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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고세균의 하이브리드 생물체를 만들다?



(The left panel shows: EM image of a normal E. coli cell. Right panel: an engineered cell with a mixed membrane, which shows an elongated form. Credit: Photo's University of Wageningen / Van der Oost laboratory)


 지구 생물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균과 고세균, 그리고 진핵 생물이죠. 당연히 복잡한 진핵 생물이 나중에 생겼고 고세균과 세균이 먼저 등장한 생물체입니다. 고세균 (Archaea)은 뜨거운 온천같이 고대 지구의 환경과 비슷한 장소를 좋아하고 산소가 풍부한 현재 환경을 싫어하는 특징을 지녀 붙은 이름으로 사실 세균과 고세균 중 누가 먼저 생겼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들은 이론상의 지구 생명체 공통 조상인 루카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LUCA))의 후손으로 진핵 생물의 선조이기도 합니다. 이들에 얽힌 사연에 대해서는 제 신간인 포식자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그로닝겐 대학과 바헤닝언 대학 (University of Groningen and Wageningen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루카에서 어떻게 현생 세균과 고세균이 진화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세포막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세균과 고세균은 비슷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대사 과정이나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 상당히 다릅니다. 세균과 고세균이 나눠지게 된 이유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초기 생물인 루카의 세포막이 세균과 고세균의 특징을 지닌 것이었으나 너무 불안정해서 어느 한쪽으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평범한 대장균 (E. coli)의 세포막에 고세균의 glycerol-1-phosphate 기반 지질을 추가했습니다. 이는 세균의 glycerol-3-phosphate 과 다른 것으로 이렇게 탄생한 하이브리드 생물은 세포막이 취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일반적인 세균이 지질막은 고세균의 지질을 1% 미만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하이브리드 세포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생물체가 생각보다 잘 지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30%까지 고세균 지질이 증가했음에도 모양이 길쭉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생존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는 세포막 지질 가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가설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균의 구조 변화로 인해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은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각 세대별로 1%의 생존율 차이만 있어도 후손 남기기 자체가 복리로 이자가 붙는 방식이라 수백 세대 후에는 완전히 대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진화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충분히 차이가 날 수 있는 셈입니다. 


 아무튼 루카에서 초기 세균과 고세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왜 굳이 두 개의 큰 그룹으로 나눠져야만 했을까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구가 필요한 생물 진화사의 큰 미스터리입니다. 


 참고 



Antonella Caforio el al., "Converting Escherichia coli into an archaebacterium with a hybrid heterochiral membrane," PNAS (2018). www.pnas.org/cgi/doi/10.1073/pnas.17216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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