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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맛을 덜 느끼게 만든다?


 비만에는 여러 가지 역설적인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쌓아 놓은 상태인데도 계속해서 식욕이 있어서 자꾸 먹게된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비만 환자에서 식욕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연구해왔습니다. 여기에는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인 미뢰 (taste bud)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흥미롭게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팀은 비만 치료를 위한 수술 (bariatric surgery)을 시행한 환자에서 체중 감소 후 맛을 느끼는 미각이 좋아졌다는 보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구를 위해서 멀쩡한 사람의 혀에서 조직 검사를 할 수 없는 일이라 체중 변화가 미뢰의 숫자에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코넬 대학의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체중 변화가 미뢰의 숫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미뢰는 생각보다 수명이 짧아서 10일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비만이 미뢰의 숫자에 영향을 미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고지방 식이를 먹여 비만하게 만든 쥐에서는 혀의 미뢰를 만드는 전구 세포가 감소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만이 미뢰에 영향을 주는 기전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고지방 식이에 따른 비만이 만성 염증을 유발해 TNF alpha 같은 염증 관련 물질을 증가시키는 것이 미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NF alpha 분비를 차단한 동물 모델에서는 미뢰 전구 세포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비만 -> 만성 염증 -> 미뢰 감소 -> 맛을 느끼는 능력 감소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맛을 느끼는 미각이 감소하면 같은 수준의 단맛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당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는 비만 환자에서 식욕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있습니다. 과연 자연 상태에서 이런 기전이 왜 진화했을까요? 이는 생존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기전입니다. 아마도 이것은 자연 상태에서는 비만해질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시 수렵 채집 상태에서는 슈퍼에서 음식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먹을 걸 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열량을 소모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더구나 무제한으로 먹을 걸 구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실제로 원시 부족 가운데는 현대인처럼 비만 환자가 많지 않다는 점과 비만 야생 동물이 별로 없다는 점 역시 이 가능성을 지지합니다. 아마도 자연 상태와는 다른 생활 환경이 현대의 비만 문제의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참고 


L Kaplan. Body Weight Regulation and Obesity. Journal of Gastrointestinal Surgery, 2003; 7 (4): 443 DOI: 10.1016/S1091-255X(03)00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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