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땅속 혹은 물속 깊이 있는 석유와 가스를 채취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지역을 드릴로 시추하고 탐색을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석유나 천연가스가 대량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습니다. 또 처음에는 가스와 석유가 잘 나오던 유정이나 가스정이라도 점차 고갈되면 새로운 장소에서 시추 및 탐색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 석유/가스 매장 지역에 무수히 많은 폐유정과 폐가스정이 생기게 됩니다.
대부분 이런 경우 메우는 조치를 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내부에 있던 가스가 새어나올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런 가스는 인화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 폐유정 및 가스정에 대해서 관리 감독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최근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이런 폐유정과 폐가스정이 화재 위험 이외에도 지구 환경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마이클 셀리아 교수(Michael Celia, the Theodore Shelton Pitney Professor of Environmental Studies and professor of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 at Princeton)가 이끄는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서북부에 있는 폐유정/가스정 19곳을 선별해서 조사했습니다.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현재 인위적 온실가스 가운데서 이산화탄소 다음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메탄 가스가 새어나온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은 전체 온실 가스 배출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지금까지의 생각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정확한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 놀랍게도 모든 폐유정과 가스정에서 메탄 가스 배출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메탄은 이산화탄소 대비 20배 이상 복사 강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온실 효과 유발 능력이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에 비해 20배 이상 높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메탄 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것 역시 기후 변화 대응에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관측된 폐유정 중 하나. One of the wells the researchers tested; this one in the Allegheny National Forest. Credit: Princeton Universit )
메탄 가스는 천연 가스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폐유정과 가스정에서 이것이 새어나온다는 사실 자체는 놀랍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새어나오는지 입니다. 사실 놀라운 부분은 이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19 개의 폐유정/가스정 가운데 주 당국의 기록에 등록된 것은 한 개뿐이었으며 나머지는 누가 언제 시추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석유 채취의 역사는 19세기까지 올라가지만 여기에 대해서 환경 규제가 가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과거에는 폐유정/가스정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없었고, 그냥 시추하다가 중단한 경우에도 보고할 의무가 없었습니다. 물론 유정이나 가스정을 운용 중에는 메탄 가스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폐기한 이후에 대한 규제는 느슨해서 석유/가스 회사들은 폐유정과 폐가스정에 대해서 화재 위험성이 없다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미국 전역에 방치된 폐유정/가스정은 수는 이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약 300만개에 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은 기록에도 나와있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폐유정과 가스정에서 메탄가스가 배출된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대기 중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펜실베니아주의 인위적 온실 가스 배출의 4-7% 가 바로 이런 버려진 폐유정과 폐가스정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저널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발표했습니다. 온실 가스 감축은 여러가지로 힘든 일이지만 이 경우에는 메탄 가스 배출량이 높은 폐유정과 가스정을 우선적으로 관리하므로써 주변 환경 오염 방지 및 온실 가스 감축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별다른 논란없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폐유정에서 나온 기름으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메탄가스로 인한 화재위험까지 생각하면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무튼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이렇게 폐유정/가스정 관리가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놀랍네요. 이제부터라도 확실한 실태 파악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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