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조새와 새의 기원 (5)







 7. 공룡 - 새 가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시조새는 발견된 직후부터 깃털이 있지만 조류와는 다른 골격 형태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초기부터 이 시조새의 골격이 소형 공룡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것은 이미 말씀드린 데로이지만 이 주장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수각류 (Therapoda) 공룡에 대한 권위자로 1969 년 데이노니쿠스 (Deinonychus) 를 발굴한 존 오스트롬 (John Ostrom) 때문입니다. 


 데이노니쿠스는 Deinonychus antirrhopus  한종만이 발굴되어 있는데 몸길이 3.4 미터 정도의 비교적 작은 공룡이지만 그 골격구조는 오스트롬으로 하여금 데이노니쿠스가 매우 민첩하고 활동적인 동물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들었습니다. 즉 이전에 생각되던 덩치크고 느린 도마뱀 같은 동물이 아니라 실제로는 온혈성의 오늘날의 조류같은 민첩한 동물이었다는 것이죠. 더구나 발굴 당시 오스트롬은 몰랐지만 훗날 이 공룡에서는 깃털까지 발견됩니다. 



 (데이노니쿠스의 복원도. 2011 년 Fowler 등에 의한 복원도임.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Emily Willoughby


 이 공룡이 발굴된 이후 온혈성의 민첩한 생물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특징들을 가진 소형 수각류 공룡들이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후 공룡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고생물학에는 공룡 르네상스로 알려진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오스트롬은 한편 데이노니쿠스의 골격이 지금까지 공룡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다른 고대 생물체인 시조새의 화석과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간파하게 됩니다. 특히 길게 늘어난 손가락 구조는 사실 데이노니쿠스의 손가락을 좀 길게 늘어뜨린 것과 동일하게 생겼습니다. 데이노니쿠스는 시조새 보다 훨씬 후인 1억 1500만년에서 1억 800 만년 사이 살았던 생물체이기 때문에 시조새가 더 오래되었지만 이것은 둘이 비교적 가까운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소견이었습니다. 오스트롬은 수각류 공룡과 새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   



(데이노니쿠스 (왼쪽) 과 시조새 ( 오른쪽) 의 손 구조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John.Conway[1]  ) 


 그렇다면 이전에 헤일만이 주장한 바 있었던 창사골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 이에 대한 답변은 사실 수각류를 비롯한 공룡에서 실제로는 쇄골과 이것이 합쳐진 창사골이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흔히 위시본이라고 부르는 창사골은 연골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상대적으로 작은 뼈라 화석화 될 때 소실되거나 제 위치에서 벋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세기 초에는 그래서 공룡에는 창사골 (wishbone) 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오늘날 연구자들은 이 뼈가 실제로 몇몇 수각류 그룹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수각류 집단은 벨로키랍토르 (Velociraptor), 오비랍토르 (Oviraptorids), 티라노사우르스 (Tyrannosaurids), 알로사우르스 (allosauroids), 그리고 드로마에오사우르스 (dromaeosaurids) 등을 포함한 집단들입니다. 



 (T. rex 의 창사골의 브론즈 캐스트   Bronze cast of a Tyrannosaurus rex wishbone (from the "Sue" specimen), at the Field Museum in Chicago. ) 



 창사골은 조류에서 밖에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되면 조류와 수각류 공룡의 유사성은 놀랄만큼 잘 들어맞게 됩니다. 이것은 이 둘이 하나의 근접한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이며 초기 수각류 공룡에서 조류의 조상이 분류되었기 때문에 조치류 (Thecodont) 에서 분화된 초기 조류의 화석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랜세월 찾았던 시조새 보다 오래된 새의 조상 화석은 사실은 오래된 수각류였던 것이죠. 


 이것만으로도 꽤 혁명적인 변화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후 깃털 공룡이 대거 발견된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깃털 공룡은 대부분 수각류 공룡이고 깃털이 조류와 공룡에서 밖에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룡 - 조류 진화 가설의 더 결정적인 증거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리고 원시적인 조류내지는 공룡 같은 화석들이 계속 발견되는데 이는 중국에서 90 년대에 아주 잘 보존된 백악기 지층인 이시안 층 (Yixian Formation ) 이 발견된 것과 관계가 깊습니다. 여기서 대거 새로운 깃털 공룡 화석이 나오게 됩니다. (사실 뒤집어서 생각하면 발굴 당시 깃털만 없었다면 시조새 역시 그냥 수각류 공룡에 포함시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깃털 공룡들은 깃털의 존재를 제외하고 생각해도 현생 조류와 상당한 유사점이 있으나 그 골격 구조는 엄연한 공룡입니다. 현재의 많은 연구자들이 속이 비어있는 가벼운 뼈와 깃털의 존재 때문에 수각류 공룡들은 온혈동물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도 공룡의 온혈성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 완전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 상태) 또 기낭이 있었을 것 같이 보이는 뼈의 흔적들 때문에 공룡 역시 기낭 (Air Sac) 을 가지고 있어 현생 조류들 처럼 포유류보다도 효율적인 호흡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2) 



(마준가사우르스와 조류의 골격 구조. 여기에서는 마준가사우르도 기낭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린 그림. 여기서 공룡과 조류 모두 공기를 내뱉는 경우에도 폐로 공기가 거쳐 지나간다는 것을 주목  Credit : National Science Foundation ) 


 여기서 한가지 언급해야 하는 것은 기낭의 역활입니다. 기낭은 공기를 담는 주머니로 몸을 부풀려 비행을 도우는 도구로 배우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 생리학적으로 더 중요한 기능은 폐와 연계되어 공기가 산소를 추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르게 도와주므로써 아주 효율적인 호흡을 가능하게 합니다. 표유류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횡격막을 통해 공기를 빨아들이고 다시 뱉어내는 경우 실제 추출할 수 있는 공기중 산소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류의 경우 흡기 (공기를 들이쉬는 것) 시는 물론이고 호기 (공기를 내뱉는 것) 시에도 기낭에 저장된 공기가 빠르게 폐를 지나면서 효과적으로 공기 중 산소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는 이런 기낭계와 연관된 호흡 시스템 덕에 포유류라면 저산소증에 걸릴 고도에서도 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포유류보다 높은 대사율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중생대에 산소 농도가 낮아졌을 무렵 공룡이 이런 호흡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 공룡이 중생대에 크게 번성한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낭 같은 부분은 화석으로 남지 않기 때문에 진짜 공룡이 기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직 의문을 품고 있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가설들이 옳다면 꽤 아름다운 이론이 탄생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자가 중생대 중 일부 기간에는 산소 농도가 현재보다 낮았다는데 동의합니다. 심지어는 15 % 미만까지 떨어져 포유류라면 숨을 헐덕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적어도 일부 수각류 공룡들은 기낭계와 깃털들을 진화시켰고 이는 효율적으로 산소를 추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체온을 유지하고 민첩하게 먹이를 잡거나 혹은 포식자를 피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중 나무에서 생활하던 일부 수각류가 현재의 조류로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많은 연구자들이 위에서 언급한 여러 증거를 통해 수각류 -> 조류 가설을 지지하지만 아직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완전한 동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볼 수 있는 네이버 캐스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527 ) 


 그러면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시조새의 정확한 진화 계통학적 위치를 말할 때 입니다. 이제 수많은 깃털 공룡과 고대 조류가 발견된 상황에서 진짜 시조새가 새의 조상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Journal Referecne 

1. Ostrom, John H. (1973). "The ancestry of birds". Nature 242 (5393): 136–136.Bibcode 1973Natur.242..136ODOI:10.1038/242136a0.
  
2. O'Connor, P.M.; Claessens, L.P.A.M. (2005). "Basic avian pulmonary design and flow-through ventilation in non-avian theropod dinosaurs". Nature 436 (7048): 253–6.Bibcode 2005Natur.436..253ODOI:10.1038/nature03716PMID 16015329.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