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ube-lipped nectar bat (Anoura fistulata) was found in Bolivia's Madidi National Park, the first time the species has ever been seen there. Its tongue extends to about 1.5 times its own body length.
MILENIUSZ SPANOWICZ/WCS)
지구상에는 기묘한 동물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박쥐 역시 그런 대표적인 사례죠. 하지만 아무리 별난 박쥐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몸길이 보다 더 긴 혀를 가진 박지는 정말 의외일 것입니다. 긴주둥이꿀박쥐(tube-lipped nectar bat, 학명 Anoura fistulata)는 2005년 에콰도르에서 발견된 희귀종으로 징그럽게 생긴 동물에서 순위를 매긴다면 1위 후보가 될만큼 긴 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략 몸길이 64mm 밖에 안되는 박쥐가 무려 90mm에 달하는 혀를 가지고 있는데, (즉 자신의 몸길이의 1.5배 수준) 이는 비슷한 과에 속하는 박쥐들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입니다. 위의 사진에서도 완전히 내밀지 않은 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 박쥐는 혀가 너무 길어서 구강에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혀의 뿌리 부분이 입보다 훨씬 아래인 가슴 안쪽에 있습니다.
이렇게 긴 혀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박쥐의 주식은 꿀과 화분으로 꽃의 안쪽 부분까지 혀를 밀어넣어 먹이를 먹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긴 박쥐가 큰 꽃에서 꿀을 빨아먹는 장면은 괴기영화의 한 장면 같겠지만, 적어도 외형과는 달리 매우 평화로운 박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긴 혀를 써야만 먹을 수 있는 독특한 꽃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공진화의 예인데, Myrmecophaga tridactyla 라는 식물이 그 주인공으로 물론 성공적인 화분 수정을 위한 공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쥐를 이용하는 만큼 아무래도 곤충보다 훨씬 먼 거리까지 수정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겠죠.
(동영상)
야생동물보호 협회(WCS, Wildlife Conservation Society)의 과학자들은 최근 볼리비아의 마디디 국립 공원(Madidi National Park)의 희귀 동식물을 탐사하던 도중 이 박쥐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처음 발견된 에콰도르에서 상당히 먼 지역까지 서식하는 점으로 볼 때 희귀종이긴 하지만, 생각보다는 넓게 분포하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이번 탐사에서는 신종으로 생각되는 여러 종의 척추동물들과 희귀 동물들이 같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기괴한 박쥐는 물론이고 아직도 열대 우림과 초원 지역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과거에 1-2회 밖에 보고되지 않은 희귀한 동식물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 산림 파괴, 밀렵, 벌목, 개간 등으로 인해 이 동식물들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거나 멸종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긴주둥이꿀박쥐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동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기록상으로만 남은 멸종된 동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박쥐가 멸종되면, 역시 이 박쥐에 의존해서 화분을 옮기는 꽃도 같이 멸종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각국에 있는 국립 공원들은 이런 동식물을 위한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 보루를 잘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의 의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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