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큰코 + 황소뿔 공룡 ? 나수토케라톱스 Nasutoceratops




 유타 대학을 비롯한 미국내 다수 연구 기관들의 합동 연구자들이 아주 독특한 뿔을 지닌 트리케라톱스 (Triceratops) 의 친척 공룡을 복원했습니다. 트리케라톱스가 속한 케라톱스과 (Ceratopsidae) 에는 아주 다양한 뿔과 프릴을 가진 공룡들이 존재하는데 이 정확한 용도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아무튼 멀리서 봐도 서로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을 진화시켰습니다.


 케라톱스과 공룡 가운데서 나수토케라톱스 Nasutoceratops 속에 속하는 뿔공룡들은 백악기 후기인 7500 만년전 지금의 미국 유타주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기 진화한 나수토케라톱스속 공룡들은 아주 큰 코를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라틴어로 큰코를 의미하는 nasutus 와 뿔이 있는 얼굴이라는 뜻의 ceratops 가 합쳐저 속명인 나수토케라톱스 Nasutoceratops 가 탄생했습니다.


 사실 케라톱스과 공룡들은 뿔과 뼈로 된 프릴 부분 (얼굴 뒷면에 나있는 부채꼴같은 뿔부분) 외에도 코가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확대된 코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수토케라톱스는 그 중에서도 더 큰 코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스콧 샘슨 (Scott Sampson, Vice President of Research and Collections at the Denver Museum of Nature & Science) 에 의하면 이와 같은 점보 사이즈 코는 사실 후각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후각 세포가 위치한 곳과 위치가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나수토케라톱스 공룡 복원도. 커진 코부분은 후각 신경이 위치한 부분과는 떨어진 위치임.   This image shows an artist rendition of Nasutoceratops. (Credit: Lukas Panzarin) ) 


    
(나수토케라톱스의 골격 모형 (왼쪽) Skull models of Nasutoceratops (left) and Diabloceratops, Natural History Museum of Utah


 이 괴상한 코만 해도 나수토케라톱스의 외형을 독특하게 만들지만 뿔 역시 독특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이들이 발굴해 복원한 Nasutoceratops titusi 의 경우 마치 황소뿔 같이 생긴 두개의 긴 뿔을 가지고 있는데 독특한 코 / 부리와 더불어 멀리서도 이 공룡을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했을 것입니다. 대략적인 머리의 크기는 1.5 미터 정도이며 몸집은 다른 케라톱스과 공룡과 비교해 중간 정도였을 것입니다. 


 이 공룡의 생김새는 이 독특한 뿔, 프릴, 코의 용도가 실제로는 짝짓기 용이라는 최근의 주도적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뿔은 상대를 찌르기엔 다소 짧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복원도에서 볼 수 있듯이 큰 부리와 코때문에 황소와는 달리 뿔로 상대를 찌르거나 받기는 부적합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의 공저자인 마크 로웬 (Mark Loewen) 은 나수토케라톱스의 놀라운 뿔이 시각적인 우위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으며 라이벌과 싸움을 벌이는 용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에 조사된 표본들은 유타주의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GSENM) 라는 190 만 에이커에 달하는 보존 지역에서 발굴된 것으로 과거 백악기에 존재한 섬 대륙 라라미디아 (Laramidia) 의 일부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이 섬대륙은 지금의 북아메리카 서부 지역이 다른 대륙과 갈라지면서 생긴 것으로 알래스카에서 남쪽의 멕시코까지 길게 뻗어있었고 다양한 공룡들이 진화했던 대륙이었습니다. 



( 1억 년전의 북아메리카 일대. 서쪽에 위치한 대륙이 라라미디아   Credit : USGS)


 이시기 이곳에 살던 공룡 가운데 뿔공룡은 아주 다양한 뿔과 프릴, 그리고 코와 부리를 진화시켰습니다. 오늘날 이와 같은 다양한 얼굴의 목적은 주로 짝짓기용 일 것이라는 가설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전투용이었다면 종에 관계없이 가장 효율적인 디자인으로 수렴했을 텐데 종에 따라 극도로 다양한 모습을 한 점이나 일부 종들의 뿔과 프릴은 싸울 때 매우 거추장 스럽거나 비효율적인 디자인이라는 점이 그 근거입니다. 역시 전투 목적이라고 보기 힘든 뿔과 코를 가진 나수토케라톱스는 이런 가설을 지지해주는 증거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S. D. Sampson, E. K. Lund, M. A. Loewen, A. A. Farke, K. E. Clayton. A remarkable short-snouted horned dinosaur from the Late Cretaceous (late Campanian) of southern Laramidi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3; 280 (1766): 20131186 DOI:10.1098/rspb.2013.1186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