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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302 - 지구의 물은 어디서 왔을까 ?



 지구 표면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있습니다. 이 물이 어디서 왔는지를 두고 과학자들은 오랬동안 논쟁을 벌여 왔습니다. 사실 물 자체는 우주에 매우 흔한 분자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자인 수소 2개와 수소 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풍부한 원소인 산소 원자 1 개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만큼 물이 우주에 풍부하다는 것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지구 표면에 막대한 물이 고이게 된 것은 어딘가에서 공급이 되었다는 가설을 유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지목하는 지구 외부 후보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바로 혜성과 소행성입니다. 혜성은 많은 양의 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전부터 유력한 후보로 생각되었습니다. 다만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혜성의 성분을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물에는 중수 (heavy water, 수소 원자 대신 중수소 동위원소 원자를 가지고 있는 물 분자) 를 비롯한 동위 원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성분을 분석하면 어디서 기원했는지 단서를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혜성의 물 분자를 분석할 첫 번째 기회는 1986년에 있었습니다. 당시 유럽 우주국의 지오토 (Giotto) 탐사선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혜성인 헬리 혜성의 핵에서 596 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서 관측을 진행했는데 이 때 혜성에서 나오는 물질의 구성 성분도 같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 가스의 80% 가 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물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지구의 물 보다 더 무겁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아마도 헬리 혜성의 구성 성분은 지구의 바다를 구성하는 물의 성분과 서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헬리 혜성은 태양계의 최외각을 구성하는 천체들의 모임인 오르트 구름 (Oort Cloud) 에서 기원하는 혜성입니다. 즉 오르트 구름의 혜성들은 지구의 바다를 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는 셈입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다른 혜성들에서 단서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딥 임팩트 (Deep Impact) 탐사선은 EPOXI 연장 임무를 통해서 103P/Hartley 혜성에 700km 까지 근접해 혜성에서 나오는 물질의 구성 성분은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하틀리 혜성에서 나오는 구성 물질은 대부분 이산화탄소였지만 같이 포함된 물의 동위원소비는 지구의 물과 일치했습니다.  



(하틀리 혜성의 근접 사진.  Image of Comet Hartley 2. This image was captured by NASA's EPOXI mission between Nov. 3 and 4, 2010, during the spacecraft's flyby of comet Hartley 2. It was captured using the spacecraft's Medium-Resolution Instrument. Credit : NASA/JPL-Caltech/UMD )  


 하틀리 혜성은 해왕성과 명왕성 궤도 밖에 있는 천체들의 모임인 카이퍼 벨트에서 기원한 혜성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오르트 구름이 아니라 카이퍼 벨트에서 기원한 혜성들이 지구의 바다를 형성하는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태양계 역사의 초기에는 행성을 구성하는데 참여하지 못한 수많은 작은 소행성과 혜성들이 행성들과 충돌했습니다. 지구 역사의 초창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들이 지구에 충돌했는데 지구의 바다를 구성한 물도 여기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지구의 내부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표면에 고이기 어렵고, 가끔씩 화산 활동을 통해서 표면으로 분출되기 때문에 지구 역사상 초기 부터 상당한 양의 바다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소행성과 혜성이 더 유력한 후보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10년의 하틀리 혜성 물질 분석 결과는 이와 같은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까지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사실 한 개의 혜성 물질 분석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수많은 혜성과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텐데 한 개만 분석해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겠죠.  


 2014년, 유럽 우주국의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 67P/Churyumov–Gerasimenko 에 도달해 탐사를 진행했습니다. 불행히 착륙선 필래는 표면 아래 물질을 얻어서 결과를 전송하는데 실패했지만 (물론 나중에라도 정보를 전송해 줄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희망이 약간 남아 있지만)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에서 증발하는 물질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물질을 분출하는 혜성 67P  Credit : ESA/Rosetta/NAVCAM )  


 그 분석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로제타의 결과에 의하면 카이퍼 벨트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이는 혜성 67P의 물은 심지어 헬리 혜성을 구성하는 물보다 더 중수 비중이 높았습니다. 따라서 지구의 바다가 단순하게 카이퍼 벨트 혜성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은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하틀리 혜성과 67P 혜성의 동위원소 비율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몇 가지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이 사실은 동일한 기원에서 탄생한 것이 아닐 가능성입니다. 즉 다양한 천체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사실 이들 중 하나는 카이퍼 벨트에서 기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입니다. 즉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혜성의 기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이 탐사선이 측정한 자료가 모두 옳다라는 전제가 확실해야 하겠죠.  


 결국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혜성 물질을 그대로 입수해서 지구에서 분석할 수 있다면 더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혜성에서 증발하는 물질은 혜성 내부에 있는 물질과 약간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증발하기 쉬운 위치에 있는 물질 부터 증발할 것이고 몇 차례 증발을 통해 내부 물질과 구성비에 변동이 있을 수 있음) 따라서 필레가 다시 작동해서 데이터를 보내주거나 혹은 미래 탐사 미션에서 이와 같은 목표가 달성되어야 합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나사가 2016년에 소행성 베뉴를 향해서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4/11/NASAs-next-target-is-the-Bennu.html  참조) 탐사선OSIRIS - REx 는 베뉴에서 물질을 채취해올 계획입니다. 또 일본의 탐사선 하아부사 2 역시 샘플 채취를 목표로 탐사선을 발사했습니다.  


 만약 소행성에서 물 성분을 채취해서 그 동위 원소 비를 측정한다면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제타의 데이터는 사실 실망스러운 결과라곤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태양계의 역사와 구조가 우리 생각보다 복잡하며, 따라서 앞으로 연구할 주제가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꽤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혜성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복잡한 기원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리고 지구의 바다를 구성하는 물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이 모든 질문의 답은 미래의 연구에 달려있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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