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조새는 어떻게 하늘을 날았을까 ?
(주 : 본문의 괄호안의 숫자는 참고 논문임. 마지막 Journal Reference 확인)
발굴된지 오래된 덕분에 오늘날 시조새의 복원도들을 보면 각 시대 별로 각양각색의 복원도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19세기에서 21 세기에 만들어진 상당수의 복원도는 글라이더 처럼 활강하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처음 발견된 런던 표본 부터 이후 나온 모든 표본에서 속과 종의 차이를 뛰어넘어 현대의 조류같은 날개짓을 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는 골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네다리 (뒷다리쪽에도 깃털이 존재) 와 꼬리를 최대한 펼치고 현대의 날다람쥐 처럼 글라이더 비행을 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지만 시조새의 다른 부분 처럼 이것도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1922 년의 비행의 진화 개념도. 여기서 시조새는 시간이 지날 수록 뒷다리 깃털은 쇠퇴하고 앞다리 날개가 커지며 꼬리 부분은 깃털로 대체되는 진화과정을 거칠 것으로 생각되었음. 왼쪽 위 - 왼쪽 아래 - 오른쪽 위 - 오른쪽 아래 순으로 진화했다고 당시에 생각했음 public domain image)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오늘날의 새가 하늘을 나는데 필요한 골격과 근육을 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닭고기를 떠올려보면 닭에는 풍부한 가슴살이 존재합니다. 비록 비행은 잘 못해도 조류인 이상 조류의 특징인 잘 발달된 가슴 근육은 필수라고 할 수 있죠.
새가 날 수 있는데 필수적인 가슴 근육은 우리가 흉근 (Pectoral muscle) 이라고 부르는 근육입니다. 인간에서는 대흉근 (Pectoralis major) 과 소흉근 (Pectoralis minor) 이 존재하며 가슴을 덮는 근육입니다. 당연히 새의 흉근은 인간의 그것과 비교해서 훨씬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새가 날개를 아래로 향하는데 쓰이는 흉근들 (Pectralis muscle, 주로 대흉근) 과 반대로 날개를 위로 향하는데 필요한 상오훼돌기근 (Supracoracoideus msucle, 소흉근/pectoralis minor 와 같은 의미)은 조류 체중의 총 25 - 35% 를 차지할 만큼 큽니다. 이렇게 잘 발달된 근육 덕분에 새는 날개를 위아래로 움직여 공기를 밀어낼 수 있고 하늘을 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잘 발달된 근육은 어딘가 뼈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조류의 큰 흉골 (Sternum) 은 여기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훼골 (Coracoid), 견갑골 (Scapula), 상완골 (humerus) 에 정교하게 연결된 큰 근육들이 새의 날개짓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래 그림 참조)
(조류의 흉근 및 날개의 근골격 구조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L. Shyamal )
흉근 자체는 대개의 척추 동물들에서 볼수 있어도 조류 처럼 잘 발달된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또 위에서 언급한 골격구조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경우 만약 조류처럼 날개를 아래위로 움직여서 날려면 지금보다 수십배 정도 잘 발달된 흉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메카니즘 때문에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서 하늘을 날았다는 이카루스 신화는 실제로는 불가능할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시도되는 인력 비행기도 훨신 잘 발달된 다리의 근육을 이용하는 건 그래서 입니다. 이와 비슷한 딜레마가 사실 시조새에게도 존재합니다.
시조새는 분명 인간보다는 훨씬 쉽게 날개짓이 가능했겠지만 현대의 조류 같이 효과적인 날개짓을 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현대의 새처럼 잘 발달된 흉골이나 다른 오훼골 및 관절와 (Glenoid) 의 구조가 없어서 골격 구조 자체가 그다지 날개짓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혀 날개짓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글라이더 처럼 비행했는지 아니면 효과적이진 않아도 날개짓도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2006 년 Phil Senter 가 관절와 (Glenoid) 의 구조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시조새를 비롯 나중에 발견된 다른 초기 조류 내지는 날개 공룡 (winged dinosaur) 들은 그냥 글라이더였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1) 한편 골격구조 외에서도 논란이 있었는데 과연 깃털이 비행에 진짜 적합한지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2010 년 맨체스터 대학의 Robert L. Nudds 등이 사이언스지에 기재한 논문에 의하면 초기 조류로 생각된 시조새와 이보다 뒤에 등장한 Confuciusornis 의 깃털을 분석해 (특히 깃털의 우축 rachises) 이들의 비행능력이 형편없었다는 (Poor Flight Ability) 결론을 내렸습니다. (2) 대체적으로 시조새의 비행능력을 오늘날의 조류 처럼 높게 평가한 연구는 별로 없었긴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는 부분은 정말 현재의 날다람쥐 수준에 불과했는지 아니면 그보단 좀더 비행에 가까운 것이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시조새의 몸무게가 과연 얼마인가하는 질문도 같이 숨어있습니다. 시조새가 아주 가벼웠다면 생각보다 훌륭하게 날아다녔을 것이고 반대로 무거운 축에 속했다면 흔히 복원도에서 등장하듯이 나무와 나무사이를 글라이드 처럼 날아다니기도 버거웠을 것입니다. 앞서 사이언스에 실린 Nudds 의 논문에서는 시조새의 무게를 140 g 으로 추정했는데 Gregory Paul 은 다시 사이언스에 이것이 지나치게 큰 베를린 표본을 기준으로 해서 너무 많이 잡았다고 비판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또 깃털에 대한 분석에도 우축을 너무 가늘게 잡았다고 비판했습니다. (3)
아무튼 시조새가 나무와 나무사이를 날아다니는 현재의 날다람쥐나 날도마뱀 같은 글라이더라는 설은 19세기부터 제기되었는데 이를 나무에서 활강 (Tree down) 이론이라고 합니다. 다만 시조새가 정확히 이 날개같은 구조와 깃털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간단히 다른 이론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WAIR 가설 (Wing Assisted Incline Running hypothesis)
이 이론은 새끼새들을 관찰하면서 나온 것입니다. 아직 날 수 없는 새끼새라고 할 지라도 날개짓을 해서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것은 가능합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새의 비행능력의 획득도 비슷한 경로로 이루어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나무를 기어오르던 능력이 진화를 거듭 비행능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이론이 조류의 비행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을진 몰라도 시조새의 비행능력을 설명하긴 힘든게 앞서 언급했듯이 시조새의 빈약한 근골격 메카니즘으로 날개짓을 해봐야 의미있는 양력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더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아래의 이론과 더불어 주목을 받을 이유도 있습니다.
- 달리기 이론 (Cursorial Theory. 'From the ground up' )
이 이론은 이전부터 널리 받아들여진 나무에서 활강 (Tree down theory) 이론에 유력한 대안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론은 속도로 달리던 긴 꼬리를 가진 동물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 양팔를 좌우로 벌렸고 (현재의 일부 작은 도마뱀 처럼) 여기서 깃털이 발달했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아예 처음부터 깃털이 비행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점이 참신합니다. 일부 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깃털이 작은 곤충들을 잡는 용도 였으며 비행은 나중에 진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포식자를 피해 빨리 달리거나 혹은 먹이를 쫓아 빠르게 달리던 중 도움 닫기를 통해 수동적인 단거리 비행을 시작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이론을 처음 제안했던 것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에 활약한 고생물학자 새무얼 윌리스톤 (Samuel W. Williston) 이었습니다. 후에 일부 학자들은 이 이론의 변형으로 시조새의 조상이 물위를 빠르게 달리는 동물이었고 이들이 여기에서 날개와 비행을 진화시켰다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시조새의 화석들이 대부분 물에 침천된 지층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처음 제안된 형태의 것은 아니지만 다른 형태의 달리기 이론들이 존재합니다. 즉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시조새가 나는 능력은 뛰어나지 않더라도 달리기는 잘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조세가 나무위만 아니라 땅에서도 서식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시조새가 주로는 땅에서 빠르게 달리는 동물이었으며 그들의 제한적인 비행 능력은 포식자를 피하는데 유리했다는 가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앞서의 WAIR 가설과 다소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튼 대중에게 제일 친숙하고 학계에서도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이론은 처음에 설명했던 것과 같은 나무에서 활강했다는 이론입니다. 초창기 일반적인 비행 이론은 시조새가 나무위로 기어올라가서 현재의 날다람쥐 처럼 양 팔다리와 꼬리를 최대한 펼치고 글라이더 비행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일 위의 그림 참조 )
그런데 시조새나 나중에 발견된 다른 날개 공룡과 원시 조류 화석을 보면 이들은 뒷다리에도 작은 날개 같은 구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캘거리 대학 (Univ of Calgary) 의 닉 롱리치 (Nick Longrich) 가 주장한 바에 의하면 이 뒷다리 날개는 이들의 실속 속도 (stall speed) 를 6% 줄이고 회전 반경을 12% 정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현대의 조류에는 없는 이 기능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유리한 것은 숲이 우거진 지형에서 글라이더 처럼 비행할 때 실속해서 떨어지는 일을 방지하거나 방향을 트는데 유리했다는 것입니다. (4) (현대의 조류는 날개짓을 해서 양력을 유지할 수 있음. 따라서 갑자기 실속해서 추락할 우려가 없기에 이런 구조는 필요없음) 다만 제대로된 날개로 비행을 한다면 사실 뒷날개는 필요가 없을 것이고 오늘날 발견되는 제대로된 날개 비행을 하는 척추 동물 (즉 박쥐와 조류, 그리고 멸종된 익룡까지 포함) 에 뒷날개가 없는 점은 그렇게 설명이 가능합니다.
시조새의 비행에 대한 많은 이론 (물론 심지어 비행을 한 적이 없다는 이론을 포함) 들은 이렇듯 온갖 가설들이 존재합니다. 이글을 쓰는 시점까지 시조새가 정말 비행은 했는지 그리고 날았다면 어떻게 날았는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비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화석으로 남을 수 없는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죠.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이 일단 시조새가 글라이더 처럼 활강하는 방식으로라도 비행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대의 조류의 비행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시조새가 공룡에서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면 이런 불완전한 비행의 점진적인 시기가 분명이 있었을 테니 사실 진화의 좋은 예입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조류의 비행법을 진화시키진 않았을 테니 말이죠.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여담으로 시조새의 비행과 관련해 더 언급할 만한 재미있는 연구 중 하나는 색깔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시조새의 복원도들은 시조새가 꽤 화려한 색깔을 가진 것으로 묘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현대의 조류를 보고 상상한 것이었지 실제 색깔이 어땠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2011 년 미국 브라운 대학의 Ryan M. Carney 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1861 년 발견된 깃털화석에 대해서 주사 전자 현미경 (Scanning electron microscopy) 과 에너지 분산 X 레이 분석 (energy-dispersive X ray) 을 통해 melanosomes 구조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현대의 조류와 비교해 시조새가 검은 색이었다는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전체가 검은 깃털로 덮혔는지 일부만인지는 알 수 없음) (5)
이런 검은 깃털의 존재에 대해서 연구진들은 이것이 나는 데 적합한 강도를 깃털에 부여하는 melanosome 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시조새는 짝짓기가 아니라 비행에 적합한 깃털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시조새가 비행을 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공기 역학적으로나 혹은 근골격 구조로 보건 간에 비행 실력은 그다지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죠.
다만 시조새의 내이등에 대한 분석에서는 시조새가 비행하는 동안 자세는 꽤 잘 잡았을 것으로 분석한 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2004 년 화석의 CT 영상을 바탕으로 시조새의 뇌의 크기가 제법 크고 내이의 구조가 현대의 조류와 비슷해 비행 중 균형은 잘 잡았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6)
사실 이 모든 논란들은 시조새가 실제로 한번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기만 할 수 있다면 간단하게 종식될 수 있는 일이지만 1억 5천만년 전에 살았던 이 생물체나 그 비슷한 생물체들을 다시 복원할 방법은 화석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쉽게 종식될 논란은 아닙니다. 아마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시조새가 현재의 조류처럼 잘 날지는 못했을 (혹은 그럴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살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시조새의 비행이 이렇게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1990 년대가 되기 전까지 사실상 유일한 중생대의 깃털 동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시조새의 비행 방식을 연구하면 새의 비행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깃털 공룡을 비롯해서 수많은 깃털 달린 중생대 화석들이 등장하자 기존의 학설들은 대거 뒤집히게 됩니다. 심지어 시조새가 진짜 새의 조상인지도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공룡과 새의 관계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는데 이야기가 길어져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Senter, P. (2006). Scapular orientation in theropods and basal birds and the origin of flapping flight.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51(2): 305–313.
2. Nudds, Robert L. & Dyke, Gareth J. (May 14, 2010). "Narrow Primary Feather Rachises in Confuciusornis and Archaeopteryx Suggest Poor Flight Ability". Science328 (5980): 887–889. Bibcode 2010Sci...328..887N. DOI:10.1126/science.1188895.PMID 20466930.
3. Comment on “Narrow Primary Feather Rachises in Confuciusornis and Archaeopteryx Suggest Poor Flight Ability” Gregory S. Paul
Science 15 October 2010: 320.
4. Structure and function of hindlimb feathers in Archaeopteryx lithographica
Nick Longrich
Paleobiology Volume 32, Issue 3 (September 2006)
5. Ryan M. Carney, Jakob Vinther, Matthew D. Shawkey, Liliana D'Alba, Jorg Ackermann. New evidence on the colour and nature of the isolated Archaeopteryx feather. Nature Communications, 2012; 3: 637 DOI:10.1038/ncomms1642
6, Witmer, L. M. (2004). "Palaeontology: Inside the oldest bird brain". Nature 430(7000): 619–620. Bibcode 2004Natur.430..619W. DOI:10.1038/430619a.PMID 15295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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