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MD)
AMD는 차세대 x86 아키텍처인 Zen 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현재 PC용 CPU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인데, AMD의 입지는 심각하게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인텔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사실상 사이릭스를 인수했던 비아처럼 일반 소비자용 CPU 시장에서 거의 퇴출되는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입니다.
AMD 의 미래를 가늠할 Zen 코어는 정확한 출시 시기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AMD는 2016년이라고 언급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Zen 코어는 지난 수 년간 AMD가 CPU 부분에서 고전했던 원인이 된 모듈식 설계를 버리고 인텔과 같은 1코어 2쓰레드 방식을 채택할 예정입니다. 아키텍처의 변화와 더불어 28nm 공정 대신 글로벌 파운드리의 14nm FF 공정을 사용해서 성능이 대폭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글로벌 파운드리가 언제 14nm FF 양산에 돌입할 수 있는지와 AMD가 설계 및 테스트를 언제까지 마무리 할 수 있는지입니다.
대만이 디지타임스는 AMD가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의 14nm FF 팹에서 초기 Zen 코어를 테입 아웃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발표했지만, 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글로벌 파운드리의 수율 문제로 Zen 을 사용한 제품이 실제 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2016년 4분기 쯤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AMD는 2015년 상반기에만 3억 6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R&D 관련 비용까지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앞날이 쉬워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한 마디로 Zen이 늦어지거나 성능상의 향상이 별로 없으면 회사가 존폐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란 이야기죠.
만약에라도 AMD가 파산하면 x86 CPU 및 PC 그래픽 시장은 인텔과 엔비디아만 남기 때문에 결국 독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가능합니다. 일각에서는 그러면 인텔을 분할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AT&T 분할 (사실 이 회사는 과거 미국에서 가장 큰 거대 독점 통신 기업 중에 하나였음) 이 이뤄진 1980년 대 이후 대규모 기업분할은 없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최근 거대 기업들이 다국적화되면서 사실상 한 나라의 반독점법에 구속되지 않는 존재가 된데다 모든 기업이 분할하기 좋은 형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 분할 실패 (당시 회사를 OS 부분, 오피스를 비롯한 나머지 부분으로 분할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가 그 좋은 사례입니다.
인텔 역시 생산 시설을 전세계에 분산시켜놓은 상태이고 최근에는 ARM 기반 프로세서들이 널리 사용되면서 AP 및 CPU 시장 독점이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진 상황입니다. 사실상 현재 인텔의 경쟁상대는 범 ARM 연합 (삼성, 애플, 퀄컴 등) 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이고 그렇다면 AMD 없이도 시장을 독점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Zen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MD가 경쟁력있는 제품을 내놓으면 인텔 역시 가격 인하나 신제품 출시를 앞당길 것이고 PC 시장에 여러 모로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조금 늦더라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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