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농사 짓는 아메바 - farmer amoeba Dictyostelium discoideum



 토양에 서식하는 아베마의 한 종류인 Dictyostelium discoideum 은 단세포 동물치곤 약간 복잡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아베마가 시기에 따라서 단세포 (unicelluar growth) 생활을 하다가 이들이 모여 다시 다세포 생활 (multicelluar development) 를 한다는 점 자체는 자연계에서 아주 드문일도 아니고 놀라운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일종의 사회적 공동체를 이루고 농사도 짓는 (?) 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단세포 동물이면 단순하게 살 것이라는 인간의 편견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의외의 생활사가 D. discoideum 에 숨겨져 있습니다.




(D. discoideum  의 자실체 (Fruiting body : 균류의 포자 형성체) 의 모습.  public domain image  http://en.wikipedia.org/wiki/File:Dictyostelium_Fruiting_Bodies.JPG )



(D. discoideum  의 생활사  http://en.wikipedia.org/wiki/File:Dicty_Life_Cycle_H01.svg )


 이 아메바는 일종의 알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실체가 성숙되면 여기서 포자 (spore) 가 퍼저셔 주변 환경으로 방출됩니다. 이후 발아 (germination) 한 아메바는 주변의 박테리아 (특히 엽산 folic acid 를 분비하는 박테리아를 좋아함) 를 잡아먹으면서 성장과 분열을 반복합니다. D. discoideum  는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는 이렇게 점균아메바 (myxamoebae) 상태로 존재하다가 먹이가 다 떨어지고 굶주리면 뭉쳐서 다세포 시기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들은 육안으로도 보이는 덩어리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를 이동체 (slug) 라 부릅니다. 이들 점균류(粘菌類, Mycetozoa), 혹은 변형균류(變形菌類, Myxomycetes) 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생활 환경에 따라 단세포/다세포 형태를 변형하며 생활사를 영위하게 됩니다. 덕분에 분류학적으로 그 분류가 까다로운 종류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여기까지는 서론이었고 본론은 이제부터 입니다.


 2011 년 데브라 브룩 (Debra A. Brock) 등이 네이처에 보고한 바에 의하면 이 작은 아메바들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농부들이라고 합니다. (1) 브룩은 처음 이 작은 아메바가 자신보다 더 작은 박테리아를 체내에 지니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포식한 것이 아니었음) 호기심을 가지고 고생끝에 두개의 균주를 분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Pseudomonas fluorescens 로 유전적으로 동일한 종의 박테리아 였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존 클라디 (Jon Clardy of the Harvard Medical School in Boston) 등 다른 연구자들의 도움을 얻어 이 아베마와 박테리아의 놀라운 공생 관계를 연구했는데 이들 아베마들이 박테리아를 서식처에 뿌린 후 다시 수확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이때였습니다. 즉 농사 짓는 단세포 생물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농사짓는  D. discoideum 의 생활사. 클릭하면 원본
http://en.wikipedia.org/wiki/File:Life-cycle_of_farmer_dictyostelium_discoideum.jpg )


 이들은 다음해 농사를 위해 파종할 씨를 먹지 않는 농부들처럼 농사지을 밑천인 박테리아를 자실체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발아하면 박테리아를 토양에 뿌려 증식시킨후 먹이로 삼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포식한 박테리아를 다 포식하지 않게 만드는 메카니즘입니다. 포식한 박테리아 중 일부는 phagosome 과 lysosome 이 달라 붙는 것을 - 달라 붙으면 소화됨 - 방해하는 메카니즘으로 보호 받습니다. 이후 이들이 다시 자실체를 만들 시기가 되면 다시 위의 사이클이 반복됩니다.


 과학자들이 밝힌 바에 의하면 놀랍게도 모든 D. discoideum  이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인데 사실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농사를 짓는 건 바보 짓이라고 할 수 있죠. 필요에 따라 농사를 짓는 이런 놀라운 적응력은 진화가 만든 생명의 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 년 이 결과가 발표된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에 있는데 2013 년 PNAS 에 발표한 바에 의하면 이들 아메바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사실 먹을 수 없는 균들을 먹을 수 있게 진화시켜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농사에 사용된 균들과 야생 균들의 유전자를 비교하므로써 밝혀졌습니다.  (2)


 이 연구의 공저자인 퀄러 (David C. Queller) 는 '계통도는 포식할 수 있는 능력이 파생된 특성임을 보여준다. 이 균들은 본래 먹을 수 없던 것이었다. 그러나 먹을 수 있게 변했다. 이는 진화에서 기묘한 일이다. (먹히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히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다 ... The tree also tells us that edibility is a derived trait. These guys used to be inedible and became edible. That's just a weird thing to evolve: to be able to eaten '


 이런 비슷한 경우는 인간이 야생 품종을 길들여 먹기 편리한 작물이나 가축으로 길들인 것에 비견할 만 합니다. 인위적인 선택압을 주는 경우 본래라면 잘 진화시키지 않을 인간에게 유용한 특성을 가진 품종들을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사례를 아베마가 해냈다는 것은 역시 자연의 경이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Brock DA, Douglas TE, Queller DC, Strassmann JE (20 January 2011 2011). "Primitive agriculture in a social amoeba". Nature 469 (7330): 393–396. doi:10.1038/nature09668. PMID 21248849

 2. Pierre Stallforth, Debra A. Brock, Alexandra M. Cantley, Xiangjun Tian, David C. Queller, Joan E. Strassmann, and Jon Clardy. A bacterial symbiont is converted from an inedible producer of beneficial molecules into food by a single mutation in the gacA gene. PNAS, July 29, 2013 DOI: 10.1073/pnas.1308199110


http://en.wikipedia.org/wiki/Dictyostelium_discoideum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07/130729161759.htm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