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영국 해군은 당시 가장 최신식 전함인 드레드노트(HMS Dreadnought)를 진수시켰습니다. 305mm 거포를 지닌 이 전함의 화력은 당시 주력함의 2배 수준이었으며 우리가 아는 형태의 현대적인 전함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드레드노트 이후 해군력은 2차 대전때까지 거함거포주의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2차 대전부터는 항공모함이 해상 전력의 핵심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당시 전장의 주역은 항공모함이었고 거대한 주포를 장착한 전함은 구시대적인 유물이 되가고 있었죠. 그럼에도 드레드노트가 당시 시대를 앞선 혁신을 보여줬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당시 바다를 지배했던 영국 해군의 위상은 현재는 많이 쇠락한 상태입니다. 그 빈자리는 미 해군의 항모 전단이 대신하고 있죠. 하지만 그래도 전통의 해군 강국인 영국의 자존심은 살아있습니다. 예산이 삭감당하는 가운데도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2척을 비롯한 신함을 건조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영국 해군은 2050년 미래 해군을 위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드레드노트 2050(Dreadnought 2050) 혹은 T2050으로 알려진 차세대 구축함 개발 계획입니다. 명칭 자체가 과거 대영 제국 해군 영광의 상징이기 때문이죠.
(드레드노트 2050의 개념도. Credit: Startpoint 2015)
드레드노트 2050은 아직 구상 단계로 구체적인 제원이나 성능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영국 국방성이 씽크탱크인 스타포인트(Starpoint) 의뢰해서 제작한 개념도에는 삼동선 형태의 스텔스 군함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드레드노트 2050은 영국 해군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구축함인 Type 26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길이 155m에 너비 37m 정도입니다. 삼동선 형태라 좌우 폭이 넓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이 새로운 구축함은 최대 시속 50노트(시속 92km)의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며 상부 돔과 후방 갑판에서 다양한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배의 끝 부분에는 다양한 특수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무인정을 탑재하고 발진시킬 수 있는 특수 설비가 있습니다. 개념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함의 중간 부분에 수직 발사기를 수납할 수 있는공간도 있습니다.
점차 무인기의 성능이 우수해지고 있으므로 무인기 탑재 능력은 미래 군함에서 매우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드레드노트는 이점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독특하게도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무인기나 기타 필요한 무기를 출력하는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미 영국해군은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무인기를 만들어 군함에서 발사하는 테스트에 성공했습니다.
3D 홀로그램을 이용한 독특한 지휘 센터 역시 미래 군함다운 모습입니다. 지휘 센터의 벽면과 천장은 모두 디스플레이로 외부 환경을 보여주거나 기타 정보를 표시하며 중앙의 홀로그램 장치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애니메이션에나 볼 수 있던 군함의 지휘부가 현실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드레드노트 2050는 아직 구상 단계입니다. 따라서 2050년, 영국해군이 어떤 배를 진수시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예산이라는 아주 중요한 변수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시도 자체는 흥미롭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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