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01 - 글리제 436 의 흥미로운 행성 시스템





 지구에서 33.1 광년 (10.1 파섹) 떨어진 적색 왜성 글리제 436 (Gliese 436) 은 태양질량의 42% 정도에 밝기는 2.5%, 표면온도는 3318K 정도의 평범한 적색왜성입니다. (M2.5V) 적색 왜성 중에서는 약간 큰 축이지만 그런 적색왜성을 찾기는 별로 어렵지 않은게 사실이니 말이죠. 하지만 이 적색왜성은 몇개의 행성도 같이 거느리고 있습니다. 최근에야 행성을 지닌 적색 왜성도 드물진 않지만 이 별의 행성들은 나름대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4 년에 발견된 첫번째 행성 글리제 436b (Gliese 436b) 는 지구 질량의 22.2 배 정도되는 외계 행성입니다. 지름은 대략 55000 km 정도로 해왕성보다 약간 큰 정도입니다. 하지만 해왕성과는 달리 모항성에서 평균 435 만 km 떨어진 매우 가까운 궤도에서 공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전 주기 역시 2일 + 15.5 시간에 불과합니다. 덕분에 추정 표면 온도도 712K (439 ℃) 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 행성은 크기와 지름 때문에 뜨거운 해왕성 (hot neptune) 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이 행성이 단순히 가스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엔 온도나 질량에 비해 크기가 작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일부 연구자들은 이 행성이 뜨거운 얼음 (hot ice) 의 내부 구조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글리제 436b 의 표면은 수소 및 헬륨 처럼 가벼운 가스로 되어 있겠지만 그 밑에는 고압 고온의 고체 형태의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1) 물은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 연구자들은 이 행성이 본래는 지금보다 훨씬 큰 목성만한 크기였으나 적색 왜성의 코로나 물질 방출 (Corona Mass Ejection) 으로 인해 오랜 세월 상층의 수소와 헬륨층이 제거되어 지금만한 크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 행성이 슈퍼 지구 (super earth) 일 가능성도 배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글리제 436b 의 예상되는 내부 구조 모델  //  Dr. Jason Wright   "freely available to the public"  )


 참고로 글리제 436 의 수명은 대략 65 억 - 99 억년 정도로 태양보다 더 오래된 항성으로 생각됩니다. 오랜 세월 그 위치에 있던 글리지 436 b 의 경우 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적색 왜성의 수명은 꽤 길기 때문에 위의 모델이 맞다면 위의 수소와 헬륨층은 미래에 완전히 제거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것만 해도 꽤 흥미롭긴 하지만 최근 나사의 보도에 의하면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새롭게 추가적인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글리제 436c 라는 추가적인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확실히 증명되지 못했는데 이 발견으로 -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서 발표했다고 생각됩니다 - 글리제 436 에 여러 행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새로운 외계 행성 후보는 현재 UCF - 1.01 이라는 임시 명칭을 부여받았는데 (그리고 세번째 외계 행성 UCF -1.02 도 의심되고 있습니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식현상 (Transit) 를 이용해서 발견한 첫번째 지구 사이즈의 외계 행성입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 행성은 사실은 지구의 2/3 정도 지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지구와 화성 중간 크기입니다. 그 지름은 8400 km 정도로 생각됩니다. 단 지구같은 환경은 기대하기 힘든게 앞서 글리제 436b 보다 더 가까운 위치에서 공전하기 때문에 공전 주기가 1.4 일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예상되는 표면 온도는 적어도 600℃ 이상 이며 사실 지구보단 수성에 더 가까운 행성입니다. 이 행성 표면 온도가 충분히 뜨겁다면 표면이 마그마 상태로 되어있을 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3)



(표면에 마그마가 있는 컨셉으로 그려진 외계 행성 UCF - 1.01. 현재까지 존재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후보 외계 행성. This artist's concept shows what astronomers believe is an alien world just two-thirds the size of Earth -- one of the smallest on record. It was identified by NASA's Spitzer Space Telescope. The exoplanet candidate, known as UCF-1.01, orbits a star called GJ 436, which is located a mere 33 light-years away. UCF-1.01 might be the nearest world to our solar system that is smaller than our home planet. Image credit: NASA/JPL-Caltech   )       


 이 연구는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외계 행성 탐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사에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탐사한 1800 개의 외계 행성 가운데 지구와 비슷한 크기는 3개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지구만한 외계 행성은 여전히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구와 유사한 크기의 외계 행성을 찾는 데 우주 망원경들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1. M. Gillon et al. (2007). "Detection of transits of the nearby hot Neptune GJ 436 b" (PDF). Astronomy and Astrophysics 472 (2): L13–L16. Bibcode 2007A&A...472L..13GDOI:10.1051/0004-6361:20077799.

 2. H. Lammer et al. (2007). "The impact of nonthermal loss processes on planet masses from Neptunes to Jupiters"Geophysical Research Abstracts 9 (07850). By analogy with Gliese 876 d.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