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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다양화를 진화시킨 인류의 조상



 오늘날 지구상에서 인간 처럼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동물은 달리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잡식성 동물이자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 인간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 식단으로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지구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피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동식물의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죠. 최근 인류의 조상에 속하는 호미니드들을 연구한 유타 대학과 협력 기관의 여러 과학자들은 이런 식단의 변화가 400 만년 전부터 1 만년 전까지 아주 꾸준하게 이뤄졌다고 4 개의 연관된 논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일단 인류의 초기 조상이 현재의 유인원과 그 조상과 비슷하게 주로 나뭇잎과 과일을 먹었던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유타 대학의 지질 화학자 Thure Cerling 와 그의 동료들은 PNA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기재한 논문에서 초기 인류의 조상이 나뭇잎과 과일이라는 전통적인 (?) 식단에서 벗어나 열대 지역이 풀이나 사초과 (Sedge) 같은 새로운 메뉴를 첨가한 것이 대략 350 만년 전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들은 11 종의 호미닌 (Hominin : 사람과에 속하는 동물로써 다른 유인원과 600 만년 정도 전에 분리된 인간을 포함한 인간과 유연관계의 동물들) 이빨 화석 173 개에서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을 추정해 식단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중 새로 분석된 이빨 화석은 91 개의 호미닌 개체에서 얻어진 104 의 화석이고 나머지는 이미 이전에 분석된 것입니다. 이빨 화석은 매우 단단하며 잘 보존되기 때문에 이런 샘플을 얻기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들은 종류에 따라 탄소 동위원소 중 C - 13 과 C - 12 중에서 드문 동위원소 C - 13 을 더 축적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분석하면 화석화된 동물이 어떤 것을 먹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치아와 턱, 그리고 저작근 등의 구조를 분석해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치아에 대한 연구도 같이 병행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비율에 따라 C3 (대부분의 나무와 관목의 잎과 열매, 그리고 밀 같은 곡식들) C4 (열대 풀과 관목, 채소 등 주로 사바나에 흔함), CAM (선인장, 아가베 (Agave, 용설란) 등) 으로 화석화된 동물이 먹은 주식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440 만년 전 호미니드였던 Ardipithecus ramidus ("Ardi") 와 420 만년에서 430 만년 사이 살았던 Australopithecus anamensis  의 경우에는 대부분 C3 식물을 먹고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340 만년 전에 살았던 Australopithecus afarensis  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 C4 식물이 섞여 있었습니다.


 사실 이 시기에 (약 400 - 350 만년전) 이르러 기후가 변하면서 동아프리카 지역에는 열대 우림이 감소하고 사바나가 팽창하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시기에 이르러 환경에 적응해서 이런 진화를 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이족보행 역시 이와 같은 적응의 산물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다만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이들이 A. afarensis 의 경우 개인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식단을 가지고 있어 서식지와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적응 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Kenyanthropus platyops  역시 비슷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400 만년에서 1 만년 전 호미닌 화석들. 치아와 두개골, 턱뼈의 화석은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 이외에도 실제로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로 거친 식물을 먹었던 경우 그 흔적이 치아에 남게 됩니다. 또 단단한 껍질도 씹을 수 있는 튼튼한 턱뼈와 저작근 역시 중요한 단서입니다.  A set of new studies from the University of Utah and elsewhere found that human ancestors and relatives started eating an increasingly grassy diet 3.5 million years ago. The studies included analysis of tooth enamel from fossils of several early African humans, their ancestors and extinct relatives, some of which are shown here. Top left: Paranthropus bosei, 1.7 million years ago. Top right: Homo sapiens, 10,000 years ago. Center left: Paranthropus aethiopicus, 2.3 million years ago. Center right: Homo ergaster, 1.6 million years ago. Bottom left: Kenyanthropus platyops, 3.3 million years ago. Bottom center: lower jaw from Australopithecus anamensis, 4 million years ago. Bottom right: Homo rudolfensis, 1.9 million years ago. (Credit: Copyright National Museums of Kenya. Photos by Mike Hettwer, except Homo sapiens by Yang Deming.))


 210 만년전에서 270 만년 전을 살았던 Australopithecus africanus  와 Paranthropus robustus 의 경우 나무와 관목/ 풀과 사초과 식물들을 반반씩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열대 우림과 초원 환경 모두에서 생존하는데 유리했을 것입니다.


 호미닌의 식단의 극적인 변화는 200 만년 전에서 170 만년 전 사이에 나타나는데 이때 등장한 사람속 (Homo) 의 생물들은 고기를 먹은 흔적이 있습니다. 반편 호미닌 그룹이면서 다른 속에 속하는 Paranthropus boisei 의 경우 잘 진화된 초식 동물이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C4 에 속하는 식물을 먹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우리의 직접적 조상인 Homo sapiens 의 1 만년전 치아는 C3/C4 식물, 그리고 고기가 섞여 있는 완전한 잡식 동물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현생 인류에서 끝나는 호미닌의 역사는 식단 다양화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하기에 잡식 동물로 고기까지 먹도록 진화된 사람속 (호모속) 에 동물들이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해서 생존 경쟁에 가장 유리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가지 함정은 있을 수 있습니다. 잡식이 생존에 가장 유리하다면 대부분 상위 포식자가 왜 다 잡식 동물로 특화되지 않았을까요 ? 


 잡식을 택하는 것은 초식과 육식 한쪽에 특화되지 않는 생존 전략으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데 유리하지만 대신 특화된 동물에 비해서 먹이를 잡는데 불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가 잡식 동물이고 고기를 먹기 위해 사냥을 한다면 민첩하게 먹이를 잡는데 불리한 거대한 덩치가 걸림돌이 됩니다. 반면 사자가 풀을 먹는다면 거대한 위장과 소화 기관을 가져야 하는데 여기에 지불하는 진화적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뜯어먹을 풀이 풍부한 환경이나 사냥감이 풍부한 환경에서는 아예 한쪽으로 진화하는 것이 이치에 맞습니다. 


 인류의 조상은 수시로 변하는 복잡한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동물이었습니다. 그들은 잡식 동물로 진화했고 도구를 사용해 뛰어난 수렵 채집가가 되었으로 모든 먹이와 환경에 적응이 가능해 결국 지구상 전역으로 퍼져나가 번성했습니다. 호미닌 그룹에 속하던 다른 초식 동물이 멸종할 때도 호모속의 잡식 동물은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왜 잡식 동물이 인류 진화의 승자가 되었는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잡식성의 인류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 초원이나 열대 우림이라는 환경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가서 성공했다는 사실만을 알 고 있죠. 하지만 현재에도 다양한 초식동물이 지구상에서 번성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Paranthropus 같은 초식 호미닌 동물들이 결국 멸종했는지는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s:

  1. Thure E. Cerling, Fredrick Kyalo Manthi, Emma N. Mbua, Louise N. Leakey, Meave G. Leakey, Richard E. Leakey, Francis H. Brown, Frederick E. Grine, John A. Hart, Prince Kaleme, Helene Roche, Kevin T. Uno, and Bernard A. Wood.Stable isotope-based diet reconstructions of Turkana Basin hominins. PNAS, June 3, 2013 DOI:10.1073/pnas.1222568110
  2. Jonathan G. Wynn, Matt Sponheimer, William H. Kimbel, Zeresenay Alemseged, Kaye Reed, Zelalem K. Bedaso, and Jessica N. Wilson. Diet of Australopithecus afarensis from the Pliocene Hadar Formation, Ethiopia. PNAS, 2013 DOI: 10.1073/pnas.1222559110
  3. Matt Sponheimer, Zeresenay Alemseged, Thure E. Cerling, Frederick E. Grine, William H. Kimbel, Meave G. Leakey, Julia A. Lee-Thorp, Fredrick Kyalo Manthi, Kaye E. Reed, Bernard A. Wood, and Jonathan G. Wynn. Isotopic evidence of early hominin diets. PNAS, 2013 DOI:10.1073/pnas.1222579110
  4. Thure E. Cerling, Kendra L. Chritz, Nina G. Jablonski, Meave G. Leakey, and Fredrick Kyalo Manthi. Diet of Theropithecus from 4 to 1 Ma in Kenya. PNAS, 2013 DOI:10.1073/pnas.12225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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