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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도비스기 앵무조개류 이야기



 고생대의 두 번째 시기인 오르도비스기에는 전 시기인 캄브리아기보다 더 거대한 생물체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거대한 생물체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작은 생물체는 더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다세포 동물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등장한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비해 덜 유명하지만, 사실 오르도비스기에도 생물 다양성이 크게 증가해 오르도비스기 방산 (Ordovician radiation)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속(genera)를 기준으로 하면 오르도비스기에 거의 4배가 증가했는데, 아직도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올 화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많은 숫자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오르도비스기의 해양 생태계가 이미 현재와 비슷한 다양성을 누렸다고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 척추동물은 마이너 그룹이었고 절지동물문이나 연체동물문 같은 다른 동물군이 크게 번성했습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강력한 포식자로 오토케라스 (Orthoceras, 혹은 오르토케라스) 같은 앵무조개류 (nautiloid, 책에서는 앵무조개류라고 번역했고 여기서도 그렇게 설명하지만, 현생 앵무조개(nautilus)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 고생대 나우틸로이드라고 설명하기도 함. 물론 나우틸로이드 자체가 앵무조개류라는 의미)를 들 수 있습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 언급했던 거대 포식자로 책에서는 지면상 그림 등은 생략했지만, 블로그를 통해서는 지면의 제약없이 소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족류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면 오징어, 갑오징어, 문어류를 포함하는 초형류와 멸종 그룹인 암모나이트류, 그리고 현재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앵무조개류를 들 수 있습니다. (각각 아강(subclass)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 오르도비스기 중기에는 앵무조개류의 두족류가 크게 번성해 당대 최대 크기의 포식자로 진화하게 됩니다. 



(오토케라스의 복원도. 당시에는 이렇게 긴 뿔 같은 껍데기를 지닌 앵무조개류가 크게 번성했음.  https://en.wikipedia.org/wiki/Orthoceras#/media/File:Orthoceras_BW.jpg


 오토케라스 목은 오르도비스기 초기에 등장해 트라이아스기까지 정말 긴 시간을 번성했던 연체동물이었습니다. 오토케라스목에는 오토케라스과를 비롯해서 10개의 과가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큰 그룹이므로 최근에는 오토케라스 자체를 별도의 아강으로 분류해 다른 앵무조개류와 분리해서 분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 살았던 앵무조개류는 오토케라스류를 제외해도 매우 다양합니다. 속 단위에서 보더라도 수백개의 멸종 속이 존재합니다. 




 오르도비스기의 앵무조개류 연체동물의 특징은 여러 개의 격벽으로 구분된 긴 뿔 같은 껍데기(패각)입니다. 오늘날의 유일한 현생종인 앵무조개처럼 이들은 껍데기 안에서 자라면서 점차 아래로 커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는 공기가 있는 격벽(기방)을 만들어 부력을 조절합니다. 따라서 껍데기의 단면을 보면 내부는 빈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로코에서 발굴된 오토케라스의 단면 화석. 내부의 기방 구조를 알 수 있음. https://en.wikipedia.org/wiki/Nautiloid#/media/File:OrhtocerasNautiloid092313.jpg ) 


 이를 유일한 현생종인 앵무조개와 비교해보면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지만, 앵무조개가 더 효율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구조도를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앵무조개의 몸구조. Diagram of the anatomical structure of a female Nautilus pompilius including most of its internal organs. K. D. Schroeder CC BY-SA 3.0) 

(앵무조개 껍데기의 단면 구조. Nautilus half-shell showing the camerae in a logarithmic spiral. Chris 73 / Wikimedia Commons) 


 고생대의 앵무조개류는 현생 앵무조개와는 달리 몸집을 불리기 위해선 점점 모자 같은 껍데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몸 길이가 매우 긴 것이 특징입니다. 책에서 소개한 카메로케라스(Cameroceras)는 9m가 넘는다는 추정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은 껍데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확한 크기 추정은 쉽지 않습니다. 




(카메로케라스의 껍데기 화석 일부. Cameroceras inaequabile (Miller, 1882) fossil nautiloid (8.0 cm across) from the Ordovician of Kentucky, USA. This is a partial internal mold of a Cameroceras nautiloid cephalopod. James St. John CC BY 2.0) 

(엔도케라스의 화석. 매우 길쭉한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음


 하지만 이 시기에 앵무조개류의 일부가 엄청나게 커져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9m가 아니라 6m라고 해도 당시에는 큰 척추동물이나 다른 경쟁 포식자가 없었기 때문에 오르도비스기에는 이들이 최강 포식자였을 것입니다. 크고 거추장스러운 껍데기 때문에 속도는 느렸을지 모르지만, 역시 당시에는 그렇게 빠른 생물체도 없었기 때문에 사냥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곧은 뿔 같은 껍데기만 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렇게 긴 뿔 같은 껍데기는 방향을 바꾸거나 민첩하게 움직이는 데 큰 방해가 되었을 것입니다. 경쟁자가 없었을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바다에 다양한 생물체가 등장하고 두족류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껍데기가 등장하게 됩니다. 


 일부만 말린 껍데기를 지닌 트리라시노케라스 (Trilacinoceras)나 꺽인 형태의 껍데기를 지닌 시르토케라스 (Cyrtoceras) 등이 그들입니다. 


(Fossil nautiloid Trilacinoceras from the Ordovician of China. 

(Life reconstruction of Cyrtoceras sp. Nobu Tamura CC BY-SA 4.0)

 이런 괴상한 껍데기는 최소한 한 쪽으로 방향을 트는 데 더 유리했을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먹이를 잡거나 혹은 천적을 피하는 데 조금이라도 유리했을 것이고 아마도 그렇게 해서 진화했을 것입니다. 결국 이런 진화상의 실험을 거쳐 후세에는 암모나이트나 앵무조개 모두 완전히 원형으로 말린 형태의 껍데기를 진화시키게 됩니다. 이 둘은 꽤 비슷해 보이지만, 격벽의 구조와 패각의 모양이 서로 달라 구분이 가능합니다. 


 오르도비스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앵무조개류를 대신해서 두족류의 패권을 장악한 것은 데본기에 빠르게 세력을 넓힌 암모나이트류입니다. 이들은 고생대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두족류 가운데 가장 크게 번성해 중생대를 대표하는 해양 생물로 진화합니다. 앵무조개류는 중생대에는 크게 쇠퇴해 현재는 현생 앵무조개 몇 종류 외에는 모두 사라집니다. 사실 중생대 상황만 보면 앵무조개가 더 먼저 사라질 것 같았는데, 그래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에는 암모나이트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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