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갑주어 이야기


 갑주어 (Ostracoderms)는 고생대 전반기에 등장한 다양한 무악어류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실 정확한 용어는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널리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이들은 독특하게도 턱은 없지만, 머리 부분을 중심으로 단단한 갑옷 같은 외피를 발달시켰습니다. 


 갑주어의 기원은 캄브리아기 말까지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실제적으로 활약한 시기는 실루리아기에서 데본기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매우 다양한 갑옷을 지닌 갑주어들이 등장했지만, 4억 2천만년 전 턱을 지닌 경쟁자인 유악어류가 등장하면서 쇠퇴를 거듭해 데본기가 끝나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아무래도 턱이 있는 편이 없는 것보다 포식자로써 더 유리했겠죠. 이 내용은 제 책인 포식자에서 간단히 다뤘습니다. 









 갑주어는 사실 매우 다양하게 적응 방산해서 종류가 많기 때문에 여기서 이를 나열하는 것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종류를 설명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갑주어의 대표라고 하면 역시 머리 부분에 단단한 골판이 있는 cephalaspid가 있습니다. 두갑류로 번역할 수 있는데, 데본기 초기에 살았던 케팔라스피스 Cephalaspis lyelli 가 그 대표적인 종입니다. 대략 60-70cm 정도 길이에 원시적인 무악류로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골판이 머리에 있고 입은 아래쪽에 붙어 있습니다. 


 이런 특징으로 봐서 아마도 바다 밑에서 기어다니면서 먹이를 찾았던 것으로 보이며 모래 속에 숨어 있는 갑각류나 무척추동물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비슷한 생태적 지위를 차지한 근연종이 현재는 없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것을 먹고 살았는지 알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Cephalaspis lyellii reconstruction. Nicholson H. A. The ancient life-history of the Earth. A comprehensive outline of the principles and leading facts of paleaontological science. Edinbourgh, London: WIlliam Blackwood and sons, 1877.)

(Cephalaspis lyelli fossil.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갑주가 다 비슷한 형식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매우 다양한 갑주를 지니고 있어 이에 따라 다양한 분류가 가능한데, 이는 이들이 매우 다양한 생활 방식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면 갑주의 모양 역시 수렴진화를 통해서 비슷하게 변했을 것입니다. 


(The osteostracans reconstructed here belong to the major clade Cornuata, whose generalised morphology is exemplified by the zenaspidid Zenaspis (bottom left). Some highly derived head-shield morphologies are exemplified by the benneviaspidids Hoelaspis (top right) and Tauraspis (top left), or the thyestiid Tremataspis (bottom right). The latter has lost the paired fins, possibly as a consequence of an adaptation to burrowing habits. 


 예를 들어 Tremataspis의 경우 10cm에 불과한 작은 갑주어인데, 독특하게도 움직이는데 필요한 지느러미가 없고 긴 몸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바다 밑에 굴을 파고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미슷한 생존 방식을 지닌 어류나 무척추동물이 존재하죠. 


 그런가 하면 마치 뾰족한 침 같은 갑주를 지닌 Pituriaspida라는 갑주어도 존재합니다. 역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 빠르게 움직이는 데 유리했을 것 같은 외형입니다. 


(Pituriaspis (Pituriaspida). Pituriaspids are mainly known by Pituriaspis, from the Devonian of Australia. As a whole, their headshield is quite similar to that of osteostracans, though devoid of a naso-hypophysial opening. The mouth, gill openings and presumably the nasal aperture were all situated on the ventral side of the head. Well-developed paired fins attached on either sides of the headshield. The only diagnostic feature of pituriaspids is an enigmatic pit adjacent to the eyes. Philippe Janvier CC BY 3.0)


 헬멧 방패라는 의미의 Galeaspida 역시 독특한 외형의 머리 갑주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용도였는지 알기는 어렵지만, 나름 생존을 위해 필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The galeaspids Asiaspis expansa, Lungmenshenaspis kiangyouensis, and Bannhuanaspis vukhuci, and a pair of Yunnanolepis antiarch placoderms, from the Early Devonian of China. (C) Stanton F. Fink  CC BY-SA 3.0)


 앞쪽으로 뾰족한 침 같은 독특한 갑주를 지닌 Pteraspidomorphi는 아마도 민물에도 진출한 무리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갑주의 구조는 아마도 물속에서 저항을 줄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Larnovaspis stensioei (formerly Pteraspis) Nobu Tamura (http://spinops.blogspot.com) CC BY-SA 3.0)


 하지만 사실 갑주어 자체는 그렇게 인기있는 고생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후손없이 멸종한 것만이 아니라 인상적인 포식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 턱이 없다는 점 때문에 강력한 포식자가 되는 데 다소 제약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의 시대는 턱을 지닌 유악류가 등장하면서 기울기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