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F-35 vs A-10 왜 경쟁하나?


 최근 재미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그것은 F-35와 A-10이 근접 항공 지원(CAS) 능력을 놓고 서로 경쟁 테스트를 벌일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마이클 길모어 미 국방부 작전시험평가처장(DOT&E chief Michael Gilmore)​는 최근 2018년에 있을 F-35의 초기 작전 테스트 및 평가 시험 (initial operational test and evaluation (IOT&E))에 F-35와 A-10이 서로 경쟁 비행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이는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는 내용인게 본래 새로 도입할 장비는 이런 테스트를 거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A-10은 물론 다른 교체 대상 기종인 F-16과의 경쟁 비행 역시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본래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F-35개발이 계속 지연되면서 이제야 일정이 새로 잡힌 것이죠.
 F-35 프로그램은 스캔들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막대한 비용을 잡아먹으면서 지연되었으나, 이제는 많은 오류들이 수정되면서 서서히 전력화가 임박한 상황입니다. 물론 그전에 생산된 F-35가 100대가 넘는 다는 것은 웃지 못할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이 전투기는은 전력화 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운용 유지비만 잡아먹으면서 비용을 더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제 하나씩 전력화가 될 상황이죠)
 그런데 A-10과의 경쟁 비행이 화제가 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입니다. F-35는 JSF(Joint Striker Fighter)라는 명칭처럼 사실 여러 군용기를 대신하기 위해서 제작된 다목적 전투기입니다. 그중에는 A-10도 들어있었죠.
 지금와서 생각하면 값싸고 덩치 좋은 A-10을 이렇게 고가의 스텔스 전투기로 대체한다는 것이 어처구니없이 생각되기도 하지만, 본래 2000년대 초반까지 F-35는 저가의 스텔스 전투기였습니다. 당시에는 대당 가격이 4500만 달러 수준으로 F-16 수준으로 예상되었고 이 가격이라면 다양한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F-35이 근접 화력 지원에만 특화된 A-10보다 더 나은 대안으로 생각되었습니다. 문제는 나중에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이죠.
 당연히 근접 공중 지원은 A-10이 훨씬 유리합니다. 무장도 더 많이 실을 수 있고 속도가 느린 대신 공중 체공 시간도 훨씬 깁니다. 여기에 23mm 대공포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함을 자랑하기 때문에 현재 미국이 가진 항공기 중 근접 지원에 더 좋은 대안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F-35가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라 할지라도 임무에 따라서는 구형 기체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2인승 페라리 스포츠카가 10년 된 용달차보다 짐을 더 실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근접 항공 지원 임무만 본다면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미공군이 A-10을 F-35로 교체하려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부 무장창 테스트 중인 F-35B.  F-35B, internal bay test release of a GBU-12 Paveway II 500 lb bomb. Also visible is an external AIM-9 Sidewinder and an AIM-120 AMRAAM, 2012. US Navy)

 (근접 항공 지원 훈련 중인 A-10C.  An A-10C Thunderbolt II with the 188th Fighter Wing, Arkansas Air National Guard conducts close-air support training Nov. 21, 2013, near Davis-Monthan Air Force Base, Ariz. USAF) 
 그 이유란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예산 문제입니다. 미 공군 역시 예산의 압박을 받고 있고 F-35라는 대마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A-10을 퇴역시키고 여기서 남는 3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F-35 프로그램에 사용하려는 것이죠. 미 공군 입장에서도 A-10을 퇴역시키려면 아쉽긴 하겠지만, 좋든 싫든 이제 미 공군의 미래나 다를 바 없는 F-35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206574590 참조)
 따라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2018년에 진행될 테스트의 결론은 근접 지원 능력은 A-10이 뛰어나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퇴역시킨다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사실 미 공군은 물론 의회에서도 A-10을 퇴역시키면 안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아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말이죠.
 사실 이 사건보다 우리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은 퇴역 가능성이 높아진 A-10의 운명입니다. 현재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는 전략 비축물자로 돌리되 일부는 우방국에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잠재 구매국 가운데는 한국이 존재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도 A-10이 있으면 여러 모로 든든하겠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사는 사람은 싸게 사고 싶고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이 인지 상정이죠. 최근 해군의 바이킹 도입 사업에서 보듯이 미국이 반드시 중고라고 싸게 팔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과거 우리가 형편 어려웠을 때야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적당한 가격에 매물로 내놓는다면 우리도 관심이 가겠지만,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A-10의 운명은 아직 미정이지만, 태극 마크를 단 A-10을 볼 수 있을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말하기가 극히 곤란할 것 같습니다.
 참고      
  ​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