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영구 동토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의 비용은 43조 달러?



(Mosaic of images of the Arctic by MODIS. Credit: NASA )
 북극권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북극해와 그린란드의 해빙과 빙하가 녹는 것이 지구 기후는 물론 해수면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음만이 녹는 것은 아닙니다. 시베리아와 북미 일대에 있는 거대한 영구 동토 역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이 영구 동토에는 지난 세월 쌓여 있던 막대한 유기물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여기서 메탄 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몇 번 소개드린 바 있지만, 지구의 기온이 오르면 온실 가스 배출이 늘어나는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다의 온도가 오르면 이산화탄소가 덜 녹게 되고 영구 동토가 녹으면 온실 가스 배출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와 같은 효과는 다른 큰 요인이 없다면 보통은 다른 요인에 의해 상쇄될 수도 있지만, 인류가 지구 대기로 날려보낸 막대한 온실 가스라는 큰 요인 때문에 한동안은 한쪽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크리스 호프 박사(Dr Chris Hope from the Cambridge Judge Business School)와 미국립 설빙 데이터 센터의 케빈 샤퍼(Kevin Schaefer of the 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at the University of Colorado)는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번세기 말까지 영구동토에서 배출된 온실 가스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43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PAGE09 (Policy Analysis of the Greenhouse Effect) 모델 및 IPCC의 모델을 사용해서 현재 배출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비용을 산출했습니다. 그 결과 2100년 전까지는 43조 달러, 2200년 전까지는 369조 달러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누적 비용이고 그 동안의 경제 성장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엄청난 비용인 점은 분명합니다.
 이와 같은 추정의 근거는 적어도 1700 기가톤 (대략 1.7조톤)의 탄소가 영구 동토층에 잠자고 있다는데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중 일부만 대기로 벗어나도 인류가 내보낸 온실가스와 함께 더 심한 기후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물론이고 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은 상당한 비용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상 그렇듯이 이 추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이나 정책의 변화,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이와 같은 미래 예상 비용을 감소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소 비용을 과도하게 추정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럼에도 현재 영구동토가 녹고 있고 여기서 더 많은 온실 가스가 나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미래는 알수 없지만, 아직 바로잡을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최근 기후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가 더 힘을 얻는 만큼 예상보다 비용이 줄어들고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