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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7일 토요일

턱이 없는 물고기 이야기



 초기 어류의 조상뻘이 되는 척삭 동물은 5억년 이전인 캄브리아기에 이미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시에는 딱딱한 뼈도 없고 턱도 없는 생물로 척추동물의 특징이라곤 척삭과 아가미 외에는 없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 씩 현생 척추동물의 특징을 갖춰나가게 됩니다. 그 가운데 턱이 없는 가장 원시적인 어류는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는데 이들을 무악류(無顎類, Agnatha)라고 부릅니다. 


 현생 무악류는 칠성장어와 먹장어류를 포함한 원구류 (Cyclostomes) 일부만 살아남았지만, 고생대 초기에는 매우 다양한 무악류가 번성했습니다. 아무래도 턱이 있는 쪽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유악류가 진화한 후에는 마이너 그룹이 되지만, 지금도 번성하는 무악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제 책인 포식자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하게 다뤘지만, 여기서는 더 상세한 설명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먹장어류


 먹장어(Hagfish, Myxini/Hyperotreti)는 사실 꼼장어 요리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어류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장어류는 아니지만, 아무튼 외형은 장어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는 물론 수렴 진화에 의한 것입니다. 먹장어는 다른 무악류와 마찬가지로 턱이 없는 것은 물론 척삭이 평생동안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두개골은 있어도 척추뼈가 없기 때문에 과연 척추동물이 맞는지도 논쟁이 된 생물입니다. 다만 최근의 DNA 분석은 척추동물아문에 속한다는 점을 지지합니다. 그래도 일부 학자는 이들을 척추동물과 다른 부류에 넣기도 합니다. 


(Pacific hagfish at 150 m depth, California, Cordell Bank National Marine Sanctuary. Linda Snook,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 / Cordell Bank National Marine Sanctuary (CBNMS) )


 이런 복잡한 분류와 상관없이 이들은 그다지 무서운 생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꼼장어라고 하면 공포감보다는 식욕이 돋는 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빨판처럼 생긴 입으로 먹이의 살과 피를 먹기 때문에 사냥하는 모습은 꽤 공포스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꼼장어를 먹을 때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사실 입 구조도 꽤 징그럽습니다. 



(The Hagfish Is the Slimy Sea Creature of Your Nightmares)


 먹장어는 좁은 곳에 숨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발달된 척추동물인 경골 어류에 비해서 경쟁력을 갖춘 생물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주로 먹는 것도 죽은 물고기나 오징어 같은 연체 동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 바다의 시체 청소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획은 주로 좁은 곳에 숨는 특성을 이용해 통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먹장어의 화석 기록은 적어도 3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마도 더 원시적인 무악어류 조상이 있겠지만, 석회화된 골격이 적은 무리라 화석 기록이 충실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원시적인 척삭 동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몇 억년 간 전혀 진화하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진화 과정 역시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악류의 진화. Evolution of jawless fishes. The diagram is based on Michael Benton, 2005)


 먹장어는 몸안에 난소와 정소를 동시에 갖춘 생물로 보통은 하나가 우세해져 암컷이나 수컷이 되지만, 자웅동체도 가능한 여러 가지 원시적 특징을 갖춘 척삭동물입니다. 비록 지금은 경골어류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마이너 그룹이지만, 나름 독특한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한 생물로 앞으로도 오랜 세월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칠성장어


 현생 칠성장어를 포함한 그룹을 Hyperoartia라고 부르는 데 역시 고생대 초기로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갑주어의 일종인 결갑류 (Anaspida)의 후손으로 보기도 하지만, 대개는 독립적인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칠성장어는 이름처럼 7쌍의 아가미가 있으며 원형의 입으로 물고기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기생 동물이라 크기가 먹장어보다 작은 편입니다. 그래도 입은 꽤 징그럽습니다. 


(칠성장어의 원형의 입. Petromyzon marinus (Lamprey) mouth in Sala Maremagnum of Aquarium Finisterrae (House of the Fishes), in Corunna, Galicia, Spain. 출처: wikipedia)

(다른 물고기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칠성장어. 출처: wikipedia)


(Paddlefish Parasites)


 칠성장어 역시 식용으로 사용되긴 하지만 사실 기생 생물로 악명이 높은 생물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역시 나름의 생존 전략이지요. 이 방식으로 칠성장어는 수 억년의 세월을 버텨온 셈입니다. 


 현생 무악류는 이 정도 밖에 없지만, 사실 유악류가 진화하기 전에는 다양한 무악류가 등장해서 다양하게 적응 방산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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