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질소(N2O)는 들이마셨을 때 마치 웃는 것 같은 근육 경련을 일으키기 때문에 웃음 가스(Laughing gas)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놀이용으로도 사용되기도 하죠. 이 가스는 1844년부터 마취 용도로 사용되어왔을 만큼 의료용으로 사용된 역사가 오래되는데, 요즘도 같은 용도로 사용이 되며 몇몇 다른 의료 분야에서도 응용이 시도된 바 있습니다.
아산화질소가 웃음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 뇌의 특정 부위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서 다행감(Euphoric effect, 신체적, 정신적으로 행복한 상태)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가스를 중증의 우울증 치료에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대학의 마취과 교수인 피터 네글레(Peter Nagele)와 그의 동료들은 기존의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예비 연구(pilot study)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후 실험군에는 아산화질소와 산소를 섞은 가스를 노출시키고 대조군은 그냥 질소와 산소를 섞은 가스를 노출시켰습니다.
결과는 아산화질소가 실제 우울증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나왔습니다. 실험 다음날 설문 조사에서 아산화가스 치료군 20명 가운데 3분의 2가 증상이 좋아졌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중 7명은 증상이 조금 좋아졌고 다른 7명은 매우 좋아졌으며 3명은 아예 증상이 사라졌다고 답변한 반면, 대조군 20명 가운데 좋아졌다고 답변한 사람은 3분의 1이었으며 증상이 나빠졌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널 Biological Psychiatry에 발표되었는데, 연구팀은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매우 빠른 효과가 나타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Prosac)은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웃음 가스 치료는 불과 하루 이내에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아산화질소가 실제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효과가 정말 있는지 확실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필요합니다. 또 장기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사용할 때 과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 지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알약으로 먹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스프레이 제제로 사용한다면 이 부분은 심각한 단점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앞서 언급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정확한 아산화질소 농도를 알기 위해 실험군을 더 세분화시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중증 우울증은 자살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웃음 가스가 신속하게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많은 우울증 환자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Peter Nagele, Andreas Duma, Michael Kopec, Marie Anne Gebara, Alireza Parsoei, Marie Walker, Alvin Janski, Vassilis N. Panagopoulos, Pilar Cristancho, J. Philip Miller, Charles F. Zorumski, Charles Conway. Nitrous Oxide for Treatment-Resistant Major Depression: a Proof-of-Concept Trial. Biological Psychiatry, 2014; DOI: 10.1016/j.biopsych.2014.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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