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과학자들은 태양 외에 다른 항성들도 태양 처럼 여러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과거엔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수십년간 직간접적인 관측 방법의 발달로 인해 외계 행성에 대한 증거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제 행성과학과 우주 탐사에 없어서는 안될 부분이 바로 외계 행성 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2 년 6월 2일까지 확인된 외계 행성은 771 개에 달했으며 이 중 102 개는 다른 2개 이상의 행성으로 구성된 행성계 주변을 돌고 있어 617 개의 행성 시스템이 밝혀졌습니다. 아마도 행성이 1-2 개인 행성계가 많은 것보다는 우리의 관측 기술로 밝혀내지 못한 행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외계 행성의 존재를 밝혀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서치 라이트 옆에 있는 반딧불을 찾아내는 것 처럼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것이 항성은 매우 밝지만 행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어둡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는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20 억분의 1 도 안되며 지구는 이 빛의 30% 만을 반사할 뿐이기 때문에 만약 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에서 태양계를 관찰할 때 지금 우리의 관측 기술로는 지구의 존재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측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면서 몇년 전부터는 대부분 작은 점에 지나지 않기는 하지만 직접 외계 행성의 이미지 (Direct Image) 를 구할 수 있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직접 이미지를 관측하는 것 이외에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방법은
- Radial velocity or Doppler method
- Transit method
- Transit Timing Variation (TTV)
- Gravitational microlensing
- Astrometry
- Pulsar timing
- Circumstellar disks
등이 존재합니다.
아무튼 외계 행성의 이미지를 직접 촬영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고 운이 따라줘야 가능합니다. 타겟이 되는 외계 행성이 모항성에서 너무 가까이 있을 경우 모항성의 빛에 가려 거의 촬영이 불가능하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어두운 경우에도 촬영이 안됩니다. 모항성 역시 충분히 밝아야지만 반사되는 빛이 많기 때문에 모항성도 적색 왜성 보다는 보다 밝은 주계열성이 좋습니다. 또 지구에서 너무 멀면 당연히 안보입니다.
여기에 각도도 중요한데 가능하면 지구에서 수직방향으로 내려다 봐야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마지막으로 물론 어느 정도 크기가 되야 당연히 지구에서 촬영이 가능합니다. 대개 직접 이미지로 발견되는 외계 행성은 거의 갈색 왜성급 수준이나 아무튼 목성보다 더 거대한 것들입니다.
(AB Pictoris 와 그 동반성 AB Pictoris b. 출처 : ESO )
2003 년 촬영된 AB Pictoris 가 그 좋은 예인데 대략 목성 질량의 13 배 수준으로 생각되는 작은 동반성이 VLT 에 의해 포착되었습니다. 이 동반성은 매우 큰 행성이거나 혹은 아주 작은 갈색 왜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갈색 왜성은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을 유지할 수 없는 태양 질량의 7.5% 미만 혹은 목성 질량의 75 - 80 배 이하인 천체를 의미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중수소등을 이용한 제한적 핵융합 반응이 가능해 항성과 행성에 경계에 있다고 봅니다. 질량 하한선은 다소 애매한데 목성 질량의 12- 13 배 정도로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행성계의 직접 촬영 영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지구에서 129 광년 정도 떨어진 HR 8799 라는 항성입니다. 이 항성은 매우 젋은 주계열성으로 (대략 3000 만년 정도 ) 태양보다 1.5 배 정도되는 질량과 4.9 배 정도 되는 밝기를 가지고 있는데 적어도 4개의 거대 목성형 행성이 적당한 위치에서 공전하고 있고 또 이 행성들의 공전면이 지구에서 봤을 때 수직방향으로 내려다보는 형태여서 운좋게 촬영이 가능했던 경우입니다.
(가운데 X 로 표시된 것이 항성 HR 8799 이고 주변에 세개의 행성 b,c,d 의 이미지가 보이고 있음 NASA/JPL-Caltech/Palomar Observatory NASA/ public domain )
(HR 8799 의 네 행성, b,c,d,e 의 모습과 공전 방향이 찍힌 사진 저자 Ben Zuckerman )
(HR 8799 의 행성 시스템 from wiki)
HR 8799 의 경우 목성 질량의 5-7 배 정도 되는 행성들이 촬영에 적당한 거리인 15 - 70 AU (1AU 가 1.5 억 km 거리) 에 존재하고 있어 행성계 자체가 촬영이 잘 된 경우 입니다. 다만 역시 이 경우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작은 행성들이 대거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관측 결과는 목성급의 대형 가스 행성이 외계 행성 가운데 그다지 드물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다만 행성계 자체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명체가 지금 존재할 가능성은 다소 희박해 보이긴 합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경우는 지구에서 대략 63 광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베타 픽토리스 (Beta Pictoris) 라는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 Beta Pictoris b 입니다. 이 항성 역시 태양 질량의 1.75 배 정도에 발기는 태양의 8.7 배 이며 나이는 800 만에서 2000 만년 정도로 매우 젋습니다.
(beta pictoris b 의 직접 촬영 사진. VLT 로 촬영됨. 저자 ESO/A.-M. Lagrange et al. )
Beta Pictoris 주변에는 먼지 디스크가 존재하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행성들이 충돌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beta pictoris b 는 목성의 대략 8 배 정도 되는 행성이며 8 AU 정도 되는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직접 이미지 촬영으로 밝혀낸 행성은 HR 8799 에서 발견된 4개를 포함 12개에 불과할 만큼 적습니다. 그나마 매우 적당한 조건이 아니면 촬영이 불가능하며 촬영이 되었다고 해도 대기의 조성이나 위성의 존재 유무를 알 수 있는 해상도 높은 사진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점에 불과한 정도 입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세대 관측 장비들이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외계 행성의 보다 상세한 이미지를 우리가 얻게 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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