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역설(obesity paradox)은 오히려 약간 살이 찐 사람이 사망률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높은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체질량 지수 (BMI)와 사망률은 U자 형 연관성을 보이는데, 너무 마른 것도 위험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만 역설은 상당히 논쟁이 있는 가설입니다.
글래스고우 대학 (University of Glasgow (UK))의 연구팀은 UK Biobank에 등록된 296,535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BMI와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등록된 대상자를 2015년까지 조사한 결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가장 낮은 BMI는 22-23kg/m^2 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범위는 정상 수준이기 때문에 결국 정상 체중이 가장 위험도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범위에서 벗어날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커졌습니다. BMI 22kg/m^2에서 BMI가 4.3 kg/m^2 (남성) 혹은 5.2 kg/m^2 (여성)이 커지면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부 비만을 나타내는 허리 둘레의 경우 74cm (여성), 83cm (남성)이 가장 낮은 위험도를 보였으며 여기서 12.6cm (여성), 11.4cm (남성)이 증가할 때 마다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16%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 결과와의 차이점을 혼란 변수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예를 들어 흡연의 경우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대신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적절히 보정하지 않은 경우 오히려 체중이 적은 그룹에서 심혈관 위험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동시에 각종 질병이 있는 경우 체중이 빠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질병에 의한 효과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정상 BMI는 18.5-25kg/m^2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인 등 아시아인은 BMI가 보통 더 낮기 때문에 18.5-23kg/m^2을 정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전에 제가 쓴 논문에서는 정상 BMI를 벗어나면 심혈관 질환이나 우울증, 당뇨 등 질병이 증가하는 추세가 있다고 했는데, 여기에 부합되는 연구 결과로 보여 흥미롭습니다.
참고
"The impact of confounding on the associations of different adiposity measures with the incidence of cardiovascular disease: a cohort study of 296 535 adults of white European descent", European Heart Journal (2018). DOI: 10.1093/eurheartj/ehy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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