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leton of the dicynodont Placerias, a close relative of the newly-discovered Pentasaurus, with dicynodont trackways (Pentasauropus). Credit: Christian Kammerer)
고생물학자들은 1950년대 남아프리카에서 유령 (phantom) 이라는 별명이 붙은 트라이아스기 후기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발자국 화석은 대략 2억 1,000만년 전의 것으로 디키노돈트 (Dicynodont)라는 수궁류의 발자국 화석으로 해석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이미 디키노돈트가 거의 사라지고 그 생태적 지위를 이미 초식 공룡에게 내준 시기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논쟁이 일었습니다. 이 이슈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키노돈트에 대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페름기 후기에는 포유류형 파충류로 불리는 수궁류가 크게 번성했습니다. 디키노돈트는 이 중 크게 번성했던 무리입니다. 이들은 페름기 말 대멸종에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만, 사실 중생대 초기엔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는 육상 생태계를 지배한 사지 동물이기도 했습니다. 디키노돈트는 이 시기 다시 큰 번성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트라이아스기 후기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쇠퇴하고 그 자리를 초기 공룡들에게 내주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트라이아스기 말 이후에도 디키노돈트가 있었다는 주장들이 나왔습니다. 유령 발자국 역시 그 중 하나로 그래도 비교적 디키노돈트가 활약했던 시기에 가까운 시점인 2억 1,000만년 전의 발자국이지만, 고생물학자들은 이미 이 시기에 디키노돈트가 사라졌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이 발자국 화석이 논쟁이 된 것입니다.
디키노돈트가 쇠퇴한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자주 나오는 가설 가운데 하나는 이 시기 산소 농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기낭 시스템을 지녔던 공룡류가 훨씬 유리해지면서 이들이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령 이 이론이 맞다고 해도 모든 디키노돈트가 다 멸종하지는 않고 일부는 살아남아 어쩌면 트라이아스기 말이나 그 이후까지 버텼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 박물관의 고생물학자인 크리스티안 캄머러(Dr. Christian Kammerer, Research Curator of Paleontology at the North Carolina Museum of Natural Sciences )는 잘 연구되지 않은 19세기 화석에서 실제 이 시기 남아프리카 지역에 디키노돈트가 살았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아마추어 고생물학자인 알프레드 고가 브라운 Alfred "Gogga" Brown이 발견한 화석이 알고보니 이 시기에 살았던 디키노돈트의 골격 화석이었던 것입니다.
(동영상)
Pentasaurus goggai라고 명명된 이 디키노돈트는 다른 디키노돈트와 비슷하게 한 쌍의 긴 이빨과 거북이 같은 부리를 지닌 초식동물입니다. 참고로 유령 발자국 화석은 다섯개의 발가락을 지닌 믿을 수 없는 도마뱀이라는 의미의 Pentasauropus incredibilis로 명명되었는데, 이번 발견으로 실제 디키노돈트의 발자국 화석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다만 같은 종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발자국 화석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정확히 그 시기에 살았던 생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경우 신뢰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4억년 전의 사지 동물 발자국 화석 같은 경우죠. 하지만 뒤늦게 이렇게 화석이 발견되어 과거 주장이 옳았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발견으로 제가 책에서 설명한 트라이아스기 수궁류의 몰락은 더 많은 논쟁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초기 공룡과 공존했던 수궁류가 생각보다 많다면 산소 가설 역시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과연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소식입니다.
참고
The paper, "The first skeletal evidence of a dicynodont from the lower Elliot Formation of South Africa," is published in the journal Palaeontologia Afric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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