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하자 가장 곤경에 빠진 사람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대선을 앞두고 2012 년 2월 초 미국내 유가가 최고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죠.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하던 2008 년에도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유가에 대해서 부시 대통령 및 공화당 측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것이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었습니다. 실제 2008 년 중반에 고유가로 인해 공화당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도 있었죠. 미국은 유가가 우리보다 저렴하다고 해도 1인당 석유 소비가 높기 때문에 우리 이상으로 유가에 민감합니다. 특히 대선이 있는 해 상승할 경우 큰 이슈가 되죠.
그 런데 2012 년이 되자 다시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그것은 2012 년 초 다시 유가가 갤런 (3.78 리터) 당 4 달러 이상으로 고공행진을 했던 것이죠. 이에 대해 공화당은 미국내 석유 생산에 대한 각종 규제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투기 세력과 석유 메이저 회사인 '빅 오일' 때문이라고 맞섰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미 이전에 한번 소개드린 바 있기도 합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53514090 참고)
사 실 미국내 고유가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석유를 지금 처럼 과다 소비하고 중국등 신흥국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데 비해 생산은 그다지 늘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개인적 생각입니다. 국제 유가는 기복은 심하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이전에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게 옳은지는 물론 시간만이 증명해 주겠죠.
아 무튼 한때 뜨거운 쟁점이 되던 기름값 문제가 이제는 다소 잠잠해졌습니다. 그것은 2012 년 2월 24일에는 배럴당 109.77 달러이던 WTI (서부 텍사스유) 가 2012 년 7월 27 일 종가 기준 90.13 달러로 다소 감소했기 때문이죠. (사실 이건 몇일 새오른 겁니다)
물 론 2009 년 폭락 시기나 혹은 10 년전 가격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한꺼풀 기세가 꺾인 탓에 일단 대선 가도에 일단 청신호가 켜진 셈입니다. 유가 하락에는 이란의 긴장이 완화된 것 이외에도 달러화 강세, 그리고 부진한 2분기 세계 경제에도 이유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생각이 많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 Source : whitehouse )
10 년이나 3년전을 생각하면 아무튼 그다지 저렴하진 않지만 - 특히 한국에서는 오를 땐 즉시 반영되고 내릴 땐 천천히 반영되는 특징 때문에 더 그렇지만 - 아무튼 이전보다 유가가 조금씩 하락하는 것 자체는 대선에 대형 악재로 여겨진 오바마 캠프에서 반길 만한 일입니다. 여기에 실업율도 9 % 대를 넘던 수준에서 고점을 찌고 지금은 서서히 하락 중이니 더 좋은 일이죠.
하 지만 좋지만은 않은 일도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4 분기 성장율은 1.5% 라는 실망스런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비록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보단 높았지만 2% 로 수정된 1분기 성장율 보다 낮아진 것이며 실업율을 더 떨어뜨리기엔 상당히 부진해 보이는 수준입니다. 또 계속해서 부각되는 유럽 위기는 대서양 건너 미국경제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유 가 하락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사실은 경기 침체 때문이라면 연말 경기가 더 좋지 않을 테고 그러면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밋 롬니 후보와 오바마 대통령과의 격차는 그다지 크지 않으니까요. 미국은 공화당/민주당 지지가 확실히 나뉘지만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몇가지 이슈에 부동층이 움직이면 결과는 한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튼 유가 하락 자체는 이전 오바마 대통령의 선례에 따라서 이를 집중 공격하는 밋 롬니 진영에는 다소 악재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다소 호재입니다.
한 편 오바마 대통령이 유가 하락에 대해서 희비가 엇갈린 것처럼 또 한사람의 대통령도 대선과 관련해 유가에 웃고 울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 올해 2월 이란 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올랐던 것입니다. 특히 무리해 가면서 각종 선심성 공약 (예를 들어 반값 의료비나 공무원 임금 상승, 국방비 대폭 확충) 등을 내세우는데 유가 상승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그 런데 올해 하반기 유로존 위기 및 이란 위기 완화로 다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자 무리하게 지출을 늘린 것이 오히려 새로운 화근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을 유가가 배럴당 97 달러라는 가정하에 세운다고 했지만 만약 유로존 위기가 계속해서 심화될 경우에는 장담할 수 없는 가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80 달러라고 해도 이미 지출을 꽤 늘린 상태에 러시아로썬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2012 년 5월 7일 대통령 취임식에서의 푸짜르 Source : Russia Presidential Press and Information Offiece)
올 해초에 유가 상승으로 웃었던 푸틴 대통령이 지금은 유가하락으로 어떤 심정일지 대충 이해가 갑니다. 아무리 장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해도 당장 임기 중 하락하면 국가 경영이 안되는 판이니까요. 그러면 지지자들도 그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전 선거 기간 중 보여주었듯이 중산층의 반란이 재연될 수도 있습니다.
우 리 역시 사정은 비슷하지 싶습니다. 유가가 상승하면 일단 물가 전반이 상승하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고 유가가 하락해도 그게 세계 경기 침체 때문이면 물가 압력은 주는데 대신 수출도 줄어들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유가는 항상 국제 유가보다 늦게 소폭으로 내립니다) 실제로 2012 년 6월 경상 수지 (잠정) 에 의하면 58억 4천만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 규모인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에 그쳤지만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5.5% 나 줄었습니다. 한마디로 불황형 흑자라는 것이죠.
올 해 하반기에는 어찌 될지 모르지만 경기가 그렇게 획기적으로 회복되진 않을 듯 한데 향후 유가 흐름에 따라 또 웃고 우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듯 합니다. 우리같은 서민이야 오르면 오르는 데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뭔가 손해보면서 살지만 말이죠.
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5637105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2022510158251605&outlink=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5723890
http://www.fnnews.com/view?ra=Sent1101m_View&corp=fnnews&arcid=201206100100075910004326&cDateYear=2012&cDateMonth=06&cDateDay=10
http://www.reuters.com/article/2012/06/28/us-markets-oil-idUSBRE83H17O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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