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99 - 카시니에 의해 밝혀지는 타이탄의 본 모습 (3)






 - 타이탄의 지형


 타이탄의 두껍고 유기화학물이 풍부한 대기 때문에 카시니 탐사선으로도 지구에서처럼 선명하게 지표를 관측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가시광 영역에서는 말이죠.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카시니에 적외선 영역 관측 장치는 물론이고 합성 개구 레이더 (SAR) 등 짙은 대기를 뚫고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를 탑재했습니다. 


 타이탄의 지표는 두꺼운 대기와 다양한 기상현상, 타이탄의 독특한 지질 구조, 그리고 표면을 흐르는 액체 (물대신 탄화수소) 의 존재로 인해 매우 다양하면서 지질학적으로는 매우 젊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여기서 젊다는 의미는 지표가 계속해서 새로 생성되거나 침식되면서 바뀌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이를 테면 인간이 지질학적으로는 죽은 세계인 달에 발자국을 남기면 수십억년간 보존될 수 있지만 타이탄에서는 지구에서 그러하듯이 곧 바람이나 비 등에 의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지구의 지표가 끊임없이변하는 것 처럼 타이탄도 그럴 것이라는 예측이죠. 여기에 타이탄은 지표를 계속 변화시킬 수 있는 화산 활동도 같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시니가 합성 개구 레이더로 관측한 타이탄 표면의 특징은 생각보다 아주 평탄다하는 것입니다 즉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거대한 산맥이나 깊은 바다같은 지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위성에서는 흔한 충돌 크레이터 역시 거의 보기 힘듭니다. 대부분의 지형은 높이 차이가 150 미터 수준인 것으로 생각되며 타이탄의 크기를 고려할 때 매우 매끈한 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설명할 얼음 화산은 존재합니다. 다만 대개 산이라고 해도 수백 미터에서 1 km 정도 높이로 지구나 화성에 비해 높이는 낮습니다.   


 타이탄의 지형의 또 다른 특징은 지표에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극명하게 나누어 진다는 점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가시광 영역으로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색을 이야기 하는 것은 잘못되었을 수도 있으나 명암은 이야기할 수 있죠. 적외선 영역에서 타이탄 지표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2011 년 4월. 나사에서 공개한 타이탄의 지형도. 938 nm 필터를 적용한 이미지임. (클릭하면 원본) NASA/JPL-Caltech/Space Science Institute )  


 위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이탄의 중위도 지역에는 꽤 넓직한 어두운 지역이 존재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명칭은 샹그리라 ( Shangri - la ) 와 제나두 (Xanadu) 입니다. 



(이 사진에서 가운데 어두운 부분이 샹그리라이며 그 보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밝은 부분은 제나두임. 참고로 제나두는 호주만한 크기.  The brighter region on the right side and equatorial region is named Xanadu Regio. Scientists are actively debating what processes may have created the bizarre surface brightness patterns seen here. The images hint at a young surface with no obvious craters. However, the exact nature of that activity, whether tectonic, wind-blown, fluvial, marine, or volcanic is still to be determined.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아직 까지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지형의 차이가 생기는 명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알려면 아마도 더 자세한 관측이나 지상 관측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가지 가설은 밝은 지형은 현재 얼음으로 구성된 지표이며 언덕과 작은 계곡들이 있는 반면 어두운 부분은 과거 탄화수소 화합물로 구성된 바다가 있다가 현재는 말라버린 상태로 침전물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정확히 알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어쩌면 타이탄에도 지각판들이 존재하며 그 결과 이런 지형들이 생겼다는 가설도 존재합니다.


 타이탄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카시니가 도달하기 이전부터 이런 지형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아마도 어두운 타르같은 탄화수소의 바다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카시니에 의해 관측된 자료는 이 지역이 완전히 마른 지형으로 액체로 된 부분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대신 여기에서 발견된 독특한 지형은 바로 거대한 모래 사구 같은 줄무니들이었습니다. 



(지구의 나미브 사막의 모래 사구 (위) 와 타이탄에서 발견된 거대한 모래사구 (dune) 같은 지형 (아래)This image is cropped from an image taken from Earth Sciences and Image Analysis Laboratory, NASA Johnson Space Center. The upper dune field is in Earth's Namib Desert. The lower image, taken with radar, is a dune field in Belet (a dark equatorial albedo feature) on Titan.  )


 이런 모래 사구 지형은 폭이 1 km, 높이는 최대 330 미터, 길이는 수십에서 수백 km 에 달합니다. 왜이런 거대 사구 지형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한가지 가설은 타이탄에 존재하는 바람 이외에 지구 달 사이 조석력 (Tidal force) 보다 400 배나 강한 타이탄 - 토성 사이의 조석력에 의한 힘이 바람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모래에 해당되는 물질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생기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마도 얼음 결정 형태의 유기 화학물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종의 얼어버린 석유같은 물질일 가능성이 있는데 정확하게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 얼음 화산과 내부 구조 


 타이탄의 가장 흥미로운 지각활동은 바로 얼음 화산 (Cryovolcano) 일 것입니다. 이러한 얼음 화산은 타이탄의 내부 구조에 기인합니다. 타이탄은 암석과 얼음으로 구성된 위성입니다. 지구에도 물이 있다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지구 자체의 질량을 생각할 때 지표위에 일부 존재하는 물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마치 농구공을 물로 씻고 나서 농구공 표면에 남아 있는 물기 수준이라고 할 정도죠. 하지만 타이탄은 구성 성분 중 상당량이 얼음과 물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타이탄의 밀도는 1.8798±0.0044 g/cm3 인데 이보다 작은 크기인 달이 3.35 g/cm3 인걸 생각하면 꽤 밀도가 낮은 편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타이탄을 구성하는 물질이 무거운 암석 성분외에 가벼운 물도 꽤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마도 밀도차이에 의해서 타이탄의 핵은 암석질로 구성되어 있고 그 위에 물 - 얼음 층이 존재하며 얼음의 지각이 있고 다시 그 위에는 질소와 탄화수소의 대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일부 액체 탄화수소층도 존재)



(타이탄의 이론적인 구조. 클릭하면 원본    http://www.nasa.gov/mission_pages/cassini/multimedia/titan20120223L.html )


 타이탄 내부는 위의 이론적인 추정에서 처럼 내부는 거대한 암석 코어이고 그 위에 고압의 얼음 (ice VI) 가 존재하며 다시 그위의 내부의 높은 온도로 인한 액체의 바다가 존재하며 다시 그위에 얼음의 지각이 존재하는 구조로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구조는 타이탄의 내부가 온도가 높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인데 (즉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도록) 그렇게 믿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타이탄과 토성 사이의 조석력은 지구 - 달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합니다. 이로 인해 타이탄은 최대 10 미터씩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내부에서 조석 작용에 의해 결국 상당한 열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에너지는 타이탄을 토성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하지만 대신 마찰에너지에 의해 열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그러면 내부에는 지구의 맨틀같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액체 상태의 물에는 여러가지 탄화수소를 비롯해 암모니아 같은 물질도 같이 녹아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지구에서와 비슷하게 얼음 지각이 약한 곳을 타고 마그마 처럼 물과 얼음이 분출하는 얼음 화산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진짜 분출하는 얼음 화산을 찾을 수 있으면 확실한 증거가 되겠지만 불행히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관측을 통해 과학자들은 얼음 화산이라고 생각되는 산을 찾는데 성공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Sotra Facula 입니다. 



 (카시니가 관측한 Sotra facula  NASA/JPL ) 



 Sotra Facula 는 2006 년 카시니에 의해 발견된 화산으로 길이 150 km 폭 30 km 에 높이 1000 미터와 1500 미터 정도되는 봉우리가 존재하는 산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화산이 물과 암모니아로 구성된 '용암' 과 물과 얼음을 뿜어내는 화산 지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얼음화산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이 카시니로도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래에 타이탄의 지질학적 활동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려면 추가적인 탐사선을 보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에 계속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