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억 6,000만 년전, 초대륙 판게아는 아직 공룡을 비롯한 중생대 동물들이 등장하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상에는 지금은 보기 어려운 동물들이 대륙을 활보하고 다녔습니다. 최대 몸길이 3m에 달하는 단궁류 파충류인 파레이아사우루스(Pareiasaurs)는 현재는 멸종된 원시적 파충류 무리로 당시 번성하던 초식 동물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고대 동물이 원시적인 파충류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따라서 파레이아사우루스가 현대의 포유류처럼 네발로 수직으로 직립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보통 도마뱀이나 악어 같은 현대의 파충류는 다리가 몸통에 수직으로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마치 엎드린 것 같은 자세로 걷게 됩니다.
그러나 공룡류나 포유류는 네발을 수직으로 펼수 있는 골격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주 큰 하중을 버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속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큰 하중을 버틸 수 있으며 장시간 빠른 속도로 달릴 수가 있습니다. 이는 걷기에 더 효율적인 구조이며 더 진화된 구조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억 6,000만 년전 살았던 파레이아사우루스 중 하나인 부노스테고스 아코카넨시스 Bunostegos akokanensis 의 골격은 이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분석한 고생물학자들은 이 원시 파충류의 다리가 사실은 수직으로 몸통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부노스테고스의 복원도. About the same size as a cow, this pre-reptile also stood the same way -- upright with its legs underneath. It may be the earliest known creature to do so, according to a new study. Credit: Morgan Turner )
(앞다리를 분석한 결과 몸통에 수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짐. How do we know Bunostegoswalked upright on all fours? The bones in four areas: 1) the shoulder 2) the humerus 3) the elbow joint 4) the radius and ulna. Credit: Image: Morgan Turner )
브라운 대학의 모간 터너(Morgan Turner)와 그 동료들은 이 내용을 저널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발표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이런식으로 수직 사족 보행을 한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합니다.
사실 이 단궁류 파충류는 멸종된 그룹으로 현대의 조류나 포유류의 조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독자적인 진화를 이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연구팀은 아마도 이 동물이 살았던 당시 환경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황소만한 크기의 초식 동물인 부노스테고스는 먹이를 찾아서 분주히 이동했습니다. 먹이가 충분치 않은 환경에서 이들은 효율적으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진화압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이와 같은 새로운 다리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페름기말 대멸종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페름기말 대멸종은 고생대를 마무리하고 중생대를 시작하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 격변의 시기에 살아남은 소수의 종들은 후손을 남겨 크게 번성했지만, 대다수 동식물은 그렇지 못했죠. 새로운 디자인으로 무장한 이 초식 동물 역시 운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질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 독특한 파충류가 후손을 남겼다면 재미있는 동물 그룹으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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