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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혼란 사이 - 벤 버냉키 연준 의장




 2013 년 6월에서 7월사이 세계 금융계를 강타한 인물로 벤 버냉키 (Ben Shalom Bernanke) 연방준비제도 (Fed. 이하 연준) 의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본래 연준 의장이 세계 금융 대통령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한 자리이니 이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2006 년 제 14 대 연준 의장으로 뽑힌 후 최근처럼 뉴스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친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풀었던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여기 저기서 원성이 쏟아지는 자리가 연준 의장 자리긴 하지만 이번에는 언제 돈줄을 조일 것인지를 두고서 혼란이 가중되면서 다른 의미로 원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취임 당시의 벤 버냉키 의장. 뒤로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및 당시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 미국 국가 고위 관계자들이 앉아 있음. With his predecessor, Alan Greenspan, looking on, Chairman Ben Bernanke addresses President George W. Bush and others after being sworn in to the Federal Reserve post. Also on stage with the President are Mrs. Anna Bernanke and Roger W. Ferguson, Jr., Vice Chairman of the Federal Reserve. 06-02-2006.  White House photo by Kimberlee Hewitt )


 최초의 발단은 2013 년 5월 22일에 있던 의회 합동 경제 위원회 증언이었는데 여기서 질의 응답 시간에 버냉키 의장이 양적 완화 (QE  Quantitative easing) 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2012 년 9월 3일 시작된 3 차 양적완화와 이후 시작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시중에 매달 850 억 달러를 공급했고 연간으로 본다면 1조 200 억 달러의 돈을 공급 하는 만큼 각종 자산 가치를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로 인해 미국의 부동산 및 주택 경기가 다시 호전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세계 각국의 증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마도 양적 완화가 없었다면 다우존스 지수가 15000 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았겠죠.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이제 실업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니 미래에 있을 부작용을 예방 (물론 부작용이란 인플레) 하기 위해 지금쯤 돈줄을 조여야 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연준의 이전 2013 년 3월 FOMC :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정례 회의 때 언급했던 양적 완화와 자산 매입의 축소 기준인 실업률 6.5% 이하와 인플레율 2% 에 는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과 이제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엊갈리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연준 내에서도 자산 매입 축소 준비와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이 대립을 이루고 있는데 버냉키 의장은 일단 상황을 봐가면서 연말쯤 고려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6월말의 상황이었고 이 때 주가는 큰 폭으로 추락하면서 '버냉키 쇼크' 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blog.naver.com/jjy0501/100190360026 참조)


 그런데 여기서 버냉키 의장이 연준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택한 조치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연준은 비밀의 사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조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본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같은 연준 내부 회의 내용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버냉키 의장의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역시 비밀주의의 대표 주자로 유명했는데 과거 의회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했던 명언이 있습니다. 한 의원이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겠다' 라고 말하자 '내 이야기를 이해했다면 내가 잘못 말한 것' 이라는 요지로 답변했던 것이죠. 그린스펀 의장 시절 (1987 년에서 2006 년 사이) 연준의 의사 결정과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고 따라서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만을 하기로 유명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한마디는 시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후임자인 버냉키 의장의 2 기 임기 시절 (2010 년에서 2014 년사이) 이룬 가장 큰 변혁은 이런 비밀주의를 개혁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2011 년 4월 이후에는 FOMC 회의 이후 결과를 발표했고 그래서 지난 2013 년 3월 FOMC 이후에도 실업률 6.5%, 인플레율 2 % 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추측으로 밖에 알 수 없었던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훨씬 운용이 투명해진 셈이죠. 


 하지만 당장에는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연준 내에서 양적 완화 및 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조정하는데 이사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다 의장 및 이사들의 발언이 자주 알려지게 되면서 오히려 시장에 이에 춤추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3 년 7월 상반기에는 다시 고용이 더 개선되어야 양적 완화를 축소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다시 주가가 폭등해서 다우 존스 지수는 지난 7월 12일 15464.30 이라는 신고점을 갱신했습니다.


 이에 일부에서는 연준 의장 및 이사들의 발언이 너무 잦은 데다 시장 참가자들이 여기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시장에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나름 소통을 강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노력으로 내부 내용을 공개한 것인데 이로 인해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중대한 정책을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이런 의견은 어느쪽 편도 쉽게 손을 들어주기가 힘든게 모두 일견 타당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겠죠.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버냉키 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의 투명성 제고는 후임자에게 공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버냉키 의장의 현재 임기는 2014 년 1월이 마지막인데 중앙은행장 임기가 8 년이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해야겠죠. 


 후임자로 거론되는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 장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 러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 가운데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총대를 맨 버냉키 의장의 뒤를 따라갈지 아니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다시 이전 정책으로 복귀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 부작용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정보 공개로 가는 것이 시대의 변화에 맞다고 생각되는데 과연 정답은 어떤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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