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tyostelium discoideum fruiting bodies, showing the stalk made up of cells that died to lift the spores to facilitate their transport by insects Credit: Tyler Larsen/Washington University)
딕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메바인 Dictyostelium discoideum은 흔히 사회적 아메바라고 불립니다. 이 놀라운 아메바는 앞서 소개드린 것처럼 서로 다른 개체가 모여 군집을 형성할 수 있으며 박테리아를 토양에서 뿌린 후 이를 키워서 잡아먹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아메바입니다. 이들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는 최근에 내놓은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다룬 바 있습니다.
하지만 딕티의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개체가 모여 군집을 형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포자를 담은 자실체(fruiting body)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수만개의 아메바가 군집을 형성하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자실체를 형성해서 이후를 도모하는 것이죠. 씨앗을 남기는 것으로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과정에서 20% 정도의 아메바는 후손을 남기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후손을 남기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진화의 원리를 위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은 이와 같은 희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했습니다. 자실체의 모습을 보면 80% 정도는 후손을 남길 수 있는 포자가 되지만, 20%는 후손을 남길 수 없는 줄기가 됩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서 포자를 퍼트리면 더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긴 하지만, 일부는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이타주의적 행동이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척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보통 토양에서 사는 아메바는 분열을 통해 증식하므로 가까이 있는 아메바끼리는 유전적으로 친척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과의 비교 연구를 위해 일부러 유전적으로 다른 아메바 집단을 섞어 키메라 형태의 군집을 만든 후 이를 기아 상태로 만들어 포자와 줄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조사했습니다. 특히 이들의 RNA를 얻어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이 아메바들이 아무렇게나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척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것 (give up their lives for relatives)이라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친인척 관계가 아닌 아메바 사이에서는 서로 포자가 되려는 경쟁이 생기지만, 유전적으로 비슷하거나 동일한 아메바 끼리는 기꺼이 희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의 법칙과 잘 들어맞는 결과로 생각됩니다.
우리는 아메바에 대해서 매우 단순한 생물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메바 가운데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생활사를 가진 것들이 많습니다. 비록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대신 단세포 동물의 삶을 택한 이들이지만, 환경에 적응하고 더 많은 후손을 남기기 위해서 이들은 놀라운 진화를 이룩한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참고
Suegene Noh el al., "Genetic signatures of microbial altruism and cheating in social amoebas in the wild," PNAS (2018). www.pnas.org/cgi/doi/10.1073/pnas.17203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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