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전세계적으로 증가 중인 기대 수명


 지난 19세기 이후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혹은 기대 여명, Life expectancy. 앞으로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명)는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비록 1/2 차 세계 대전 같은 큰 전쟁도 있었고 중간에 기아와 질병이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의학 기술의 발전과 식량 생산 능력의 급격한 증대, 그리고 보건 위생의 개선으로 말미암아 인류의 평균 수명은 급속도로 길어지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와서는 주요 국가에서 평균 수명이 대부분 70-80세를 넘기는 상황까지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의학 저널 란셋(The Lancet) 에는 전세계 188개 국가의 주요 사망원인 240가지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습니다. 이 연구는 전세계 7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의 공동 성과로  Global Burden of Disease (GBD)  2013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것은 워싱턴 대학의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IHME) 입니다. 참고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이 연구에 의하면 1990년에 47.6 세였던 평균 사망 연령은 2013년에는 59.3 세로 놀라운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국제적인 노력에 의해서 저개발 국가까지 백신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가 파급되고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향상된 것이 그 중요한 이유지만 사실 지역적인 차이는 아직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유엔 인구 예측에 기반한 대륙별 기대 수명 증가 
This is a chart depicting trends in life expectancy at birth by various regions of the world from 1950-2050. The data come from the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08.  출처 : wikipedia)    


 지난 수십년간 (1990년에서 2013년 사이)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거둔 국가는 바로 인도였습니다. 인도에서 영유아 사망률과 성인 사망률은 빠른 속도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물론 지난 수십년간 인도가 거둔 성장의 결과물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인도의 평균 사망률은 소아에서 연간 3.7%, 성인에서 1.3% 감소했습니다. 23년 사이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평균 기대 수명은 남성에서 57.3세에서 64.2세로 증가했고, 여성에서는 58.2세에서 68.5세로 증가했습니다.

 인도의 상황이 평균 이상 개선된 것은 인상적이지만 사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1990년에서 2013년 사이 기대 수명은 65.3세에서 71.5세로 증가해했습니다. 여성에서는 6.6년, 남성에서는 5.8년 기대 수명이 길어졌는데, 2030년에는 전 세계 여성의 기대 수명이 85.3세에 이르고 남성의 경우에도 78.1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전쟁이나 병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극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 지역만 시계 바늘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바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입니다. 이 지역에서 창궐하는 전염병하면 최근에는 에볼라를 먼저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더 큰 문제는 에이즈입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에이즈/HIV 전파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재 이로 인해 평균 수명 감소와 노동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HIV 전파 차단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이미 전파가 된 사람에 대해서 완치시킬 수단이 아직 없고, 여전히 유병률이 높아 한동안 이 지역에서 조기 사망원인 1위는 에이즈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내전과 기아 역시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 사회의 노력이 집중되겠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아직 아프리카는 갈등의 소지들이 꽤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한편 1990년 GBD 조사에서 나온 10대 사망원인과 2013년 GBD 10대 사망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Leading causes of death globally, with the number of deaths

2013

1. Ischemic heart disease (8,139,900)
2. Stroke (6,446,900)
3.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2,931,200)
4. Pneumonia (2,652,600)
5. Alzheimer's disease (1,655,100)
6. Lung cancer (1,639,600)
7. Road injuries (1,395,800)
8. HIV/AIDS (1,341,000)
9. Diabetes (1,299,400)
10. Tuberculosis (1,290,300)

1990

1. Ischemic heart disease (5,737,500)
2. Stroke (4,584,800)
3. Pneumonia (3,420,700)
4. Diarrheal diseases (2,578,700)
5.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2,421,300)
6. Tuberculosis (1,786,100)
7. Neonatal preterm birth complications (1,570,500)
8. Road injuries (1,058,400)
9. Lung cancer (1,050,000)
10. Malaria (888,100)

 여전히 심혈관 질환이 1위를 차지하고 뇌졸증이 2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알츠하이머 병이 높은 위치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폐암 역시 줄어들기는 커녕 더 증가하고 있는데 주요 선진국에서 흡연율이 떨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신흥국에서 흡연인구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신흥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는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호흡기 질환과 폐암의 위험은 물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한동안 증가 추세를 보일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편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는 무려 134만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앞서 언급한 대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 인구입니다. 아직 수천만명의 감염자가 있는 만큼 앞으로의 전파를 막는다고 해도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결핵이나 말라리아가 10위 권에서 벗어난 것은 고무적입니다.
 고칼로리 고지방 고나트륨 식단(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이 전 세계적으로 더 흔해지고 비만과 과체중이 세계적인 문제로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인류의 평균 수명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질환이 조절되므로써, 그리고 치료로 인한 생존율이 올라가므로써 수명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지만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 복지 재정 수요 증가는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문제가 되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평균 수명이 증가하게 되면 언젠가는 인간의 수명 한계에 근접하는 90-100세 수준까지 기대 수명이 증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100세 장수 국가는 인간의 꿈이지만 노후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는 만큼 세계 각국이 여기에 대해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빨리 죽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오랬동안 일을 할 수 있도록 평소에 건강 관리에 힘쓰고 (오래 산다는 뜻이 오랬동안 병없이 산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 일단 건강해야 일도 더 할 수 있고 병원비도 아낄 수 있음) 변화에 맞춰서 새로운 직업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입니다.  ​ 


 참고


Journal Reference:
  1. GBD 2013 Mortality and Causes of Death Collaborators. Global, regional, and national age–sex specific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for 240 causes of death, 1990–2013: a systematic analysis for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2013The Lancet, Dec 18, 2014 DOI: 10.1016/S0140-6736(14)61682-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