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프츠 대학 (Tufts University) 의 연구자들은 어떻게 들으면 섬뜩한 내용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것은 머리를 자르고 난 이후 기억을 할 수 있는가 인데 물론 뇌가 잘 발달된 척추 동물 이야기는 아니고 편형 동물의 일종인 플라나리아과 (Planariidae) 에 속하는 동물의 이야기입니다. 플라나리아는 몸통을 잘라도 다시 재생하는 생물로 널리 알려져 있고 과학실험의 재료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들 플라니리아과 편형 동물들은 아주 단순한 몸구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최대 20% 까지 만능 줄기 세포 pluripotent stem cell 로 구성되어 즉시 어떤 세포로든 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몸이 반으로 잘려도 죽게되는 것이 아니라 2 개의 개체로 발달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신경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
이들은 신경계 역시 매우 단순합니다. 머리 부분에는 원시적인 눈의 역할을 하는 안점 ocelli (eyespots) 이 2 개 있고 압력 및 화학 수용기가 위치해 있으며 두개의 크기가 커진 신경절 (ganglion) 이 존재하는데 종종 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척추 동물의 뇌와는 다소 차이가 존재하며 이것이 없이도 생존이 가능합니다. 두개의 뇌에서 나온 신경은 마치 사다리 신경계 (ladder - like nerve system) 비슷하게 두가닥으로 앞뒤로 분포하면서 각각의 신경절이 앞뒤, 좌우로 연결됩니다.
이 구조의 특징은 신경계 중간이 잘려도 생존이 가능하며 단지 일부 세포가 새로 증식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새로 만들던지 아니면 꼬리를 새로 만들든지 하면 된다는 점입니다. 대략 종류마다 달라도 10 - 14 일 정도면 완전한 머리가 다시 생겨날 수 있습니다.
(플라나리아의 신경계 http://en.wikipedia.org/wiki/File:Planaria_nervous.png )
연구자들이 의문을 품었던 부분은 사실 이 뇌라고 부르는 앞쪽의 큰 신경절이 기억을 관장하는지 아니면 전체 신경절에 나누어 보관되는지 하는 점입니다.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 원시적인 편형동물은 장기 기억 (long term memory)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훈련도 가능합니다.
연구자들은 일단 10 일 정도 플라나리아가 밝고 개방된 공간에서 적응하도록 훈련했습니다. (본래 플라나리아가 피하는 환경) 그런 이후 머리를 잘라 버리고 남은 몸통 부분 (물론 잘린 부분 2개 모두 생존 가능) 이 2주에 걸쳐 머리를 재생할 때 까지 기다렸습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아마도 플라나리아의 기억은 앞쪽에 뇌라고 부르는 신경절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몸통에서 재생된 새로운 플라나리아는 기존의 훈련 받은 대로 행동했습니다.
비록 우리가 그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재생된 신경세포가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연구하므로써 이 원시적인 편형 동물의 신경 재생 메카니즘이 뇌에 손상과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줄기 세포 치료에 응용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점은 앞으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지만 그것보다 플라나리아가 2 주 이상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과 플라나리아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더 놀라운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나은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방금 본 것도 자꾸 잊어버리곤 하거든요.
참고
Journal Reference
1. Tal Shomrat, Micheal Lvin. An automated training paradigm reveals long-term memory in planaria and its persistence through head regener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First posted online July 2, 2013. doi: 10.1242/jeb.087809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