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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본기 최강 포식자 - 둔클레오스테우스



 우리는 턱으로 음식을 씹어 먹습니다. 턱은 음식을 먹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에서 턱은 음식을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위 아래로 크게 벌어지는 강력한 턱과 이빨 덕분에 다른 동물이나 식물을 사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 언급했듯이 턱의 발명은 포식 행위의 진화에서 불의 발명에 견줄만한 큰 발명입니다. 









 턱의 발명은 크게 두 동물 집단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습니다. 바로 척추동물 중 유악류(Gnathostomata)와 절지동물 중 대악류(Mandibulata)입니다. 유악류는 현생 척추동물 대부분을 포함하는 그룹으로 턱이 있는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조류가 여기에 속합니다. 대악류는 곤충류와 갑각류를 포함한 그룹으로 역시 절지동물문의 가장 중요한 그룹이라고 하겠습니다. 


 유악류와 대악류 모두 고생대 전반기에 등장했는데, 최초의 유악류가 오늘 설명할 판피류(Placodermi)입니다. 판피류는 이름처럼 갑옷 같은 골판을 머리와 가슴쪽에 두르고 있는 원시적인 유악류입니다. 종종 앞서 설명한 갑주어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유악류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판피류의 조상은 실루리아기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보이며 데본기에 크게 번성하다가 데본기 말에 사라지게 됩니다. 아마도 더 발달된 어류인 경골어류와 연골어류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판피류에서 가장 성공한 무리는 아르트로디라 (Arthrodira) 목입니다. 아르트로디라라고 하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속한 둔클레오스테우스 (Dunkleosteus)는 제법 잘 알려진 고생물입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데본기 후기에 등장했으며 아마도 척추동물 가운데 최초의 최상위 포식자로 기록될 생물입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1873년 처음 발견되었으며 현재까지 이 속(genus)에 10종 정도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극히 일부 종만이 화석화될 기회를 얻는다는 점과 이들이 살았던 데본기 후기 (3억 8200만년 전에서 3억 5800만년 전)가 꽤 오래전 지층인 점을 감안하면 둔클레오테우스 속에는 매우 많은 종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아마도 가장 큰 판피류가 둔클레오스테우스 테렐리 D. terrelli 입니다.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 크기에 대해서는 과거 9m까지 주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다소 추정 크기가 줄어들어 몸길이 6m에 무게 1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대형 상어나 악어와 견줄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로써 부족함은 없을 것입니다.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된 둔클레오스테우스의 화석 표본. 


 단단한 골판으로 이뤄진 갑옷 같은 골격은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방어이고 두 번째는 이빨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 같은 판피류는 별도의 이빨 화석이 발견되지 않고 입쪽에 물건을 자르기에 적합한 날선 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서 사냥을 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커터 칼 같은 거대한 입 구조를 보면 통상적인 이빨 보다 더 강력하게 물체를 절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현생 대형 어류처럼 둔클레오스테우스 역시 입을 벌려 물을 빨아들이면서 먹이를 끌어 당기는 사냥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은 먹이는 통채로 삼켰을 것이고 좀 큰 먹이라도 쉽게 절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는 힘은 뾰족한 칼날 끝에서 7400N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책에는 이빨이라고 적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빨이 아니라 이빨 역할을 대신하는 골판) 


 이 강력한 칼날 같은 골판을 보면 이들이 왜 데본기말 사라졌는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이런 강력한 무기를 지닌 생물체가 있다면 여전히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골판 구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만드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큰 골판을 몸 밖에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무거워서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단단한 골판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판피류는 앞쪽만 골판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없습니다. 따라서 주로 앞쪽만 화석화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정확한 크기 추정이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둔클레오스테우스 역시 중간 이후 부분은 화석이 없어서 훨씬 작은 근연속인 Coccosteus의 화석을 참고로 복원한 것입니다. 이것이 정확한 크기 추정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A skull diagram of the placoderm fish Dunkleosteus. • Based on figure 1 in Anderson, P.S.L. and Westneat, M.W. (2006) "Feeding mechanics and bite force modelling of the skull of Dunkleosteus terrelli, an ancient apex predator", Biology letters, pp 76-79. 


 그런데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골격 구조를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들의 골갑은 턱, 머리, 흉갑의 세 가지 큰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두개골과 흉갑은 두개-흉갑 관절 (Cranio-Thoracic Joint)로 연결되어 아주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따라서 머리를 상하좌우로 약간 움직일 수도 있고 입을 크게 벌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복원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을 것입니다. 물론 중간 이후 부분은 근연종을 참고로 복원한 것입니다. 



(Matteo De Stefano/MUSE This file was uploaded by MUSE - Science Museum of Trento in cooperation with Wikimedia Italia.)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눈 주변으로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경화륜 같은 구조물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높은 수압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경화륜에 대해선 책에서 설명했지만,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아무튼 갑주어를 비롯해서 이렇게 단단한 외피를 지닌 갑옷 물고기의 시대는 데본기 말 끝나게 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단단한 외피 대신 빠르고 유연한 몸 구조가 더 유리했던 것이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단한 골판이나 외피 자체가 상당히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물이라는 것도 같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피류는 매우 성공적인 포식자였습니다. 아르트로디라 목의 경우에도 5000만년 정도 번성했고 둔클레오스테우스 속의 어류 역시 수천만년 동안 바다를 누볐습니다. 하지만 생자필멸의 법칙은 이들도 피할 수 없어 결국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어류의 두 큰 그룹인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에 자리를 물려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아무리 강력한 포식자라도 결국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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