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인간은 물론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지옥같은 환경입니다. 표면 온도는 평균 462℃에 이르며 기압은 지구 해수면 수준의 92배에 달해 납도 녹일 수 있을 만큼 뜨거운 고압의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유기체도 무사히 생존할 수 없으며 따라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커녕 인간이 금성에 착륙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인류가 반드시 금성에 갈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화성 보다 금성쪽이 지구에서 더 쉽게 갈 수 있습니다. 거리적인 측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표면에 착륙하려면 초고온 초고압 환경에 인간이 적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성의 하늘은 어떨까요?
나사의 과학자들은 아주 재미난 컨셉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하복 (High Altitude Venus Operational Concept (HAVOC))이라고 명명한 이 컨셉은 금성의 지표가 아닌 고도 50 km 상공에서 유인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금성의 대기는 지구보다 훨씬 밀도가 높은 만큼 고고도 비행선 제작에 있어 훨씬 유리합니다. 즉 금성의 하늘 높은 곳에 비행선을 보내는 컨셉입니다. (사진과 영상 참조)
(하복 컨셉. HAVOC. Credit: NASA Langley Research Center )
(나사의 금성 탐사 컨셉 비디오)
금성의 높은 하늘에서는 고온 고압의 대기나 황산 구름, 번개, 화산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물론 매우 과감한 아이디어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사에서 이런 재미난 컨셉을 내놓은 것은 흥미롭네요. 특히 금성의 하늘에 건설한 공중 기지의 아이디어는 거의 SF 소설이나 만화에 버금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에도 몇 가지 큰 장애물은 있습니다. 예산은 항상 발목을 잡는 이슈가 될 것이고 안전성 및 기술적 가능성 여부 역시 문제가 되겠죠. 그런데 의외로 한 가지 면에서는 화성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다는 것이 나사의 설명입니다. 금성의 두터운 대기 덕분에 방사선 수준은 화성 보다 더 낮다는 것입니다.
금성 표면에서 약 50 km 정도 부근에서는 기압도 1 기압 정도이고 평균 기온이 섭씨 75 도 정도로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사선 수준 역시 지구처럼 낮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약간 의아한 내용인데 금성은 지구보다 훨씬 약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아무튼 그게 사실이라면 이것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하복 컨셉이 진짜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현재 예산 상황을 고려하건데 별로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상상력을 자극하는 컨셉인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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