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에 사는 아귀목 (deep-sea anglerfish) 물고기는 160여종이 알려져 있습니다. 매우 괴상한 외모에 큰 입을 지녀 사실 호감을 주는 물고기는 아니지만, 나름 독특한 생태학적 지위를 차지한 생물입니다. 심해 아귀 가운데는 매우 긴 촉수처럼 생긴 부속지를 지닌 특이한 녀석들도 있는데, 이는 어두운 환경에서 주변을 감지하고 일부는 머리에 있는 것과 같이 미끼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심해 아귀의 모습이 대개 암컷이라는 점입니다. 수컷은 암컷과는 비교할 수없을 만큼 작기 때문에 암컷에 붙어서 기생하는 수준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이 커플이 같이 있는 모습은 좀처럼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심해에 사는 생물이기 때문이죠.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은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 근해 800m 심해에서 암수 한쌍의 심해 아귀를 만났습니다. 5시간 동안 잠수한 끝에 이를 찾아낸 과학자들은 25분에 걸쳐 실제 살아있는 심해 아귀의 자연상태를 관찰했습니다. 참고로 암컷의 크기는 16cm 정도에 불과하지만, 주변으로 긴 촉수 같은 필라멘트를 뻗은 모습은 매우 신비롭습니다.
(First footage of deep-sea anglerfish pair)
이 심해 아귀는 Caulophryne jordani 라는 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무튼 종류에 관계 없이 못생긴 물고기라고 생각했던 아귀가 이렇게 신비로운 물고기일 수 있단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에 뜬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먹을 것이 적은 환경에 적응해 매우 적은 에너지만을 소모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매우 큰 먹이도 한 번에 삼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3D scans reveal deep-sea anglerfish's huge final meal | Natural History Museum)
꿈에 나올까 무서운 모습이긴 하지만, 이들 역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나름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물고기일 것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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