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판피류는 사실 오랜 세월 번성했던 어류이기 때문에 당연히 둔클레오스테우스 (Dunkleosteus) 외에 매우 다양한 형태의 판피류가 번성했습니다. 이들이 차지한 생태학적 지위 역시 매우 다양했고 그에 따라 형태와 크기 역시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매우 성공적인 속 (genus) 가운데 하나가 보트리오레피스 (Bothriolepis)입니다.
보트리오레피스는 데본기 중기와 후기에 번성한 판피류로 60여종이 발견될 만큼 성공적인 무리였습니다. 화석화되어 발견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시에 매우 번성한 무리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균적인 크기는 30cm 정도이며 작은 것은 15cm에서 큰 것은 1.7m 정도로 당시 생태계에서 중간 정도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강력한 포식자는 아니기 때문에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괜찮을 것입니다. 이들 역시 나름 매력적인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Bothriolepis panderi TRARAQUAIR, Devonian, Northwest-Russia, Nowgorod-Region)
위에 보이는 B. panderi의 골판 화석은 보는 이를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마치 사이클롭스처럼 눈이 하나인 물고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눈과 콧구멍이 있는 위치입니다. 보트리오레피스의 갑옷은 전체 몸길이의 1/3 정도로 굳이 앞쪽에는 눈과 감각기관을 위한 구멍과 입 구멍이 하나씩 있는 형태입니다. 이는 보트리오레피스 가운데서 가장 좋은 화석 표본이 발견되어 연구가 많이 된 Bothriolepis canadensis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조직이 보존된 B. canadensis의 화석의 캐스트.
(지느러미 골판과 눈 구조가 보존된 B. canadensis의 화석.
(화석을 토대로 복원한 B. canadensis의 복원도.
위로 향한 눈과 몸의 상당 부분을 덮는 납작하고 단단한 골판, 그리고 아래로 향한 입을 이들이 주로 바다 밑 바닥에 붙어서 사는 생물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이들은 아마도 부드러운 모래 속의 작은 무척추동물이나 조류(algae), 유기물을 먹으면서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빨리 헤엄칠 이유가 없어 크고 단단한 골판을 지니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생활 방식은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다른 경쟁할 생물도 별로 없어 이들은 크게 번성했던 것 같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이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이 연어처럼 대부분의 삶을 바다에서 살지만,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와 새끼 때는 민물에서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들이 폐를 지니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보트리오레피스는 배쪽에 한쌍의 주머니 (paired ventral sac)를 지니고 있는데, 인두에서부터 연결된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형태나 서식지를 감안할 때 가능성 높은 설명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보트리오레피스를 비롯해 다양한 판피류는 데본기 말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 이들이 차지한 생태학적 지위는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판피류는 턱이라는 척추동물의 큰 발명품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들의 독특한 외형은 지금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니다.
참고
Goujet, D. (2011). ""Lungs" in placoderms, a persistent palaeobiological myth related to environmental preconceived interpretations". Comptes Rendus Palevol. 10: 32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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