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나왔던 도시 전설 같은 이야기 중에 하나가 동물들이 지진이나 해일, 태풍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저널 current biology에는 노란 죽지 솔새(golden-winged warbler)가 토네이도의 발생을 미리 감지하고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노란 죽지 솔새는 길이 11cm 정도에 8-10g 정도의 체중을 지닌 소형 조류로 미국 동부와 중남미 대륙에 걸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 새들이 토네이도 발생 지역을 건너갈 때 이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토네이도는 한국에선 보기 힘들어서 매우 다행인 자연 현상으로 미국에서는 매년 막대한 재산 피해와 함께 많은 생명을 잃게 만드는 무서운 자연 재해입니다. 만약 토네이도 발생을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재산 피해는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인명 피해 만큼은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토네이도 발생을 빨리 예측하기 위한 연구가 오랬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노란 죽지 솔새 역시 토네이도에 휩쓸리면 치명적인 결과를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 새 역시 토네이도를 피하고 싶을 텐데, 이들이 토네이도 발생을 인간보다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른 연구 중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헨리 스트레비(Henry Streby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노란 죽지 솔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 작은 새의 등에 매달 수 있는 위치 추적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 새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예상치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노란 죽지 솔새는 8월에서 9월 사이 미국 북동부에서 남미로 이동한 후 다시 다음해 4월에 미국 북동부로 돌아오는 이동 경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서식지와 이동 경로에는 토네이도 다발 지역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4년 4월 27일, 5000km 이상을 비행해서 미국 테네시 인근의 컴버랜드 산(Cumberland Mountains of eastern Tennessee)에 안착한 노란 죽지 솔새 무리는 갑자기 남쪽으로 1000km 이동해 여기에서 5일간 지낸 후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솔새가 떠난 후 테네시 인근에 강력한 토네이도가 84개 이상 발생해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35명이 죽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종료되자 솔새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엄청난 거리를 날아와 기진 맥진한 솔새 무리가 토네이도 발생 24시간 전에 안전 지대로 대피한 것도 놀랍지만 토네이도가 끝난 후 정확히 본래 있던 자리까지 이동한 것은 더 놀라운 일입니다. 이는 우연이라곤 생각하기 힘든 일로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아마도 노란 죽지 솔새가 토네이도를 감지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가설일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새가 아마도 초저주파(infrasound)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 연구를 통해서 이런 토네이도를 포함한 폭풍이 수천km까지 퍼저나가는 저주파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이 새들이 감지할 수 있다면 태풍의 이동을 파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아마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폭풍이 다가오는 중인지 멀어지는 중인지도 파악하느 것 같다는 점입니다. 토네이도가 물러간 후 다시 본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가설은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할 것입니다. 위치 추적기와 토네이도 발생 장소/시기를 대조하면 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초저주파가 정말 그 비밀인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들을 수 없지만 기계를 통해서 감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로 인해서 더 빠른 토네이도 예측이 가능해 진다면 인간이 노란 죽지 솔새에게 한 수 배우는 셈이 될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Henry M. Streby, Gunnar R. Kramer, Sean M. Peterson, Justin A. Lehman, David A. Buehler, David E. Andersen. Tornadic Storm Avoidance Behavior in Breeding Songbirds. Current Biology, 2014 DOI: 10.1016/j.cub.2014.10.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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