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조새와 새의 기원 (1)






 본래 생각했던 포스트는 아닌데 뜻하지 않게 최근 교과서 시조새 삭제 논란을 보고 문득 생각이 들어 준비해본 포스트 입니다. 제가 쓴 여러 포스트가 그러하듯이 전공을 한 사람이 작성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엔 없다는 건 감안해 주십시요. 



 1. 2012 년 한국의 시조새 논란. 


 논란의 발단은 교과서진화론 개정 추진위원회라는 단체가 시조새와 말의 진화 부분등을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한데서 시작됩니다. 이후 네이처 (Nature.com) 에는 한국이 창조론자들의 요구에 굴복했다라는 내용의 기사가 나가면서 더 논란이 됩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9724958  참조)  


 해외는 물론 국내 학계에서의 반응은 물론 그다지 좋지 못한 정도를 넘어서 강력히 반발하는 분위기 입니다. 우선 한국 고생물학회와 한국 진화학회는 지난달 반론문을 통해 "교진추가 교육과학 기술부에 제출한 두 건의 청원서는 해당분야 과학자들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주장"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교진추의 주장은 시조새와 새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최신 내용을 보충하자는 게 아니라 아예 이 부분을 삭제해 달라는 것으로 그 의도는 과학적으로 시조새가 새의 직계 조상인 점이 의심된다가 아니라 현대 생물학의 핵심 이론인 진화 생물학 자체를 부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한편 생물학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저에게도 이런 메일이 BRIC 에서 날라왔습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일단 과학 교과서 내용을 수정 보완하는데 있어 전문가 의견을 포함하지 않고 그냥 민간 단체 의견만 듣고서 (특히 그 단체가 과학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있는데도) 실제 수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는 놀랍습니다. 


 하지만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설문 항목 가운데 시조새 부분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있었는데 제 생각엔 아무튼 현재 교과서 부분이 오랫동안 변한게 없다면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서 수정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 고생물학자들은 공룡과 조류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들이 공통의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특히 공룡 가운데서 코엘루로사우르스류 (Coelurosauria) 가 아마도 새의 직계 조상일 것 같은데 그 중간에 속하는 화석들 가운데 시조새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제 시조새의 발견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2. 진화론과 시조새


 19세기초에는 지질학이 새롭게 태동하는 과학의 분야로써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동일 과정설을 널리 전파해 지질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찰스 라이엘 (Charles Lyell) 은 1830 - 1833년에 지질학의 가장 위대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질학 원리 (The Principles of Geology) 를 집필했는데 여기서 그는 현재는 과거를 푸는 열쇠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질학과 생물학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진화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습니다. 사실 찰스 라이엘은 지층에서 발견되는 현생종과 멸종종들을 상세히 관찰하고 이에 따라 신생대를 에오세, 마이오세, 플라이오세 등으로 구별지은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지질학자들은 매우 필연적으로 오래된 지층에서 나오는 화석들이 새로운 지층에서 나오는 화석과는 판이하게 다른 종류라는 점을 간파했습니다. 


 따라서 지층을 구별하는데 역으로 화석을 이용할 수도 있었죠. 예를 들어 공룡 화석이 나왔다면 이는 중생대 지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삼엽충 화석이 나왔다면 고생대 지층이겠죠. 이런 화석을 표준 화석 (Index Fossil) 이라고 부릅니다. 만에 하나라도 공룡 화석이 에오세에 발견되거나 플라이오세 지층에서 삼엽충 화석이 나온다면 지질학자나 고생물학자는 꽤 난감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일은 없었기에 이들은 지금도 표준 화석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지질학이 태동하던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초기 생물학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과학자인 라마르크는 용불용설로 알려진 획득 형질의 유전에 의한 자신만이 진화론을 발전시켰습니다. 비록 비교해부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퀴비에는 이를 반대하고 종불변설을 주장했으나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퀴비에의 비교해부학의 학문적 성과는 후세 진화 생물학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이었음) 점차 지질학과 생물학이 발달하고 화석들이 발견되면서 생물이 진화한다는 생각이 과학계에 널리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1859 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아마도 생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저작) 이 출시되기 전까지 구체적으로 생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명확한 메카니즘을 제시할 수 있는 과학자는 없었습니다. (후세에 DNA 의 이중 나선 구조 발견등 현대 분자 생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제임스 왓슨은 DNA 가 이중 나선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념비적 논문을 쓰면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가장 중요한 생물학 저작이라고 했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많은 과학자가 생물의 진화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어도 그 메카니즘을 알지는 못했는데 다윈이 주장한 적자 생존과 자연 선택을 통해 이 문제가 상당히 명쾌하게 해결되었으므로 다윈의 진화론은 곧 학계의 주류 이론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흔히들 오해하듯이 다윈이 갑자기 진화론을 들고 나왔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다윈이 깨뜨린 이론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런 학계의 분위기에서 1861 년 독일에서 첫번째 시조새 화석이 발굴됩니다. 이 화석은 파충류의 특징을 두루 갖추었지만 새의 깃털을 가지고 있었고 쥐라기의 지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따라서 파충류에서 조류가 진화했다는 결정적인 증거 화석으로 주목받게 됩니다. 찰스 다윈 본인도 종의 기원 4 판에서 시조새를 언급했으며 대중에게도 진화론의 증거로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화석이었기 때문에 시조새는 꽤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이제 시조새 화석에 대해서 좀더 알아볼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212230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제한적인 효과만을 확인한 렘데시비르

   현재 렘데시비르는 인공 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 중증 코로나 19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이 부족해서 갑자가 중증 코로나 19 환자가 늘어날 경우 수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경증이나 무증상은 당연히 치료가 필요없거나 대증 요법 정도) 사용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에 급한 연구는 아니지만, 나중에 수급량이 많아지고 가격이 낮아질 때를 생각하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다아애나 브레이너드 박사 ( Dr. Diana Brainard of Gilead Sciences )는 병원에 입원이 필요했던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 584명을 렘데시비르 5일, 10일 투여 실험군과 위약을 투여한 대조군으로 나눠 임상 경과, 사망 등 중요한 합병증 발생 등에서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의 40% 이상은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있었으며 평균 연령은 57세였습니다.   연구 결과 대조군의 2%, 5일 투여군의 2%, 10일 투여군의 1%가 사망했으나 사망자 수가 4명, 3명, 2명 정도로 통계적 차이를 판단하기에는 사망자 수가 적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5일 투여군에서 임상 경과가 다소 호전되는 것을 판단했으나 10일 투여군에서는 통계적 차이를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등도 코로나 19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확실한 임상적 이득이 없었습니다.     5일 투여량만 해도 가격이 3120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등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투여는 설령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공급이 불안해 중증 환자 투여 물량 확보가 아쉬운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번 연구는 렘데시비르보다 효과가 뛰어나면서 저렴한 차세대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178Tb/s - 광섬유 통신 신기록 수립

  ( Lidia Galdino, lead researcher on the study. Credit: James Tye / UCL )  현재 가정에 들어오는 초고속 광통신은 10Gb/s 정도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그러나 사실 광섬유를 통해서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은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 가운데서는 이미 1Tb/s 이상이 속도를 지닌 것들이 많아 미래에는 테라 인터넷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가운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UCL)의 리디아 갈디노( Lidia Galdino )가 이끄는 연구팀이 178Tb/s라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입니다.   광섬유 통신을 위한 주파수는 4.5THz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신기술은 9THz 벽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16.8THz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습니다. 주파수가 높을 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6.8THz의 주파수로도 178Tb/s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연구팀은  Geometric Shaping (GS) 방식으로 레이저 신호의 페이즈, 밝기, 편광 수준을 조절해 여러 신호가 서로 간섭 없이 전달되게 만들어 이런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항상 그렇듯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광섬유는 장거리 정보 전송이 가능해야 할 뿐 아니라 오류 없이 장시간 작동이 가능해야 합니다. 자꾸 에러가 생기거나 고장난다면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무용지물입니다. 이 단계를 극복하고 경제성까지 갖춰 실용화 되는 경우는 사실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Tb 급 대역폭을 지닌 광통신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테라바이트 급 정보도 순식간에 전송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 전화선을 이용한 56K 모뎀에서 지금의 광섬유 기반 초고속 인터넷이 온 것처럼 속도는 계속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감염 위험성이 큰 동물은?

  ( A new genomic study ranks the potential of the SARS-CoV-2 spike protein to bind to the ACE2 receptor site in 410 vertebrate animals. Old World primates and great apes, which have identical amino acids at the binding site as humans, are predicted to have a very high propensity for binding ACE2 and are likely susceptible to SARS-CoV-2 infection. Credit: Matt Verdolivo/UC Davis )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SARS-CoV-2는 사스 및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박쥐를 자연 숙주로 삼는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입니다. 따라서 본래 박쥐에 살던 바이러스가 중간 단계를 거쳐 사람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SARS-CoV-2 역시 사람에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종을 넘어 다른 포유류나 조류, 혹은 척추동물에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경로인 ACE2 수용체는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SARS-CoV-2와 ACE2 수용체의 결합 수준은 동물마다 큰 차이가 있어 감염 위험도는 모두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 (UC Davis)의 조안나 다마스 (Joana Damas)와 그 동료들은 410종의 척추동물에서 ACE2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해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ACE2 수용체 전체가 아니라 25개의 아미노산 배열이 특히 결합력에 큰 영향을 미쳐 감염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연구 결과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사람과 가까운 침팬치, 고릴라, 보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