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얼음은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최근 그린란드의 빙하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것과 마찬가지로 남극의 빙하 역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구 기온 상승에 따라 이 빙하들이 생성되는 속도보다 녹는 속도가 빨라져 질량을 잃고 있기 때문이죠.
남극 빙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온도 변화가 덜하기 때문에 그린란드 빙하에 비해서 훨씬 안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이 거대한 남극 빙하도 조금씩 지구 기온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연구는 남극 서부 빙상의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호주의 과학자들이 남극 동부 빙상에서 가장 큰 빙하인 토텐 빙하(Totten Glacier)가 과거 생각과는 달리 더 따뜻해진 바닷물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실 이 빙하는 과거 위성 관측에서 얇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과학자들은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호주의 쇄빙선인 오로라(Aurora Australis icebreaker) 덕분에 이 빙하의 주변을 탐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 결과 주변 바다의 온도가 섭씨 1.5 도 상승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텐 빙하의 위성 사진. Credit : ESA)
토텐 빙하는 남극 동부에서 가장 큰 빙하로 폭 30km에 길이 120km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입니다. 이 빙하와 그 주변의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은 6미터 이상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이 탐사의 수석 과학자인 스티브 린툴(chief scientist Steve Rintoul)은 AFP 와의 인터뷰에서 연구팀이 빙하 앞에서 측정한 해수의 온도는 빙하를 의미있게 녹이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빙하가 매우 거대하기 때문에 하룻밤에 다 녹아 없어질 수는 없다고 언급했는데, 쉽게 말해 머지 않은 시일내로 다 녹아서 해수면이 6미터나 상승할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있어서 녹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정확한 미래 해수면 상승 속도를 예측하는 일은 과학적으로는 물론 정치,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사실 해수면은 지난 수십년간 예외 없이 상승만 해왔습니다. 다만 일년에 수mm 정도라서 우리들은 체감을 못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지대 국가와 도서 국가들의 경우 이 정도로도 체감이 가능한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기후 협약에서 매우 강한 목소리를 내는 국가들이기도 하죠.
아무튼 이번 탐사에서 연구팀은 남극 동부 빙상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 처럼 잘 보호되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정도 녹는 속도가 빠른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겠지만, 인류 전체에게 좋은 소식이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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