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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281 - 명왕성 크기의 천체들이 충돌하는 행성계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는 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가 HD 107146 라고 명명된 별에서 아주 독특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이 별은 우리 태양과 비슷한데 아직 청소년기에 있는 젊은 별입니다. 이 말은 아직 생성된지 오래되지 않은 별이라는 것이죠. 이 별은 아직도 원시 행성계 원반 (protoplanetary disk)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나 다른 행성계들은 원시 행성계 원반에 있는 작은 먼지와 가스들이 서로의 중력에 의해 뭉쳐져 현재와 같은 행성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이 HD 107146 를 관측한 이유는 바로 이 원시 행성계 원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 관측한 것은 밀리미터 사이즈의 아주 작은 입자가 외곽에 있는 먼지 고리에서 갑자기 증가한 것이었습니다. 


 이 가스와 먼지의 고리는 모성에서 매우 먼 거리인 130억 km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 위치에 갑자기 작은 입자가 공급된 것은 어디선가 유입되었기 보다는 이 궤도에 있는 어떤 천체가 충돌해서 작은 입자들이 대량 공급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아마도 명왕성 크기의 천체가 충돌하면서 작은 입자가 대량으로 공급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HD 107146 에서 명왕성 사이즈의 천체가 충돌하는 상상도 Artist impression of the debris disk around HD 107146. This adolescent star system shows signs that in its outer reaches, swarms of Pluto-size objects are jostling nearby smaller objects, causing them to collide and Credit: A. Angelich (NRAO/AUI/NSF) )


(실제 ALMA 의 관측 이미지.  ALMA image of the dust surrounding the star HD 107146. Dust in the outer reaches of the disk is thicker than in the inner regions, suggesting that a swarm of Pluto-size planetesimals is causing smaller objects to smash together. The dark ring-like structure in the middle portion of the disk may be evidence of a gap where a planet is sweeping its orbit clear of dust. Credit: L. Ricci; ALMA (NRAO/NAOJ/ESO); B. Saxton (NRAO/AUI/NSF)


 이와 같은 일은 사실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드물게 관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태양계 역시 생성 초기에 여러개의 작은 미행성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더 큰 행성이 되는 과정을 겪었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이면 충돌을 통해서 더 커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충돌을 통해 산산 조각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ALMA 가 목격한 것은 바로 그런 현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구의 리더인 하버드 - 스미소니언 센터의 루카 리치(Luca Ricci, an astronomer at the Harvard-Smithsonian Center for Astrophysics in Cambridge, Massachusetts)는 무엇보다 모항성에서 이렇게 먼 곳에서 미행성이 형성되고 충돌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이 위치는 태양 - 해왕성 거리의 2.5 배에 달하는 먼 거리입니다. 우리 태양계로 따지면 카이퍼 벨트에 해당하는 위치입니다. 


 또 과학자들은 이 바깥쪽 거대 디스크에서 일종의 갭을 발견했는데 이미 어쩌면 지구 같은 형태의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모항성에서 상당히 먼 곳에서 거대 디스크와 생각보다 큰 천체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상당히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태양계 역시 해왕성 궤도 밖에 다수의 왜행성과 카이퍼 벨트라는 천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주에서 그렇게 드문일이 아닌지도 모릅니다. 다만 HD 107146 은 태양의 젊은 시절과 비슷하면서 더 거대한 외부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행성계에는 더 거대한 혜성이 더 자주 발생할 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미정이지만 흥미로운 행성계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연구는 Astrophysical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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