. of Oxford )
과학자들은 금성의 대기가 지구와 유사하게 적도에서 뜨거워진 후 극지방으로 순환해 여기서 다시 하강하는 과정에서 이런 모양의 극소용돌이가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물이 가득찬 욕조에서 물을 빼낼 때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과 비슷하지만 금성의 자전 속도가 느리다보니 지구에서 볼수 있는 예쁜 소용돌이는 생기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신 S 모양의 독특한 소용돌이를 볼 수 있죠.
비너스 익스프레스가 임무를 종료하면서 현재 금성의 대기를 모니터링하는 탐사선은 없는 상태입니다. 화성과 비교하면 좀 아쉬운 일이죠. 나사는 앞으로 몇 개의 금성 탐사 임무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 가운데 1-2 개 정도는 금성의 감춰진 모습을 더 상세하게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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