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페투스 (Iapetus) 는 토성의 위성 가운데 하나로 마치 거대한 호두처럼 보이는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성에서 평균 356 만 km 정도 궤도를 79 일 마다 공전하는 위성으로 지름은 약 1500 km 가 채 안 되는 (1,492.0×1,492.0×1,424 km) 크기입니다. 구성 성분은 토성의 다른 위성들과 같이 아마도 얼음과 암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밀도는 거의 물과 비슷한 수준 (1.088 g/㎤ ) 정도라서 얼음 비중이 높은 얼음 위성 (Icy moon) 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암석 부분은 20% 미만으로 추정) 지름은 지구의 달과 비교해서 42% 수준이지만 질량은 2.5% 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가벼운 위성입니다.
이아페투스를 처음 보게 되면 일단 그 독특한 외형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호두과자나 초콜릿 같은데 위에 설탕을 뿌렸다고 해야 할 지 독특하게 밝은 표면과 어두운 부분이 분명한 경계를 이루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아페투스의 밝은 부분인 Roncevaux Terra 의 사진. 클릭하면 원본. 사진 아래에 보이는 크레이터는 Engelier 크레이터로 지름 450 km 에 달하는 거대한 충돌 분화구임.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이아페투스의 지형 이미지. 클릭하면 원본. 적도에 거대한 산맥이 인상적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이아페투스의 밝은 이미지 부분은 Roncevaux Terra 라고 불리며 대조적으로 어두운 부분은 Cassini Regio 라고 부르는데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는 확실히 모릅니다. 당연히 이아페투스를 처음 보게 되면 가장 궁금한 점은 바로 이런 이미지상의 특징인데 현재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은 운석 충돌이나 역행성 위성과에서 나온 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설입니다.
그 이상 특징적인 것은 이아페투스 적도에 존재하는 거대한 주름입니다. 적도 주름은 1300 km 길이에 20 km 너비, 그리고 13 km 의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왜 생겼는지는 정말 미스테리로써 그냥 설득력 없어보이는 가설들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위성에서도 볼수 있긴 하지만 이아페투스에서는 거대 크레이터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Kelsi N. Singer 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카시니 탐사위성이 보내온 이아페투스의 고해상도 사진들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이 얼음 위성에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이 사진들에서 30 개 정도의 거대한 눈사태 (Avalanche) 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13 개 정도는 거대한 적도 주름위에 존재했고 나머지 17 개는 대형 크레이터 안쪽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크레이터 가운데는 가장자리에서 안쪽까지 높이차가 20 km 에 달하는 것도 있고 다른 기상현상이 없기 때문에 카시니로 관측이 가능한 정도의 거대 눈사태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연구 결과를 Nature Geoscience 에 보고했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눈사태 이미지. (화살표), Credit: NASA/JPL/SSI/LPI. Color-coded elevation: Paul Schenk/LPI )
연구팀은 이와 같은 눈사태 (표면이 얼음과 눈이므로 눈사태 밖에 일어날 수 없지만) 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생각하지만 그 양상도 독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아페투스의 표면 중력 가속도는 0.224 m/s2에 불과한데 (지구는 9.8 m/s2 ) 불구한데다 눈과 얼음의 마찰력을 감안하면 그렇게 넓은 범위로 일어나기 힘든데도 상당히 거대한 눈사태가 관찰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눈사태 당시 발생하는 열이나 지각의 균열을 타고 눈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마찰을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여기까지 보듯이 이아페투스 역시 작은 얼음 위성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는 위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표면에 존재하는 막대한 얼음의 존재들은 미래 우주 탐사에서 토성의 얼음 위성에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중 하나일 것 같네요. 참고로 설령 거대한 눈으로 된 경사로가 설령 있다해도 미래에 스키같은 걸 타는 건 무리일 듯 합니다. 눈사태로 위험하기 보다 중력이 너무 낮아서 효과적으로 스키를 타고 내려오긴 힘들어 보이니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Kelsi N. Singer, William B. McKinnon, Paul M. Schenk, Jeffery M. Moore. Massive ice avalanches on Iapetus mobilized by friction reduction during flash heating.Nature Geoscience, 2012; DOI: 10.1038/ngeo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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